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스모그는 누구의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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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1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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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發 스모그와 한·중 공동 연구의 필요성

[양철 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외교학 박사)]

양철 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외교학 박사)

올해 1월 한 프로젝트의 현지조사를 위해 1년여 만에 베이징(北京)을 방문했다.

당시 온라인에서는 환경단체인 와일드에이드(Wild Aid) 중국지부에서 제작한 '스모그에 살아남은 미래 중국인들'의 영상이 화제로 떠올랐다. 신생아부터 노인들까지 코 밖까지 자란 코털이 덥수룩하게 자란 모습, 코털관리용 도구를 선물하는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은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었다.

대기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던 2014년에도 베이징에 있었던 필자는 대기오염을 걱정하는 지인들의 당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베이징수도공항에 내리자마자, 코 안이 답답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튿날에는 전방 10m 앞의 물건조차 흐릿하게 보일 정도였고, 베이징의 대기오염이 예전보다 더욱 심각해졌다는 사실을 비로소 실감했다.

2013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베이징의 심각한 대기오염 상태를 빗대어 ‘Air(공기)’와 ‘Apocalypse(대재앙)’의 합성어인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 공기의 종말)’라고 표현하면서 외국인들의 ‘베이징 엑소더스(Exodus)’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한 중국정부는 같은 해 9월, ‘대기오염 방지 및 개선 행동계획’을 공포하며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2017년이 됐지만, 베이징의 공기는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악화됐다.

2010년 이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전 세계 최대의 에너지소비국이자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이라는 불명예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중국은 2009년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코펜하겐 COP15)에서 2020년까지 단위GDP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45% 감축한다고 공언했다.

2015년 제21차 당사국총회(파리 COP21)에서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60~65% 감축하고, 비화석에너지의 사용비중을 20%까지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정부는 이미 2014년부터 석탄에 수입관세를 부가하는 조치를 취했고, 낙후된 화력발전설비와 1000여곳의 탄광 폐쇄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신규 탄광 프로젝트에 대한 승인 중단 등을 결정했다.

지난 1월 발표된 에너지 발전 13차 5개년 계획과 재생에너지 발전 13차 5개년 계획에서도 이러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2020년까지 단위 GDP당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에너지소모량을 각각 연평균 18%, 15%씩 감축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017년도 양회 개최 직전, 신화사가 실시한 2017년도 양회 관심 이슈에서 환경보호 이슈가 소득분배와 부동산 가격 조정에 이어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중국인들이 환경보호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스모그 난민’이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널리 회자되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호흡기 질환 치료제의 매출 증가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30~40%에 육박한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중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제약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전국인대 폐막 언론브리핑에서 한 언론사의 기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에게 “왜 중요한 행사 때에만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느냐”라고 질문을 했다.

‘APEC Blue(APEC藍)’, ‘G20 Blue(G20藍)’, 심지어 올해에는 비록 실패했지만 ‘양회 Blue(兩會藍)’ 등 주요 행사가 개최될 즈음해 반짝 푸른 하늘을 만끽할 수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리 총리는 “맑은 하늘이 ‘사치품’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리 총리의 관련 언론브리핑에 대해 한국에서 많은 보도가 이어졌지만, 주목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리 총리는 스모그 문제에 있어 석탄, 배기가스, 미세먼지 등 산적과제와 함께 스모그의 생성 원리에 대해 아직 완벽하게 밝혀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중국 북부의 동절기 스모그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특수한 사례”라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전문기금을 조성, 과학자들이 스모그의 생성 원리를 밝혀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리 총리의 발언에는 스모그 발생이 중국 정부의 잘못은 아니라는 뉘앙스가 내재돼 있다. 이는 대내적으로 보면, 민생 문제의 해결은 공산당 정권의 정당성과 직결된다.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해 회의감과 반감을 가질 자국민들에게는 “정부의 잘못이 아니며 정부는 원인 모를 현상을 철저하게 조사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5일 한국의 한 환경단체는 중국발 미세먼지로 피해를 입었다며 한국정부와 중국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다음날 진행된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대기오염 확산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불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중국 대기오염이 주변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입증 절차가 필요하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중국 정부가 스모그 생성 원인과 자국이 관련이 없다고 발표하게 되면, 과연 한국의 국민들이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과연 어떠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한국 정부는 지금이라도 조사과정에서부터 참여해 진정한 원인을 함께 규명하자는 제안을 중국 정부에 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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