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칼럼] 똑똑한 농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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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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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제훈 농촌진흥청 연구관 ]


필자는 지난주에 중국 농업기계박람회에 다녀왔다. 유엔아태경제이사회위원회 산하기관인 지속가능한 농업기계화센터의 초청으로 아태지역의 농업기계화 협력방안 회의에 기술위원 자격으로 갔다가 시간을 내서 박람회를 둘러보고 남경 농업기계화연구소도 방문했다.

친환경, 정보통신기술을 융복합한 농업기술과 스마트팜, 농업용 로봇,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혁신적인 신기술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양한 농기계를 보며 유독 눈에 띠는 것이 지구측위시스템(GPS) 안테나다. 10여 년 전부터 모든 자동차에 네비게이션 구동을 위한 GPS 안테나가 달려 있듯이 농기계에도 GPS 안테나가 달려있었다.

농사를 짓는 땅도 위치별로 땅심이 다르기에, 그 위치에 맞는 최적의 처방을 내리기 위해서는 정확한 위치 측정이 필요한 것이다. 특정 위치에 비료를 얼마나 뿌렸고, 그 위치에서 수확량이 얼마나 나왔는지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여 내년에 농사지을 때 기초 자료로 활용하여 최적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술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농업기계가 그렇게 똑똑해졌고, 농민도 그런 기계를 운영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제는 도시에서 일하다 할 일 없으면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을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매년 1월에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는 전자통신업계의 최신 기술과 동향을 알리는 전시회로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올해는 150여 국에서 3,8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했고, 16만 5천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다양한 기술을 선보인 이 행사는 처음에는 가전제품 박람회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가전 및 전자 제품과 자동차, 이동통신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참가한다. 3~4년 전부터는 자동차 회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왜냐하면, 자동차의 영역이 단순히 자동차 기술과 디자인을 넘어서 운전자의 라이프스타일까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면 모터쇼와 가전 전시회의 경계가 없어질 것 같다.

올해 첫 선을 보인 ‘커넥티드 카’는 자동차와 IT기술을 접목시킨 것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자동차이다. 주위 차량과 스스로 통신하며 위험을 피해 안전하게 운전한다. 향후에는 자율 주행이나 자동차의 자동 충전, 그리고 운전자의 건강 상태나 혈중 알코올 농도를 파악하여 운전 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진화될 것이라고 한다.

코파일럿(co-pilot)시스템도 눈길을 끌었다. 운전자의 음성과 얼굴을 인식하고 입술 모양만으로 명령어를 읽어내며 운전자의 시선과 감정을 파악한다. 운전을 하면할수록 운전자를 파악하는 눈치(?)가 빨라져 운전자의 마음을 더 잘 읽게 되는 것이다. 바야흐로 자동차와 운전자가 일심동체가 되고 있다.

자동차의 변화에 발맞춰 농기계도 그렇게 될 것이다. 농사를 오래지은 기계가 더 똑똑해져 토양과 작물 건강도를 보면서 주인에게 최적의 수익을 내줄 것이다. 어디까지가 농기계고 어디까지가 농민인지 구분이 모호할 지경이 될 것이다.

자동차 산업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에너지는 석유에서 전기로, 운전은 사람에서 인공지능으로, 소재는 철에서 나노소재로, 활용은 목적지까지 안전한 이동과 수송에서 가는 동안 유쾌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농업기계도 똑같이 바뀔 것이다. 전기를 쓰고, 인공지능이 운전하며, 기계가 농사짓는 동안 농민은 풍요로운 농촌을 즐길 것이다.

우리 앞에 이미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사회는 융합과 연결이 핵심이다. 이제는 자동차-집-도시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도시와 농촌이 연결되어 있고, 소비자와 농민도 연결되어 있다.

농촌에 사는 사람을 촌스럽다고 놀릴 일이 아니고, 도시에 살면서 풍요롭게 산다고 뻐길 일도 아니다. 기계와 사람이 상생하듯 도시와 농촌도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성제훈 농촌진흥청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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