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의 IT스캐너] 넷플릭스의 한국시장 공략, '가입자' 아닌 '콘텐츠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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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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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가 1억명을 돌파했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내세우며 해외시장을 개척해 유료 가입자를 늘려왔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가입자 1억명 돌파는 큰 성과지만, 유튜브와 페이스북 이용자가 10억명 이상인 것으로 봤을 때 아직 우리에게 기회는 많다고 본다”며 의욕을 나타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하자마자 중국시장 진출도 발표했다. 중국에 직접 상륙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의 자회사 아이치이(iQIYI)와의 제휴를 통해 인구 14억명의 거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넷플릭스는 중국 시장을 뚫기 위해 과거 월트 디즈니와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가 아닌 ‘콘텐츠 기업’으로 진출하는 방식이다. 중국 내에서 콘텐츠 유통은 정치권 인사들과 깊은 파이프를 가진 대기업과 협업하면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바이두를 택했다.

넷플릭스의 중국 수익 모델은 다른 나라처럼 유료회원을 유치해 월정액을 받는 방식이 아닌, 콘텐츠를 제공한 대가로 라이선스를 받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전략이다.  
 

(사진=한준호 기자) 


지난해 1월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국내 유료 가입자 수가 13만명 수준에 그쳤기 때문인데, 이를 두고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힘 한번 제대로 못 써보고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애당초 한국에서 가입자 유치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들이 한국시장에서 확보하려 한 것은 가입자가 아닌 콘텐츠였다는 것이 쏙쏙 드러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제까지 미국에서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내세워 해외시장을 개척해왔다. 이제 해외 진출국이 190개 이상으로 확대되다 보니 동영상 시청 환경과 프로그램 선호가 나라마다 다르다는 문제에 봉착했다. 다양한 국가에서 제작한 콘텐츠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지난해 600시간 분량의 자체 제작 콘텐츠를 제공했지만 올해는 이를 1.5배로 늘리고, 제작비도 전년 대비 10억 달러 많은 60억 달러(약 6조8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넷플릭스는 한국 이외에도 일본 등 13개국에서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지만, 콘텐츠 자체 제작 국가를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 나라 콘텐츠의 독점적 글로벌 방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5000만 달러(약 600억원)를 투입해 봉준호 감독과 ‘옥자’를, 인기드라마 ‘시그널’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를 영입해 ‘킹덤’을 제작 중이다. 또 JTBC와 계약을 통해 ‘비정상회담’, ‘맨투맨’ 등 600시간이 넘는 드라마와 인기 콘텐츠의 글로벌 독점 방영권도 얻었다. 

넷플릭스는 동남아, 남미 시장의 유료 가입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그 지역에서 인기가 많은 한국 콘텐츠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향후 해외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유료 가입자를 끌어모을지는 자체 제작 콘텐츠의 양과 질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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