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훅’ 들어온 4차 산업혁명, 느껴지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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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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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생활경제부장]

아주경제 김진욱 생활경제부장 = 회사 인근 한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을 들렀을 때다. 출입문을 열자 바로 키오스크(무인 주문결제단말기)가 눈에 들어온다. 카운터에 가서 메뉴를 얘기하던 예전과 달라 낯설지만 키오스크의 안내문을 따라하니 그리 힘들지도 않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메뉴를 고르고 신용카드를 긁어 결제했다. 이후 주문한 메뉴의 고유번호가 카운터 위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나타난다. 점원에게 고유번호가 찍힌 영수증을 보여주니 음식을 내준다. 

불과 몇 년 전 패스트푸드점의 주문풍경과 비교해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한층 빨라졌고 한층 편리해졌다. 산업계는 물론 경제 전반에 걸쳐 요즘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한 단면이다. 

4차 산업혁명이 사회적 패러다임으로 본격 달아오른 건 지난해부터다. 산업현장 곳곳에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증강현실(VR·AR),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사례가 늘면서 지난해 과거 3차 산업혁명까지의 시대상과 확연히 선을 긋는 시도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게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1차 산업혁명, 20세기를 전후한 전기동력 기반의 2차 산업혁명, 그리고 20세기 후반 컴퓨팅 기술 기반의 자동화된 생산체계를 선보인 3차 산업혁명과 비교해 지금 우리시대는 크게 달라졌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파고는 IT 등의 산업군에서 거세지만 우리가 피부 깊숙이 느낄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유통분야다.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상품이 전달되는 과정이 복잡한 기존 구도가 4차 산업혁명의 ICT 발전을 통해 간소화되고 편리함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통업계는 지금 일대의 변혁기에 다다랐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마케팅이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AI·IoT·VR·AR를 활용한 쇼핑 도구가 주목받는 등 상전벽해를 방불케 한다.

지난 1월 아마존이 시애틀에 오픈한 무인 식료품 매장 ‘아마존고(Amazon Go)’가 대표적 사례다. 고객들은 아마존고 매장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마음껏 담은 뒤 그냥 나오기만 하면 된다. 계산을 위해 줄 설 필요도, 지갑을 꺼낼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그냥 물건을 집어들고 나오면 자동으로 계산이 이뤄진다. 

원리는 이렇다. 고객이 아마존 전용 앱을 설치하고 매장에 들어서면 컴퓨터 센서가 이를 자동 인식한다.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면 컴퓨터가 센서로 상품이 출고된 걸 인식하고, 그 상품을 카트에 담으면 딥러닝 기술로 상품의 가격이 책정된다. 선택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제자리에 놓으면 컴퓨터 센서가 다시 초기 상태를 인식한다. 고객이 쇼핑을 마치고 계산대없이 매장을 빠져나가면 아마존 앱을 통해 금액이 결제되고 영수증이 첨부된다.

국내 유통업계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대형채널과 식품기업들은 아마존 못지않게 이제 막 4차 산업혁명의 본진에 속속 합류했다. 롯데는 올초 IBM의 AI 솔루션 ‘왓슨’을 도입해 맞춤형 쇼핑 제안을 하는 ‘지능형 쇼핑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했고 신세계도 빅데이터에 기반한 AI 시스템 ‘S마인드’를 통해 고객의 성별, 연령, 구매패턴, 빈도 등 100여개 변수에 대한 빅데이터를 축적한 개인화 쇼핑 시스템을 선보였다.

배달 주문이 많은 치킨·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경우 챗봇(Chatbot·채팅로봇) 도입이 활발하다. BBQ가 네이버와 함께 챗봇 주문 서비스를 시작했고, BHC는 창업 상담 챗봇을 개발했다. 도미노피자 역시 지난 2월 외식업계 최초로 챗봇 주문 서비스를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준 이기(利器)로 소비자들은 이제 한층 편리하고 개인화된 쇼핑이 가능해졌다. 다만 편리함의 반대급부로 기업현장에서 사람의 노동이 줄고 불필요해진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직원의 도움없이 상품의 계산과 포장이 가능한 편의점이 등장해 주목받았다. ‘레지 로보’라는 로봇 점원이 일을 하기 때문인데, 이용자들은 사려는 상품의 바코드 부분을 리더기에 터치한 뒤 바구니에 담고 계산대로 가져가기만 하면 결제와 포장까지 이 로봇이 대신 처리해준다. 이 편의점은 레지 로보 덕분에 2018년까지 종업원 수를 현재의 10% 가량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불과 지금이 아니더라도 국내의 경우, 하이패스 도입으로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일하던 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금 한참 불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이렇듯 편리함의 이면에 '실업자 양산'이라는 씁쓸함도 동시에 가졌다.  

또 하나. 아마존고와 같은 무인시스템이 이미 우리 삶에 바짝 다가왔지만, 정작 앞선 사례처럼 햄버거 하나를 주문하면서 점원과 말 한마디를 나누지 않아도 되는 '이상한 편리함'이 아직은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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