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슝안신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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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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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풍수리지적 관점…해외선 시진핑 정치적 목적에 주목

[양철 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외교학 박사)]

양철 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외교학 박사)

며칠 전, 위챗을 통해 중국 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필자는 지인의 프로필 사진에서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슝안(雄安)신구에 소재한 아파트의 매매 계약서였다.

이미 수많은 언론에서 슝안신구의 부동산 투기 과열로 단 하루 만에 부동산 가격이 70%나 폭등하면서 부동산 매매 행위가 금지되고 지역 내 부동산 영업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접한 필자는 친구에게 축하한다는 인사와 함께 친구의 신속한 결정에 놀라움을 전했다.

이에 친구는 웃으며 가짜 매매 계약서라고 회신해왔다. 최근 중국에서 이러한 장난이 늘어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슝안신구에 투자해 큰돈을 벌고 싶은 중국인들의 바람이 이러한 유희로 투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1일, 중국 국무원은 허베이(河北)성 바오딩(保定)시에 소재한 슝(雄), 룽청(容城), 안신(安新) 등 세 개의 현을 슝안신구로 개발한다고 공포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중국 내에서 19번째 개발되는 국가급 신구이자 400여개의 특구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슝안신구에 관심이 몰린 이유는 선전(深圳)경제특구, 상하이푸둥(上海浦東)신구에 이어 25년 만에 최고지도자의 결정에 의해 신구가 개발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후 중국 정부의 슝안신구 개발 목적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쏟아졌다. 먼저 경제적인 관점에서 선전경제특구, 상하이푸둥신구와의 비교, 징진지 프로젝트와의 연계 등을 통해 수도권의 혁신 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성장 동력의 창출이라는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년 내 2조4000억 위안이 투자될 계획이고, 막대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슝안신구 개발을 공포한 4월 1일, 선전의 재도약을 이끈 쉬친(許勤) 선전시 서기가 승진 후 불과 3개월 만에 허베이성 부서기로 임명됐다.

동시에 톈진(天津)의 빈하이(濱海)신구 개발을 이끈 위안퉁리(袁桐利) 허베이성 부성장이 슝안신구준비공작위원회 임시서기로 내정됐다. 이 사실을 통해 특구 개발과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중국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해석도 널리 소개되고 있다.

슝안신구 조성을 위한 청사진을 통해 어떠한 산업이 향후 중국 경제를 선도할 것인지에 대한 견해도 눈에 띈다. 지난 2월 말, 슝안신구규획건설공작좌담회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제시한 슝안신구 조성 7대 중점 임무에는 △친환경 △스마트 △생태 △최첨단산업 △혁신 △공공인프라 △공공서비스 △효율적 교통망 △체제 및 메커니즘 개혁 △전방위적 대외개방 △대외협력의 새로운 플랫폼 등의 키워드가 포함됐다.

풍수학적 관점도 흥미롭다. 역대 중국의 고도를 보면, 강을 의미하는 수룡과 산을 의미하는 토룡이 조화를 이루면 왕조가 번영을 누렸다. 반면, 이들의 조화가 깨지면서 왕조가 쇠퇴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베이징은 쿤룬(崑崙)산맥, 치롄(祁連)산맥, 허란(賀蘭)산맥, 옌샨(燕山) 등 중국 북방지역의 대표적인 산맥들이 서부에서 동부로 이어지며 모이는 지역이다. 또한 징항(京杭)대운하와 황허(黃河)가 만나는 지역이기 때문에 토룡과 수룡의 기운을 받아 발전해 왔다.

그러나 서북쪽에서 불어오는 황사로 인한 사막화와 대기오염의 심화,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한 수자원의 부족이 가속화되면서 토룡과 수룡의 조화에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는 새로운 백년을 꿈꾸는 중국의 쇠퇴를 초래할 위협이 됐다.

따라서 중국정부가 대안을 모색한 지역이 바로 슝안신구이고 룽청, 안신, 슝의 중간에 위치한 바이양뎬(白洋淀)이라는 허베이성 최대의 담수호를 통해 수룡의 기운을 회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 내부와 달리 해외에서는 슝안신구의 정치적인 목적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마오쩌둥(毛澤東) 이후 처음으로 시진핑이 ‘천년대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1958년 마오쩌둥이 싼샤댐 건설 계획을 ‘백년대계가 아닌 천년대계’라고 언급한 이래, 그 어떠한 지도자도 ‘천년대계’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제18차 6중 전회에서 덩샤오핑(鄧小平)과 장쩌민(江澤民)에 이어 ‘핵심’이라는 칭호를 받은 시 주석이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권위를 더욱 강화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전경제특구를 조성한 덩샤오핑과 상하이푸둥신구를 조성한 장쩌민에 필적하는, 혹은 그 이상의 지도자가 되기 위한 의지가 슝안신구의 개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내재된 목적의 차이가 아닌, 성공 여부에 대한 시각 역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 특히 중국 내 전문가들이 슝안신구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선전이나 상하이푸둥과 달리 슝안신구가 내륙에 위치해 있다는 점, 과거 선전이나 상하이에 기업이 자발적으로 입주한 것과 다르게 슝안신구는 국가가 주도하는 ‘행정조치’에 따라 기업이 입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1980~1990년대와 비교했을 때 글로벌 경기침체의 지속과 외자기업에 대한 세수 혜택 감축으로 외자기업의 투자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슝안신구의 발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슝안신구의 조성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에 대한 진위 여부를 떠나 슝안신구가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끈 제2의 선전경제특구나 상하이푸둥신구로 성장할지, 아니면 빈하이신구와 같이 어느 순간 기억에서 지워진 수많은 특구 가운데 하나로 전락할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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