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민심탐방] ① 서울의 민심...“후보들 간 발전 있는 대화가 오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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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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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인천 부평역에서 유세를 하던 도중 지지자와 포옹하며 웃고 있다.[사진=이창환 김지윤 인턴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유세전을 열고 있다. [사진=김지윤 인턴기자]]


아주경제 이창환·장은영·김위수·김지윤 인턴기자=5월 9일 치러지는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 주말과 휴일에는 PK지역 공략을 위한 후보들의 유세전 외에는 2차 스탠딩 TV토론 일정으로 비교적 차분한 시간을 보냈다. 조기 대선에 따른 짧은 선거운동 기간으로 인해 다른 대선에 비해 ‘미디어선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TV 토론의 선전 여부에 따라 지지율 변동 폭도 점차 심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과연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난 각 후보에 대한 지지율과 바닥 민심은 얼마나 일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본지는 앞으로 5회에 걸쳐 각 지역별로 바닥 민심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기획은 살아있는 생생한 민심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19대 대통령 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첫 주말과 휴일을 맞은 서울 도심은 대규모 유세 대결보다는 요란한 현수막과 유세차량의 확성기 소리를 통해서만 선거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21일부터 22일까지 PK지역에 공력을 쏟아부었다. 22일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만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유세전을 펼쳤고, 안 후보는 2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세전을 펼쳤다.

그래도 서울지역의 대선 관심은 높았다.

◆ 안보이슈 공방에 관심 후끈

지난 19일 1차 스탠딩 TV토론은 우리나라 대선 운동의 새로운 역사로 등재됐다. 후보들이 원고도 없이 즉석에서 벌인 토론을 지켜본 시민들이 절반에 가까웠다(점유율 기준 TV를 보는 사람들의 절반이 시청).

23일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1차 대선후보 토론회 역시 스탠딩으로 진행됐다. 스탠딩 토론이 TV토론의 새로운 절대 강자로 등극한 것이다.

두 번에 걸친 스탠딩 토론에서 가장 이슈가 된 것은 안보 관련 사안이었다. 문 후보의 ‘주적’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과 함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회고록 논란에 따른 공방이 이어졌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의 생각은 연령별로 크게 달랐다. 22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만난 75세의 어르신은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애국심”이라며 “안보에 대한 후보의 생각을 검증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일 서울 까치산 근린공원에서 만난 60대 남성 역시 “젊은 애들이 6·25 같은 전쟁을 겪지 않아서 문재인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까치산 시장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이산가족들 생각하면 빨리 통일이 돼야 한다”며 “적이라고만 하고 대화를 끊으면 못쓴다”고 반박했다.

젊은 층의 경우도 안보 이슈에 대한 생각은 엇갈렸다. 21일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만난 30대 송모씨는 “적폐 청산의 적임자라는 측면에서 문 후보를 지지했지만, 보면 볼수록 안보에 대한 확신이 안 든다”고 꼬집었다.

이에 반해 서울 강서구 까치산 시장에서 만난 30대 박모씨는 “보수와 진보, 이분법적인 진영 논리를 대선 때마다 반복하는 것이 지겹다”고 지적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와 관련해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대선후보가 갖는 안보관, 대북관이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현재 지지층을 놓고 겨루는 선거 판세에 바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진단을 내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22일 서울역 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장은영 인턴기자]]


◆ TV 토론회의 재발견

지금까지 진행된 TV 토론을 통해 주목을 받고 있는 후보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다.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40대 이모씨는 “유승민 후보의 토론을 보면서 반했다”고 말했다. 유 후보에 대한 호감도 상승은 비단 일반 시민뿐 아니라 정치평론가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티타스 칼리지 교수는 스탠딩 토론 직후 본지 기고를 통해 “이번 토론회는 지금의 국민여론 지형인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를 반영하지 않는, 민심과 거리가 먼 '중도수렴과 숙의가 없는 좌우극단의 토론회”였다고 규정하면서 유 후보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 후보 못지않게 심 후보도 TV토론을 통해 인지를 올렸다. 다만 문 후보에 대한 공격으로 인해 후폭풍을 심하게 겪기도 했다.
20일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에서 만난 이지연씨(30)는 “사실 심 후보에 대해 그렇게 많이 알지 못했는데 요즘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만리시장에서 광신슈퍼를 운영하는 60대 여성 역시 “TV에서 맨날 봐서 알고 있다. 토론을 잘하더라”고 평가했다.

숙명여대 학생인 정혜연씨(22)는 “심 후보가 TV토론에서 홍준표 후보한테 사과를 받아낼 때 정말 통쾌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5일 열릴 JTBC 대선 토론이 향후 판세를 가를 변곡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희망페달자전거유세단 발대식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사진=김위수 인턴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신촌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 김지윤 인턴기자]]


◆ 대선 공약이 안 보인다

이번 대선 민심탐방을 통해 발견한 것은 대선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각 후보가 내세운 정책 공약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선거 유세가 상대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위주다 보니 후보의 공약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기보다는 후보 이미지에만 치중해 선택하게 된다.”

2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근에서 만난 30대 남성의 지적은 날카로웠다.

취업 준비생인 유모씨(26)도 “TV 토론을 모두 봤지만 각 후보들이 어떤 비전과 공약을 내세우는지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고 밝혔고, 신림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남성 역시 “후보의 공약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토로했다.

네거티브 공세에 이어 안보 이슈로 공방이 옮아갔지만, 정작 유권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책 검증에 대한 공방은 아직까지 보이질 않는다.

대선이 불과 15일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TV 토론에만 의지해서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블라인드 선택’에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TV 토론이 가진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네거티브 공방으로 이어질 경우, 유권자의 선택은 좁아지며 그만큼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도 늦어질 수 있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재래시장에서 만난 60대 이모씨는 “여야를 떠나서 대통령 자리를 꿰찰 생각은 그만하고 발전 있는 대화가 오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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