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민심탐방] ② "보수 텃밭? 옛말이라예" 달라진 PK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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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2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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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 입장한 뒤 환호하는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부산이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이니, 한나라당이니 찍는다는 거 다 옛날 말입니더. 끝까지 좋게 임기 마치는 대통령 찍어줘야지예."

지난 21일 밤 8시께, 부산의 번화가인 진구 서면의 쥬디스 태화백화점 앞.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유세를 바라보던 70대 여성이 말했다. 인근 건물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다는 이 여성은 그러나 "아직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장미 대선을 코앞에 두고, 부산·경남(PK)의 민심은 보수 정서를 벗어나 중도 진보로 흐르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PK 지역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만 8명을 배출했다. 박근혜 정부 말미에 들어서면서 점차 야성(野性)이 짙어진 모양새다.

지지율 선두를 다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일제히 PK 지역을 방문한 지난 주말, 본지는 부산과 울산·창원 등지에서 시민들을 만나 PK 지역의 민심을 들여다봤다. 문 후보가 다소 우세한 가운데 안 후보가 뒤를 쫓는 형국이었다.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을 잡기 위해서라도 '앞으로'가 중요한 때다.

◆ "지역주의는 사라진 지 오래" PK, '문재인 VS 안철수' 양강구도 부각

1979년 '부마항쟁'의 촉발지로 야성이 강했던 부산은 1990년 3당 합당을 계기로 보수의 싹이 텄다. 옛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져 온 표심은, 보수정권 10년을 거치며 차츰 균열이 일어났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저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데 여자친구는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할 거래요. 저희 집 가족들은 일단 다 문재인 후보 지지해요." 21일 저녁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만난 한 커플의 남성(29)이 말했다. 곁에 있던 여성(31)은 "예전에는 부산이 보수정당을 찍었는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다"면서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를 보고 있는데, TV토론회를 보면서 마음이 좀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면 천우장 인근에서 만난 20대 여대생은 이번 대선이 첫 투표다. 이 여성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해 묻자 "여성비하 발언 등으로 주변 친구들은 다 싫어한다"면서 "우리 가족들은 이번에 다 문재인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나온 후보 중에 보수 후보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문 후보나 안 후보를 향한 지지도 상승은 부산지역이 보수의 색을 벗고 중도 진보로 향해 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영남지역 전반으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앞서 같은 날 오후 울산 롯데호텔 앞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울산이 옛날에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아성이었는데, 새누리당 국회의원 6명 다 뽑아줘도 울산이 발전된 게 하나도 없다"면서 "이제 다 타파하려면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며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나라에 좌·우파가 어디있노, 나라 살림 살릴 사람 뽑아야지"라고 덧붙였다. 

22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소답시장에서 조개 등 해산물 좌판을 깔고 30년 장사를 해왔다는 김모씨(57)는 지지하는 후보를 묻자 "나는 무조건 1번이라예"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모든 사람을 포용할 줄 알고 못 사는 사람들도 이해할 줄 알아야 되는 거 아입니꺼. 문재인 후보가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것 같아요"라고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마산 회원구 구암동에 거주하는 홍원일씨(73·남)는 "지금 지역주의는 거의 다 사라졌다고 봐야 됩니더"라며 "문재인 후보는 문제가 많아 보이고, 홍준표 후보는 경남도지사 때 무상급식 중단으로 인기가 많이 떨어졌어예. 안철수 후보가 믿을 만한 사람 같습니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매주 진행하는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를 살펴보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각 정당 경선이 마무리되기 시작한 3월 말~4월 초부터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이 도합 60%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보수정당의 후보인 홍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합한 지지율은 2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소답시장에서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부동층 "사람 못 믿겠다, 공약 살필 것"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 가운데는 홍 후보 등 보수정당을 향한 지지층도 일부 있었지만 부동층이 다수였다. 대부분 공약을 보고 후보자를 결정하려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자세한 공약은 알지 못한다는 반응이었다. 

21일 울산 남구 삼산동에서 만난 김인순씨(54·여)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는 "원래는 안희정씨를 지지했는데 떨어졌잖아요. 근데 또 문재인 후보는 싫고, 가족들도 다 그래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게 됐어예"라고 말했다. 실제로 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안희정 충남지사를 향했던 지지율이 민주당 경선 직후 고스란히 안 후보에게로 향하며, 한 자릿수이던 안 후보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대로 올랐다. 안 후보로서는 튼튼한 지지층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창원 소답시장에서 30년째 횟집을 운영하는 이용덕씨(58·남)는 "그래도 안보가 최고가 아니겠나. 문재인 후보는 그런 면에서 쪼매 그렇지~"라며 홍 후보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고 전했다.

그는 "아무래도 (보수정당을) 배신하믄 되겄나. 문 후보 안 찍을라고 모임도 많이 합니더"라며 "문 후보는 북한하고 너무 가까운 것 같아. 그게 마음에 안 들어예"라고 덧붙였다. 

부동층은 대통령 탄핵 등을 겪은 일련의 사태를 바탕으로 '정책'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울산 삼산동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한 대선 후보의 선거 홍보물을 받아들고 "이제 더 이상 사람은 믿을 수가 없어예"라며 "공약 보고 찍을 겁니더"라고 말했다. 

창원시 의창구에서 만난 한 여성(53)도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안철수 후보가 우세한 것 같은데, 아직 정책을 좀 더 봐야 될 거 같다"면서 "다시는 그런 대통령(박근혜 전 대통령)을 뽑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들은 다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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