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워도 문재인이지 어쩔거여" vs "까봐야 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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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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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양동 시장. [사진=김혜란 기자]


(아주경제=광주) 김혜란 기자 = 야권 여론의 '바로미터'인 광주 민심이 고민 중이다. 20일 광주에서 만난 민심은 문재인 대세론의 실체를 확인시켜줬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 등 야권 후보 중 '될 사람'이 누구인지 마지막까지 지켜보겠다는 정서가 강하게 읽혔다. 

돌고개역 인근에서 만난 김종천(64세)씨는 "(광주에선) 문재인씨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모르겠다. 좀 지켜봐야 안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 주민 신현희(76세)씨는 "예나 지금이나 문재인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광주 양동시장에서 만난 40대 후반 정육점 주인은 "문재인을 지지한다"면서 "과거를 청산하고 깨끗하게 앞으로 가야 하는데 그래도 제일 먼저 나와서 노무현과 같이했던 사람이니까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동시장 상인 이행미(63)씨는 '전두환 표창' 논란이나 '부산 대통령' 발언을 지적하며 "문재인은 너무 가볍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씨는 안 전 대표를 지지했다. 그는 "안철수는 든든하다. 문재인은 맨날 돌아가신 양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얘기만 하지 않느냐"고 했다. 

안 지사나 이 시장 지지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광주 토박이인 김영만(71세)씨는 "문재인이 (지지도가) 높은 건 맞지만 안 지사 지지자도 주변에 많다"고 전하며 "결과는 까봐야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문재인이 (호남 경선에서 득표율) 40%가 나온다면, 안희정은 30% 정도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50대 택시기사 박모씨는 "이번엔 새로운 인물을 뽑고 싶다. 안희정이가 말도 잘하더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당에 대해선 "(총선 이후) 점수를 못땄다. 안철수는 너무 순진한 사람 같다"고 평가했다. 

충장로에서 만난 25세 정모씨는 "문재인이 좋다는 사람도 있고 이재명 좋다는 사람도 있다"며 "안희정 지사도 많이 뜨긴 하는데 모르겠다. 누구 한 사람에게 지지가 쏠린다기보다는 고만고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재명과 문재인 중에서 뽑으려고 한다"면서도 "20대들은 편견 없이 당을 떠나 공약을 보고, 누가 공약을 더 잘 지킬 사람인지 보고 선택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취업이 관건이다 보니 청년 실업을 어떻게 해결할지 보고 있다"고 했다. 

2012년 문 전 대표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광주 민심은 2017년 '미워도 다시 한 번'과 '문재인 대안 찾기' 사이 어딘가에 서서 시대의 흐름을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는 듯 했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든 없든, 본선 승리 가능성이 표심의 우선순위이자 기준이다. 그만큼 정권 교체를 절박하게 바라고 있다는 뜻이다. 광주 양동시장에서 만난 70대 채소 노점상은 "민주당에서 후보가 정해지면 그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60대 택시기사는 "광주에선 아무래도 문재인이나 안철수"라며 "이 시장과 최성 시장 토론회하는 것 보니 똑똑해서 마음에 들더라 그런데 너무 지지도가 낮아서 밀어줘봤자 (안 되니까)"라며 "차차기에는 두 사람이 뜨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는 "안 지사 지지자들도 많은데 연정을 하더라도 한국당은 안 된다고 못박았으면 진짜로 많이 올라왔을 것인디. 젤 뵈기 싫은 것들이 그것들인디 싸잡어 넣어부리니까 거기에 감점이 많다"라고 했다.

그는 광주 민심의 복잡한 속내를 대변해주듯 이런 말을 남겼다. "야당에서 찍을 사람 없으면 문재인이 밀어줘야지 할 수 없이. 어쩔 거여. 할 수 없이 밀어줘야지. 근데 혹시 알아요. 경선에서 안희정이 올라와버릴지. 지금은 부각된 사람이 없으니 하는 수 없이 문재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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