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운명'을 새기다…'벼루작가' 이상용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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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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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4월 6일부터 29일까지 갤러리비케이(BK)서 '운명을 노래하다'전 개최

이상용 작가의 벼루 작품 '운명'[사진=갤러리비케이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벼루는 종이·붓·먹과 함께 한자를 쓰는 동양 문화의 근간을 이뤄 '문방사우'(文房四友)로 일컬어졌다. 한자는 그림과 문자가 조화를 이룬 일원적 문자체계였으며, 벼루는 이 체계를 유지·발전시키는 든든한 토대였던 셈이다.

작가 이상용(47)은 벼루에 그림을 새기는 '벼루 작가'다. 그는 누군가 사용했던 벼루를 얻어서 그림을 그리며, 이 그림은 또 다시 누군가에게 소유된다. 벼루는 산 속에서 캐 온 돌로 제작돼 어느 학자가 사용했을 것이고, 긴 시간을 거쳐 그의 손에 들어왔다. 벼루엔 시간과 공간의 이야기가 새겨져 작품으로 거듭날 테고, 또 누군가에게 말을 걸 것이다. 이상용의 작품이 '운명'이라는 제목을 갖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깊은 삶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상용의 벼루'가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갤러리비케이(BK)는 오는 4월 6일부터 29일까지 이상용의 개인전 '운명을 노래하다'(Song of Fate)를 개최한다.
 

이상용 작가의 벼루 작품 '운명' [사진=갤러리비케이 제공]


이상용은 역사·민속학·인류학·사회학·고전 물리학·동양 철학 등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두는 것은 물론이고, 경전의 여러 가르침에도 조예가 깊다. 그래서일까, 그는 정교한 의미의 서사를 곧잘 구축해낸다. 그가 결국 알고 싶은 것이 '예술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인 것은 그런 점에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진명 간송미술문화재단 수석큐레이터는 "이상용의 관심은 우리 인간에 대한 문제에 있다"며 "그는 우리의 공간과 시간, 그것을 선택하는 우리의 의지 등 4차원적 운명의 끝나지 않는 서사를 시각과 질감으로 말한다"고 평했다. 

실제로 이상용은 벼루에 해·달·강·산, 즉 '일월성신'(日月星辰)과 '강산천하'(江山天下)를 새긴다. 일월성신은 시간을 나타내며, 강산천하는 공간 전체를 가리킨다. 벼루에 이런 것들을 새기는 작가의 노동과 운동을 '인간사'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벼루에 먹을 찬찬히 갈아본 사람들은 안다. 꼭 무언가를 쓰기 위해 혹은 더 나은 붓질을 위해 벼루와 씨름을 하는 게 아니라, 그 행위 자체가 삶에 지혜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인간성 상실의 시대, 이상용의 벼루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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