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증권사 규제완화 조건은 신뢰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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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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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은경 기자= "더 많은 권리를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신뢰부터 쌓아라."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가 한 말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을 앞두고 관련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지막으로 검토했었다. 금융당국은 2016년 여름 '초대형 IB 육성 방안'을 내놓았다. 알맹이는 간단하다. 증권사가 덩치를 키울수록 할 수 있는 일도 늘려준다는 거다.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1년 이내로 단기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8조원이 넘으면 혜택을 더 준다. 종합투자계좌(IMA)로 일반고객에게서 모은 돈을 기업에 빌려줄 수 있다. 현재 조건을 충족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5곳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요건에 맞춰 인수·합병(M&A)과 유상증자로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증권사가 기업금융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여전히 문턱이 높다. 초대형 IB 업무가 가능해진 증권사 사장단은 금융당국에 꾸준히 요구해왔다. 구체적으로는 법인 지급결제와 외국환업무 허용, 부동산 투자한도 확대를 꼽을 수 있다. 그간 증권사는 은행보다 엄격한 규제를 받았다. 이제야 일부 영역에서 은행과 경쟁할 수 있게 됐지만, 텃세가 만만치 않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이를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먼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금융 당국이 곧 초대형 IB 인가를 위한 신청서를 받지만, 조건을 충족한 5곳 가운데 4곳은 승인 여부가 불투명하다. 대주주적격성 논란과 기관경고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당국에 잔뜩 요구만 하기 전에 스스로 되돌아봤어야 한다는 얘기다.

코스피가 단숨에 사상 최고치로 뛰었지만, '박스피'는 수년째 이어져 왔었다. 좀처럼 자본시장으로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영향이 컸다. 당국이 규제를 완화하기에 앞서 증권사는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투자자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래야 증권사도 '정상적인 운동장'에서 마음껏 뛸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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