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습자 가족 품으로 돌아갔으면"... 선체 일부 드러냈단 소식에 오열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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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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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본격 인양으로 선체가 수면 위로 떠오른 23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에서 원불교 주도로 희생자 추모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장봉현 기자]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는 것조차도 미안하고 고통스럽구나. 정말 미안해···"

세월호 참사 1073일 만인 23일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전남 진도 팽목항에는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팽목항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한없는 기다림과 아픔이 가득 서린 곳이다.

세월호 참사로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는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2반 허다윤, 6반 남현철·박영인, 단원고 교사 고창석·양승진, 일반승객 권재근·권혁규 부자, 이영숙 등 9명이다.

팽목항 방파제에는 난간을 따라 희생자 이름이 적힌 낡은 리본과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추모객들은 매달린 리본, 실종자 9명의 사진을 바라보며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들을 보였다.

경남 진주에서 왔다는 한 여성은 노란색 종이배를 접어 팽목항 리본 사이에 걸었다. '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빕니다. 2014년 4월 16일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세월호가 인양됐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팽목항에 왔다는 그는 "미수습자 가족 품으로 아이들이 하루 빨리 돌아가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방파제 등대에서는 이날 원불교의 주도로 미수습자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추모행사도 열렸다. 오전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이곳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안 지사는 "미수습자 가족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1073일 동안 한마음으로 지켜보신 모든 국민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오늘 인양을 통해 미수습자 가족들이 그리운 가족들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전날 오전 팽목항 등대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사고 해역으로 떠났다. 그동안 미수습자 가족 일부는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상주하면서 세월호 인양을 기다려왔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어업 지도선을 타고 인양 과정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팽목항의 미수습자 가족 임시숙소 컨테이너 옆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추모객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이들은 인양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길 기원하는 글을 방명록에 남기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특히 이날 선체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여성은 팽목항에서 사고해역을 바라보며 오열하기도 했다.

전북 전주에서 왔다는 김모씨(47)는 "세월호 인양에 차질없이 9명의 미수습 희생자들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한다"고 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왔다는 조모씨(54·여)는 "기다림이 너무 길었다"면서 "미수습자 9명 전원이 모두 구조돼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 이뤄질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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