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환경오염 진범 찾아내는 화학적 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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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09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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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우 농학박사(환경화학)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최종우 환경측정분석센터장] = 환경오염이 발생하면 오염원을 밝히기 위해 다양한 추적기법을 적용하여 조사한다. 어떤 물질을 누가 얼마나 배출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면 위해성 평가에 따른 보상, 또는 배상 금액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계에는 자체적으로 오염물질이 존재하고, 동일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오염원이 다수 존재할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납 오염 현상이 나타났을 때 납 농도만 조사해서는 배출 원인이 자연계나 인위적인 곳에서 얼마만큼 나오는지 정확히 구별하기가 어렵다.

이를 극복하고자 환경측정분석 분야에서는 범죄 과학 수사에서 지문을 활용하는 것과 유사한 '안정동위원소 구성비(가칭 화학적 지문: Chemical Fingerprint)를 이용한 오염원 추적 연구'를 시작했다.

안정동위원소는 오래 전부터 연구해온 원소(Traditional CHONS)로 탄소, 수소, 산소, 질소, 황이 있고 최근 들어 다루고 있는 금속원소(Non-CHONS)로 납, 수은, 카드뮴, 아연 등이 있다.

원소는 핵과 양성자 그리고 중성자로 이뤄져 있으며, 중성자의 숫자에 따라 탄소는 2개, 산소는 3개, 납은 4개, 카드뮴은 8개의 안정동위원소가 일정한 비율로 구성돼 있다.

각 원소들의 안정동위원소 비가 물리, 화학적 반응을 하면 구성하는 비율이 달라지는 특징을 보인다.

이런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오염원을 찾아가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법화학 분야에서는 이미 청테이프의 안정동위원소 비가 생산시기별로 다르다는 특징을 이용해 오염물질을 배출한 범인을 색출하는 등 소정의 성과를 내고 있다.

식품에서는 설탕이 섞인 벌꿀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식적인 지표로 활용한다. 환경 분야에서는 대구안심연료단지와 동해항의 미세먼지 오염원 추적과 기여율 산정 등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 주의 오키초비 호수(Lake Okeechobee)가 오염됐을 때 질산염의 안정동위원소 비를 가지고 주 오염원이 목장(비료 기원)이 아니라 정화조(분뇨 기원)였음을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안정동위원소 구성비를 이용하는 연구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법의학 분야에서 DNA가 증거로 인정받기까지 20여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안정동위원소 구성비 연구 기법도 환경오염과 분쟁을 해결하는 과학적․법적 증거로 활용되는 날이 조만간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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