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기로에 놓인 성과연봉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4-28 01: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예견됐던 일이다. 첫 단추부터 엉성하게 끼워진 성과연봉제는 제대로 시행하기도 전에 폐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시작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비롯됐다. 지난 26일 예보 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연봉제 시행에 외부 강압이 있었다며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예보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은 도화선이 됐다. 실제로 현재 금융 공공기관 몇 곳은 성과연봉제 시행에 반대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예보노조가 총대를 멨다'는 안타까운 목소리도 나왔다. 

성과연봉제 시행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금속노조를 아니꼬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문재인 후보를 등에 업고 기자회견까지 강행했다는 것이다. 앞서 19대 대선에서 문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금속노조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정책협약을 통해 성과연봉제 폐기를 약속했다.

사실 성과연봉제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은 것은 도입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능하게 취업규칙까지 바꿨다. 이에 노조는 노조나 근로자 과반의 동의가 없다면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일 잘하는 직원에게 월급을 더 주고, 못하는 직원에게 덜 주는 방법으로 직원 스스로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 평가 기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부서 특성상 성과를 평가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하지만 현재 금융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호봉제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근무 실적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일하는 기간이 길수록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는 조직과 조직원을 안일하게 만든다. 게다가 금융 공공기관 신입 평균 초임은 4000만원에 육박한다. 첫 시작부터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시간 경과에 따라 자연스레 급여가 올라가는 건 불합리하다.

금융권에서도 호봉제 개선에 대해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호봉제 폐지가 성과연봉제 도입 찬성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노조에서도 무조건적인 성과연봉제 폐지를 주창하기보다 대안을 고민해 사측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 사측은 전 직원이 공감할 수 있도록 투명한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임금 협상의 근본은 양측 간의 동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