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미대선의 시작...22일의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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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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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희 시대'를 넘어 '시민의 시대'로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장미대선이 본격 시작됐다. 17일 일제히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도심의 주요 거리에는 대선 현수막이 내걸리고 유세차량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구호를 높이 외친다. 이제야 조금 대선이 시작됐다는 실감이 난다.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실시되는 이번 장미대선은 의미가 각별하다. 한국 사회에 쌓였던 적폐를 몰아내고,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시민들이 촛불혁명으로 앞당긴 선거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박정희 시대’를 역사 속으로 밀어 넣고 이제는 ‘시민의 시대’로 만들기 위한 대장정이 마침내 첫 출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숨 가쁘게 진행돼 온 시간들은 시민들이 주인공이 된 한 편의 대하소설의 흐름과 닮아 있다. 언론에 의해 처음 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났을 때, 아니 그 이전 ‘고구마를 캐기 위해 땅을 팠는데 무령왕릉을 발견했다’는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의 비유에서 나온 정유라의 입학부정 시위가 그 실체를 조금씩 드러냈을 때만 해도 누구도 이런 미래를 상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미미했으나 그 결과는 그야말로 창대했다.

대하소설이 가진 장점 중 하나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 감옥으로 보낸 다양한 인물군은 대하 소설속의 등장인물들처럼 무수한 이야깃거리를 들려주고 있다.

대하소설의 정점은 ‘악의 몰락’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강요, 강요미수, 특가법 상의 뇌물수수 및 제3자 뇌물수수, 제3자 뇌물요구, 공무상비밀누성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죄목은 그야말로 이 시대의 적폐를 고스란히 상징하는 것들이다. 부끄럽다. 참담하다. 왜 이런 부끄럽고 참담함을 시민들이 느껴야 할까?

1000일이 넘도록 맹골수도 바다 밑에서 신음하던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고, 전날 세월호 3주기 기억식이 경기도 안산에서 열렸다.

이 자리를 찾은 대선 후보들은 세월호에 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그 약속이 담은 의미는 이전과 다르다. 그 약속이 중요한 이유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만 ‘박정희 시대’를 넘어서는 ‘시민의 시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하소설은 ‘악의 몰락’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들이 대하소설의 결말과 닮았으면 좋겠다. 아니 꼭 닮아야 한다.

이 시간대는 우리가 잠시 빌려 쓰는 것이며, 미래 세대를 위해 깨끗이 청소해서 잘 건네줘야 한다. 지구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시간도 소중하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기간 동안 TV 생중계를 통해 대선 후보들이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후보 캠프에서는 연일 네거티브 공세를 쏟아 부을 것이다. 현명한 선택은 시민들의 몫이다.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고 옥석(玉石)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선택해야 한다.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키겠습니다, 자유대한민국’(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미래! 변화! 혁신!’(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보수의 새희망!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노동이 당당한 나라’(심상정 정의당 후보)

현수막과 포스터에 내걸린 각 당 후보들의 캐치프레이즈다. 최정호 울산대학교 석좌교수의 글에서 배운 ‘말이 가진 가장 정확한 의미’로서의 그 캐치프레이즈대로만 되면 좋겠다.

22일 뒤에 희비(喜悲)가 교차하는 시간이 왔을 때, 시민들이 희(喜)를 더 느끼기를 바란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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