[광화문 칼럼]새 술은 새 부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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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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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준 한강오페라단장

박현준 한강오페라단장[사진=아주경제DB]



박현준 한강오페라단장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기대감이 충만하다. 필자는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문화예술 특보로 선거를 도왔다. 물론 필자 말고도 수없이 많은 특보들이 선거를 도왔을 것이다. 대통령의 당선 이후 행보들이 국민들의 가슴을 벅차게 하고 있는 가운데 5년 동안 처음처럼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될 것임을 믿는다.

지난 몇 년간은 불통과 권위적인 문화행정이 일부 특권층을 제외한 예술가들을 억눌러 왔다. 터전을 상실하고 열정마저 묻어야 하는 가난한 예술가들, 연극·음악·미술·순수예술의 대부분이 그렇다.

행정이 예술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예술행정의 모습은 상당히 권위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어쩌면 관련부처 공무원들은 타성에 젖어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예술의전당을 비롯한 예술가들과 가장 밀접한 관련단체들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은 예술가들에게 영원한 ‘갑’이다. 말하자면 예술가들은 ‘을’이요 ‘병’인 셈이다. 그들은 지원금과 공연장 대관 권한을 쥐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필자가 지난번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대관 권력’이란 단어가 사라지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문화예술진흥회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는 지원 단체 선정, 지원금 배분 등에 명확한 심사 근거를 제시하고 전문가들의 공정성에 대한 감사를 받아야 한다. 나아가 이런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테너이며 오페라인이다. 고전음악과 오페라는 이제 더 이상 부유층,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더구나 음악가들은 시간강사 등 대부분 비정규직이거나 직업이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고에 시달린다. 족히 수천명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81만개 일자리 공약 중에 예술가들에게도 삶의 터전이 만들어져 기회가 주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새 판을 짜야 할 때다. 며칠 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진위원장, 영화진흥위원장이 사의를 표한 것은 양심 있는 행동이다. 전 정부에서 임명됐던 문화예술 단체장들은 그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최순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과 관련된 단체장들은 마땅히 그래야 한다.

내년은 한국 오페라가 시작된 지 70년이 되는 해다. 몇몇 오페라 단체들이 경쟁적으로 기념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오페라 70주년 기념사업이 성대하게 잘 치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오페라 70주년은 우리나라 오페라계의 원로이신 김자경 선생님의 ‘김자경 오페라단’, 김봉임 선생님의 ‘서울 오페라단’, 김진수 선생님의 ‘국제 오페라단’, 김일규 선생님의 ‘오페라 상설무대’ 등 작고하신 네 선생님들의 오페라에 대한 열정의 덕에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내년 오페라 70주년을 기념하려는 단체들이 과연 우리나라 오페라 70년사에 얼마나 공헌을 했는지, 70주년 기념사업을 하려고 하는 의도·목적·명분이 무엇인지 분명해야 한다. 오페라인들이 모두 참여하는 행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신생단체들이 이 사업을 주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문체부도 이런 점을 살피고 적절한 검토 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새 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문화 예술인 누구에게나 균등하고 공정하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특권층이 존재하지 않고, 능력과 실력이 정직하게 인정받는 문화예술 정책을 기대한다. 열악한 환경의 많은 예술가들에게도 정규적인 일자리가 만들어 지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예술가들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런 예술가들이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재능을 세계 속에서 빛내고 펼칠 수 있는 터전과 기댈 언덕을 만들어주는 문재인 정부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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