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人터뷰①] “사드 문제, 이미 엎질러진 물…관광산업 질적 성장 기회로 삼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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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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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이어 잇따른 악재 속 신속한 대응 평가

  • 유커 대신 내국인 관광객 특수로 빠른 회복세

  • 사드 배치 논의 과정 유감…“새 정부 최우선 과제”

원희룡 제주지사는 아주차이나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게 사드 문제 해결을 바라는 것은 우리의 일방적인 희망사항일 수도 있다”며 제주 관광산업 발전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차이나 김봉철 기자 = “감기 바이러스는 언제든지 올 수 있지만,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제주 관광산업을 질적으로 성장시킬 기회로 삼고 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53)는 최근 아주차이나와의 인터뷰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는 미국과 중국, 북한이 복잡하게 맞물린 고차방정식”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관련기사 3면>

원 지사는 사드 문제를 ‘엎질러진 물’로 비유했다. 그는 지난달 2일 중국의 한국 관광금지령, 이른바 금한령(禁韓令)이 알려진 이후, 곧바로 다음날인 3일 도 및 관광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시작으로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하며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한 달 반 동안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기 위해 동분서주한 결과, 오히려 그동안 소외됐던 국내 관광객의 대거 유입으로 정상화 단계에 올라섰다는 게 그의 평가다.

원 지사는 “단기적으로는 중국 관광객이 빠져나간 자리를 내국인 관광객이 메워주고 있는 덕에 전체 관광객의 수가 오히려 8%대로 증가했다”면서 “이 추세로 가면 중국인이 없는 채로 총 관광객 수가 신기록을 깨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단체관광객 위주의 획일화된 서비스, 공간에 대한 선점 등을 불편해하던 내국인 관광객의 불만이 해소된 측면이 있다”면서 “제주 동문시장은 오히려 장사 더 잘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래픽= 아주경제 김효곤 기자 hyogoncap@ ]



지난해 외국인관광객 360만명 중에 중국인이 306만명(83%)에 달할 정도로 최근 몇 년간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遊客)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에 따른 제주도의 타격은 심각했다.

2016년 63만명이었던 유커는 올해 45만명(4월 16일 기준)으로 28.3% 감소했으며, 사드 영향이 본격화된 시점인 지난달 2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무려 71%(32만명→9만명)나 줄어들었다.

항공편과 크루즈 운항 중단·축소, 여행사 예약취소, 면세점·호텔·전세버스·관광음식점·쇼핑상가 등 중국인 고객 대상 사업체들은 일제히 비상에 걸렸다.

원 지사는 “단체관광은 3월 15일 이후로는 전면 금지됐기 때문에 유커는 전혀 안 온다고 봐야하고 크루즈 관광객 역시 마찬가지”라며 “하루에 5000~6000명이 오던 중국인 관광객이 지금은 1000명이 채 안 되는 10분의1에 불과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제주도에 진출한 중국인 고객 대상 일부 사업체들 역시 피해를 봤다. 경제보복 조치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도내 일반여행업체 326개소 중 78개소가 중국인 설립업체(24%)로 집계되고 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호텔, 콘도, 외식업체, 사후면세점도 대부분 휴업에 들어갔으며, 고용됐던 중국인들도 상당수 실직했다.

원 지사는 “이번에는 사드지만 다음에는 또 어떤 한·중 간의 외교 문제가 나올지 모르지 않느냐”면서 “관광객 숫자에 매달릴수록 중국의 외교적 입김에 제주관광 의존도가 커지는 잘못된 학습효과를 중국에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제까지 중국인만 바라보고 영업을 할 수는 없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서 튼튼한 체계를 갖추고 해외시장을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빠른 정상화의 요인으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학습효과’를 첫손에 꼽았다. 원 지사는 “2015년 메르스, 2016년 사드 등 본의 아니게 2년 연속 센 예방주사를 맞았다”면서 “심적으로는 인명이 걸린 메르스 때의 긴장감이 컸는데 당시 위기를 돌파했던 경험과 저력이 이번에 좋은 약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도는 메르스 사태 이후 2016년부터 △시장다변화 △개별관광 육성 △만족도 제고 △체류일수 △지출비용 질적 성장 등 5대 지표를 수립, 수행해왔다.

원 지사는 사드 배치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사드 부지를 정할 때까지 부인도 긍정도 없이 3년가량 시간을 끌다가 결국 스스로의 결정으로 사드를 도입했고, 심지어 중국과 논의하는 과정이 없었다”면서 “그런 부분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담당자들에 대해 큰 의문점과 유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주한 미군의 무기 선택과 운용 문제를 두고 한국이 중간에 끼어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쉽지는 않겠지만 새로 들어설 정부가 미국, 중국과 풀어나가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극단적인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한국이 일방적인 중국 편들기로 가기는 힘들다는 것을 중국도 이해해야 한다”면서 “한국은 엄연히 한·미동맹에 의한 국가이고, 주한미군의 무기체계 때문에 ‘미국과 갈라서야 한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그는 미·중 회담 결과와 관련해서도 “사드 문제가 한국의 ‘애로사항’이 돼 버린 상황에서 우리가 주도적인 발언권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사드 문제 해결을 바라는 것은 우리의 일방적인 희망사항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원 지사는 “올해는 한·중 수교 25주년이기도 한데 군사적인 문제를 가지고 민간 분야에 일방적으로 보복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고 우리도 단단히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서 “이미 닥친 현실이기 때문에 이겨내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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