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뇌물죄 확정되면 잠실 롯데면세점 특허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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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24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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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신동빈 롯데 회장이 서울 잠실면세점(월드타워점) '부활'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70억 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관세청은 이 뇌물죄가 확정되면 잠실면세점의 특허(영업권)를 취소할 방침이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중국인 매출이 절반가량 줄어든 롯데면세점으로서는 '설상가상'격으로 연 1조 원대 매출(잠실면세점 목표)을 잃는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이뿐 아니라 이익의 대부분(90% 이상)을 면세점 사업부에 의지하는 호텔롯데의 상장 자체가 더 어려워지고,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주주 지배력을 줄이고 자신의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신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 구상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결국, 무리한 '잠실면세점 구하기' 전략이 부메랑이 돼 경영권마저 흔드는 상황이다.

◇ "공고한대로 거짓·부정 행위 밝혀지면 특허 박탈"

롯데 잠실면세점 관련 뇌물 혐의가 법정에서 확정 판결될 경우에 대해 하변길 관세청 대변인은 24일 "입찰 당시 공고한 기준에 따라 잠실면세점 특허는 박탈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초 관세청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서울 면세점 입찰을 뒤로 미뤄야 한다"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입찰 강행 방침을 밝히면서, "의혹을 받는 업체가 심사에서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관세법상 특허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거짓·부정한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정된다면 당연히 특허가 취소될 것"이라며 '사후 대책'을 공식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후 검찰과 특검 수사 결과 신동빈 회장은 결국 지난 17일 박 전 대통령에 대가(잠실 롯데면세점 특허 획득)를 바라고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롯데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관 모금을 통해 최순실 씨가 설립을 주도한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에 각각 17억 원(롯데케미칼), 28억 원(롯데면세점)을 출연한 뒤에도 작년 5월 말 K스포츠재단의 '하남 엘리트 체육 시설 건립' 계획에 70억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검찰 압수수색(6월 10일) 하루 전인 6월 9일부터 13일까지 5일에 걸쳐 70억 원을 돌려받긴 했지만, 검찰은 이 출연과 지난해 3월 14일 신동빈 회장-박근혜 전 대통령 독대의 결과로 '서울 면세점 추가 특허 발급'이 결정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신 회장에 대한 공소장에는 지난해 3월 11일 신 회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만나 잠실면세점 특허 탈락(2015년 11월)에 따른 실직과 고용 문제 등을 거론하며 조속히 서울 면세점 신규 특허를 추진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안 전 수석과의 미팅을 위해 준비한 자료에도 "단기적으로 월드타워 면세점 영업 연장 및 신규 특허 부여, 장기적으로 법률 개정을 통해 특허제에서 신청제로 면세점 제도 개선"이라는 요청 사항이 적혀있다는 것이다.

롯데는 이런 혐의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2015년 11월 잠실 면세점(월드타워점)이 특허 경쟁에서 한 차례 탈락했기 때문에 특혜와 거리가 멀고, 이후 서울 신규 면세점 추가 승인 가능성도 신동빈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3월 14일)보다 앞선 지난해 3월 초부터 이미 언론 등에서 거론된 만큼 독대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는 해명이다.

관세청의 '유죄 확정 시 특허 박탈' 방침에 대해서도 롯데 관계자는 "잠실면세점 특허가 특혜가 아니라는 점을 향후 재판에서 해명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이 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롯데면세점, 홍보라인 특진 등 '샴페인' 터뜨리다 다시 '긴장'

작년 12월 입찰 결과 잠실면세점 특허를 되찾아 축제 분위기였던 롯데면세점도 최근 잠실면세점 건으로 총수가 다시 기소되자 긴장하는 분위기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1일 자로 홍보팀장 등을 '특진'시켰다. 롯데 관계자들에 따르면 잠실 롯데면세점 특허 재탈환 과정에서의 활약 등이 특진의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선욱 대표도 최근 단행된 대대적 조직 개편과 인사 과정에서 유임됐다.

그룹의 최고참 실세인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이나 소진세 사회공헌위원장조차 지난 2월 말 인사에서 '현재 재판 등에 연루된 만큼 국민 정서를 고려했다'는 이유로 부회장 승진이 무산된 터라, 재계는 물론 롯데 내부에서조차 롯데면세점의 특진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롯데면세점의 경우 최순실 게이트 관련 잠실면세점 특혜 건으로 최근까지 장선욱 대표가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고 신동빈 회장이 기소된 데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입점 비리' 건으로 총수 일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까지 구속된 만큼 잠실면세점 재허가의 공을 따질 게 아니라 '자숙'할 상황이라는 게 롯데 안팎의 중론이다.

재계에서는 잠실면세점의 '조기 부활'에만 집착해 결국 그룹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은 경영진과 실무진의 '오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2015년 11월 서울 면세점 특허전에서 롯데 잠실면세점이 탈락한 직후 면세점 업계에서는 "삼성동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의 특허가 2017년 끝나면 재승인을 신청하고, 관세청과의 협의 등을 통해 입지를 잠실 롯데월드몰로 옮기면 잠실점을 되살릴 수 있다"는 현실적 대안이 제기됐다.

하지만 잠실점을 비워놓고 1년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었던 롯데와 롯데면세점이 '면세점 특허 추가'를 목표로 잡고 무리하게 여론몰이와 정관계 상대 설득에 나서 결국 자기 발목을 잡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실제로 탈락 직후인 올해 초 잠실점 직원들은 수차례 국회 앞에서 피켓 집회를 열어 고용 불안을 호소했고, 비슷한 시점에 업계에서는 "롯데 대외협력 조직이 잠실점 특허 재승인을 위해 뛰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롯데 로비나 대관 활동과의 관련성은 향후 재판에서 가려지겠지만, 정부는 3월 31일 결국 '5년 한시 특허제 철폐' 등 면세점 제도 개선안을 내놨고 한 달 후 4월 29일 관세청은 "한류 확산 등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특수에 대비한다"며 서울 시내 4개 면세점 특허권 추가 계획을 발표했다.

shk999@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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