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제2의 마오타이, 칭다오맥주' 꿈꾸는 중국의 라오쯔하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4-20 0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세계 1위 주류업체 마오타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칭다오맥주는 '라오쯔하오'

  • 라오쯔하오란? 오랜 전통을 가진 유서깊은 가게… 모두 1128곳

  • 전통의 현대화로 성공해 총리가 극찬한 '페이거' 자전거

  • 현대화 발전에 뒤쳐져 파산하기도… 352년 역사 '왕마쯔' 가위

페이거 자전거 공장을 방문한 리커창 총리가 '스마트 자전거'를 체험한 후 "내가 직접 광고모델을 하고 싶다"고 극찬했다. [사진=웨이보]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1. 중국 고급술의 대명사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가 최근 조니워커로 유명한 세계적인 위스키 업체 디아지오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류회사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중국 증시에서 마오타이 시가총액은 50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80조원이 넘는다. 우리나라 시총 2, 3위인 SK하이닉스, 현대차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800년 전통의 마오타이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대표적인 중국 고량주 기업이 됐다.

[관련기사] [차이나리포트] "한중수교酒, 덩샤오핑 신발, 부시 자전거…" 중국 백년 전통 브랜드에 얽힌 이야기

#2. 쑨밍보(孫明波) 칭다오맥주 회장은 지난 3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 “칭다오맥주를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명품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품질의 특색화된 중국산 제품으로 중국 브랜드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칭다오맥주는 중국을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다. 작년 12월 기준 칭다오맥주의 브랜드 가치는 357억8700만 위안(약 6조원)으로 매겨졌다.

마오타이와 칭다오맥주. 둘 다 중국을 대표하는 명품으로 성장한 라오쯔하오(老字號)다. 라오쯔하오는 단순히 말하면 노포, 오래된 점포다. 대부분 명·청 시대부터 대대로 전해 내려온 유서 깊은 곳으로, 업종도 식품·약품·공예품·의료·차 등으로 다양하다. 마오타이나 칭다오맥주 외에도 오리구이 집으로 유명한 취안쥐더(全聚德), 퉁런탕(同仁堂)약국 등이 대표적인 라오쯔하오다.

현재 중국 상무부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공식 인정한 국가급 라오쯔하오는 1128개로, 이들은 평균 16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최근 라오쯔하오는 전통의 현대화, 제품의 표준화, 끝없는 혁신을 통해 중국 명품 브랜드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1936년 톈진 자전거 공장에서 시작한 80여년 전통의 자전거 브랜드 페이거(飛鴿)가 대표적이다. 마오쩌둥에서부터 덩샤오핑·장쩌민까지, 중국 역대 지도자들이 공업진흥을 외칠 때마다 꼭 한번씩 들렀던 곳이 페이거 자전거 공장이다. 페이거는 1980년대 후반 잘나갔을 때만 해도 연간 자전거 생산량이 700만대에 육박했지만 중국에 자가용이 점차 널리 보급되면서 연간 생산량은 100만대 안팎으로 확 줄어 위기를 맞기도 했다.

최근 페이거는 스마트 제조업과 공유경제 활황 속에 ‘자전거 왕국’ 중국을 대표하는 명품 자전거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페이거가 생산한 스마트 자전거를 직접 타보고 한눈에 반한 리커창 총리는 “중국 제조업 고도화를 위해 내가 직접 자전거 광고모델을 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탄소섬유 재질로 만들어져 가벼운 데다가 90여개의 특허기술이 적용된 최첨단 자전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고속성장하는 공유경제도 페이거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  중국 양대 자전거 공유서비스업체 중 하나인 오포의 공유자전거와 협력을 맺은 덕분이다. 페이거 공장은 매달 40만대씩 자전거를 생산하느라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모든 라오쯔하오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1949년 이전까지만 해도 1만여개에 달했던 라오쯔하오는 1991년 1600여개에서 이제 1100여개에 그치고 있다. 현대화 발전에 뒤처지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 탓이다. 그마저도 경영상태가 양호한 라오쯔하오는 20~30%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대부분 경영난에 직면하거나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다.

1930년대부터 80년 가까이 장사를 해오던 광저우 대표 요릿집 다퉁주가(大同酒家)는 지난해 말 결국 문을 닫았다. 한때 광저우에서 가장 호화로운 식당이었던 이곳은 저우언라이, 천이 등 중국 옛 지도자들이 외국 귀빈과 함께 즐겨 찾던 곳이었다.

한때 중국 양대 가위 제조상이었던 352년 역사의 왕마쯔(王麻子) 가위도 지난 2003년 파산을 선언했다. 외국산 가위가 쏟아져 들어오는데 새로운 제품 연구개발에 소홀했던 게 주원인이었다. 파산 당시 왕마쯔 사장은“차라리 계획경제 시대가 좋았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중국 정부가 2006년부터 ‘라오쯔하오 진흥사업’을 통해 이들의 브랜드를 인증하고 육성하는 정책을 수립해 지원하고 있지만 대다수 라오쯔하오는 여전히 과거에 얽매인 채 새로운 혁신 발전의 길을 모색하지 못하고 적자 에 허덕이고 있다. 리이닝 베이징대 교수는 "라오쯔하오를 살리기 위해선 옛 사고에서 벗어나 혁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