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기계적인 펀드 환매, 한번 더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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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2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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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온수 팀장


연초부터 미국에서는 밸류에이션 논란이 불거졌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주식에 대한 향후 3개월 전망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현금 비중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연준 위원들도 증시 거품 논란에 일조했다. 3월 연준 의사록에는 ‘일부 밸류에이션 수치가 역사적인 기준을 상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그래도 증시는 3월까지 꿋꿋하게 버티는 모습이었다. 기업실적도 그런 대로 회복되면서 강세장이 이어졌다. 그런데 4월로 넘어오면서 미국 고용지표 부진으로 경기하방 위험이 부각되었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불거졌다. 미국의 시리아 폭격과 연이은 핵 항공모함의 한반도 배치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그 결과 시장 공포지수인 VIX지수가 급등했다. 금값은 연중 최고치에 근접했고, 채권금리는 2.2%대로 내려앉았다. 트럼프 취임 이후 지속된 허니문 랠리가 종료되면서 시장이 쉬어가는 길목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향후 시장을 어떻게 판단할지 국내 증시를 둘러싼 위험요인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절정을 지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수차례의 핵실험에도 무던하게 반응했던 국내 증시다. 이번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동북아 정세가 그만큼 급변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북정책은 경제 및 정치 제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군사옵션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핵 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 항모전단이 한반도로 급파되었고, 북한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MOAB(Mother of All Bombs)를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전 사용함으로써 군사적인 경고 메시지까지 보냈다.

북한도 날카롭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의 외무성 부상은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경발언을 쏟아냈고, 태양절을 맞아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은 높아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선제 타격 가능성을 포함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경제적인 문제를 안보 문제와 연계하겠다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낸 것으로 미국이 두 개의 전쟁을 치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경험적으로도 북한이라는 정치적 리스크는 그 동안의 학습효과로 보았을 때 증시 영향력이 지속적이지는 않았다.

다음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유동성 축소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3월 FOMC 의사록에는 보유자산 재투자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언급되었다. 유로존은 경제지표 호조, 물가상승 압력으로 양적완화(QE) 종료 및 예금금리 마이너스 정책의 종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흥국 입장에서 본다면 연준의 긴축 속도가 중요하다. 예상보다 통화긴축이 빠르다면 경제체력이 약한 신흥국에는 부담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연이은 금리인상과 보유채권 재투자 중단은 결국 시중 유동성의 흡수라는 점에서 시장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소지는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OSPI지수의 하방은 견고해졌다는 판단이다. 먼저 펀더멘털을 보자. 우선 수출이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초 이후로만 보면 수출은 회복세가 뚜렷하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있겠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중국, 대만 등 주요 수출국의 모멘텀 회복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한국은행의 경기판단도 바뀌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 불확실성은 남아 있지만, 수출 호조와 IT를 중심으로 투자경기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4분기 탄핵시위로 부진했던 내수경기가 올 1분기를 기점으로 회복조짐을 보인다. 고용도 안정을 회복하여 취업자는 다시금 40만명대를 회복했다. 고용률로만 본다면 역대 최고치다.

둘째, 올해 국내 기업의 실적 기대치가 이전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1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한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을 9.9조원으로 제시했다. 시장예상(9.3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다가올 신제품 효과까지를 반영한다면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의 실적개선은 다른 신흥국과 비교하더라도 두드러진다.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을 비교해보면 신흥국보다 한국 EPS의 개선 속도가 빠른 것을 볼 수 있다. 실적개선을 주도하는 업종은 IT, 통신, 소재, 에너지 등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향후 실적 기대감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 KOSPI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14.6% 증가한 121.2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으로 이익 추정과 실제치와의 괴리율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2012~15년까지의 평균적인 괴리율은 20.8%였다. 다만 올해는 2분기가 시작된 지금까지도 실적 추정이 상향조정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어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거품 논란을 겪고 있는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은 높아지고 있다. KOSPI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19x까지 하락했다.

정리하자면 지금 구간을 펀드 환매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국내 증시에 내재된 상수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필자는 대북 리스크가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증시 주변 환경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국내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오히려 하락하며, 투자 매력은 이전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견고해지면서 적립식 투자로 대응해도 부담이 없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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