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면 일단 한 번 사서 보세요"… 베일에 가려진 X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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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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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저자를 알 수 없도록 포장된 'X책'


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 저자와 제목이 가려진 'X책'이 독자들을 찾아간다. 아무런 정보를 알아낼 수 없도록 책 표지도 포장지로 꽁꽁 숨겨놨다. 겉만 봐선 아무 정보도 알아낼 수 없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독자들은 가격, 쪽수, 주요 키워드, 서점 판매기획자(MD)의 추천사와 이들 책이 모두 신간 소설이라는 정보만 가지고 책을 구매해야 한다. 해외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다.

마음산책, 북스피어, 은행나무 세 출판사는 지난 1일부터 교보문고와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등 온라인서점을 통해 각자 펴낸 신간 소설을 '마음산책X', '북스피어X', '은행나무X'라는 이름으로 예약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이달 24일까지 예약판매되고, 25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는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역시 제목과 저자를 숨긴 채 판매한다. 

X책의 정체는 5월 16일 자정에 공개된다. 예약판매된 책이 배송되는 25일부터는 책의 정체가 사실상 공개되지만 출판사들은 미리 책을 받아본 독자들에게 비밀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세 출판사의 대표들은 함께 일본과 유럽의 서점을 돌아보다가 영감을 얻어 '개봉열독 이벤트'이라는 이름의 이 참신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그들은 일본에서는 'X문고', 유럽에서는 '서프라이즈 노벨'(A NOVEL SURPRISE), '블라인드 데이트 위드 어 북'(Blind Date with a Book) 같은 이름으로 서점들이 자체적으로 제목과 저자를 숨긴 채 책을 판매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에서도 블라인드 이벤트를 시도해보기로 뜻을 모았다.

외국의 이런 서점들은 봉인된 포장지 앞면에 소설의 첫 문장만 적어둔다든가, '기괴함'·'유머러스함'·'달콤함' 같은 키워드만 인쇄해놓는 등 서점의 특색에 맞는 제각각의 방식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마음산책은 공식블로그에 "일본과 유럽 책방을 기행하면서 서점에서 추천글로 표지를 통째로 감싼 채 파는데 그 추천글만 믿고 사가는 독자가 꽤 많다는 것에 놀라움과 신선함을 느꼈다"며 이벤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서점에 이미 출고된 책을 표지가 안 보이게 포장하는 것과는 다르게 신간을 작정하고 가린 채 배본하려니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면서도 "독자들이 SNS를 통해 '출판사의 양심을 믿고 산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기도 해서 가슴이 뛴다"며 실험적인 시도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X책'의 홍보 이미지[사진제공=연합뉴스]


X책은 거듭된 회의를 통해서 결정됐다. 개인 취향을 많이 타는 에세이나 인문서는 배제하고 소설로 결정했다. 가격도 페이지 수에 상관없이 1만2800원으로 통일했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독자들은 기대 이상의 호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가 시작된 1일은 토요일로, 일반적으로 인터넷서점의 판매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요일이다. 그런데도 평일 판매량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출판사들은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이번 이벤트의 목적은 책의 정체를 감추는 게 목적이 아니라 독자에게 새롭게 다가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보통 책의 저자와 제목을 보고 구매하지만 편견 때문에 안 팔리는 책들이 있다"면서 "이번 이벤트는 저희가 잘 만들어볼 테니 '일단 한 번 읽어볼래요'라는 일종의 '프러포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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