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투표 결과로 본 중국 전인대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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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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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 정부보다 지방 이익 우선시 경향 나타나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정치학 박사)

중국의 법과 제도는 인대 대표를 인민의 의사를 직접 대변하는 이른바 국가 최고 권력기구의 성원으로 명시하고 있다. 당 대표는 당원의 의사를 대변할 뿐이다.

따라서 인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인대 대표가 당원의 의사를 대표하는 당 대표보다 권위가 높다. 그러나 실제 생활상의 권력은 인대 대표보다 당 대표 권력이 낮지 않다. 중국에서는 대부분 당원들이 인대 대표를 겸직한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면, 당 대표와 인대 대표는 인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데는 차이가 없다.

인대 대표는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든 아니면 각급 인대 대표든 모두 엄격한 법률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진다. 인대 대표는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의안, 건의, 비평과 의견 표시를 통해 정부 업무를 감시한다.

당대표대회 대표는 당원 가운데 선출하고 당의 결의와 결정을 관철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당 대표와 인대 대표는 성격상 완전히 다른 대표지만, 겸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는다.

명목상 인민 대표는 인민의 이익을 대표하고, 당 대표는 당원의 이익을 대표한다. 이러한 이중적인 신분은 당원의 이익과 인민의 이익이 충돌하지 않은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원의 이익과 인민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두 신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당 대표 겸직 인민 대표는 누구의 이익을 대변할까? 이 같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폐막된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 5차 회의 표결 결과에 그대로 반영됐다.

12기 전인대 제5차 회의는 폐막식 당일 11개 안건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이 가운데 ‘2016년 중앙과 지방 예산 집행 현황 및 2017년 중앙과 지방 예산에 관한 결의’(초안)이 찬성 2555표, 반대 208표, 기권 71표로 통과됐다.

회의 정족수 2924명 가운데 2838명이 출석해 절대 다수인 2555명이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에 늘 그렇듯 찬성률이 매우 높았다.

주목해야 될 것은 이 안건이 다른 10개 안건에 비해서 반대표가 월등히 높았다는 점이다. 정부 업무보고 반대표는 겨우 14표, 민법총칙(초안) 반대표는 30표였다. 홍콩 특별행정구와 마카오 특별행정구 제13기 전인대 대표 선출 방안 반대표도 13표와 10표에 그쳤다.

전인대 의안 표결에서 반대표가 높게 나오는 것은 비단 이번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유독 중앙과 지방 예산 관련 반대표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것은 여러 가지 해석을 가능케 한다.

정부 업무보고에 대한 반대표가 적다는 것은 인대 대표들 중앙정부를 신뢰한다는 것을 반영한다. 인대 대표들은 대국적 차원에서 중앙의 정책에 대해서 높은 신뢰도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방의 이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의제의 경우, 인대 대표들도 자신이 속한 해방 지방의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중앙과 지방의 이른바 ‘돈을 어떻게 나누는가(分錢)’에 관련된 의제에 대해 당 대표의 지위보다는 인민 대표의 지위에 부합하는 투표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즉, 해당 지방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돈’의 나눔에 있어서는 당의 조정과 협력보다는 지방의 이익이 우선 고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인대 대표들의 투표 행태는 전인대가 ‘고무도장’과 같은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기존의 평가와 배치되는 현상임은 분명하다.

특히 주로 자원 배분과 관련된 지방의 이익과 관련된 의제의 의사결정을 해야 될 때는 당의 통일적 투표 행위 보다 지방의 이익을 중시하는 투표 성향을 드러냈다.

향후 중국의 전인대 대표들이 당 대표로서의 통일성보다는 인대 대표라는 지역 대표성에 기반을 둔 투표 행위를 보여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번 투표 결과는 중국의 정책 추진과 관련해 이익 갈등을 둘러싸고 일방적인 ‘몰표’가 아니라 다양한 투표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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