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정규직 특수요원' 강예원 "배우도 결국 비정규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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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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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장영실역을 열연한 배우 강예원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88만 원 세대.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감독 김덕수) 속, 영실은 딱 ‘요즘 사람’이다. 취득한 자격증만 22개, 근면 성실한 그는 15년째 비정규직을 전전한다. 만년 알바 인생인 영실은 35살의 나이에 국가안보국 댓글 요원으로 임시 취직하지만, 그마저도 정리해고 1순위에 놓이게 된다.

영실은 비정규직을 탈피해보고자 국가안보국이 열을 올리는 보이스피싱 잠입 수사에 참여하고 정규직 전환을 위해 애쓴다.

배우 강예원은 88만 원 세대의 대표 격인 영실을 보며 깊은 이해와 공감을 표현했다. “배우 역시 비정규직과 다름없으므로” 영실의 불안과 고민 등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배우 강예원과 비정규직 장영실의 교집합을 들여다봤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장영실역을 열연한 배우 강예원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영실 캐릭터를 두고 고민되는 지점이 있었을 것 같다
- 어떻게 하면 강예원의 얼굴을 지울 수 있을까? 그게 관건이었다. 다른 사람처럼 보이길 바랐다. 못생겨 보이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강예원처럼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할까? 연기로서 뻔한 캐릭터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외적인 부분부터 작은 제스쳐까지 하나하나 신경 썼다.

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변화를 느꼈다
- 처음에 영실 캐릭터를 보고 감이 안 오더라. 그래서 외적인 부분들을 바꿔나가기로 했다. 머리도 하고 안경도 쓰고 옷도 입고 나니까 서서히 감이 왔다. 안경은 흐릿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금테 안경을 썼다. 인상을 지워주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거기에 팔 길이가 길고 어중간한 핏의 옷을 입어 영실 캐릭터를 설명하고자 했다.

외적인 부분들을 바꿔나가며 느낀 영실은 어떤 사람이었나?
- 저 같았다. 장영실 자체가 자신감도 없고 마음가짐이랄까 행동 하나하나가 이해가 갔다. 애처롭고 마음이 쓰이더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아이 같았다. 자꾸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가 생각 나는 아이였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안 되는 건 없다고 믿는 아이였다.

강예원의 파격변신이라며 외적 변화에 많은 이야기가 있던데
- 전 프랑스 여자 같다고 생각했는데. 하하하. 내추럴하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주근깨를 그리고 싶었는데 그건 여름인 데다가 시간이 없어서 못 하게 됐다.

캐릭터에 아이디어를 많이 반영한 것 같다
- 처음엔 상당히 평범한 캐릭터였다. 모두가 생각하는 못생긴 여자의 전형이랄까? 평범하다 못해 뻔한 여자였다. 심지어는 마지막 에필로그에 머리도 펴고 예쁘게 변신하는 모습이 있었으니까. 이 영화는 미(美)에 대한 영화도 아닌데 왜 외적 변신을 해야 하나 싶었다. 식상하지 않지만, 주변에 있는 친구의 모습처럼 그리고 싶었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장영실역을 열연한 배우 강예원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영화는 영실을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만큼 영실 캐릭터가 관객에게 호감을 얻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중요했는데
- 연기하면서 만들어가야 했다. 작은 행동이나 시선, 말투 같은 것에 신경을 썼다.

애드리브를 더한 것도 있나?
- 개와 의사소통을 하는 장면이다. 즉흥 애드리브는 아니고 3개월 동안 고민했던 거다. 강아지가 남자, 저는 여자 강아지를 연기한다는 설정을 추가했다. (한)채아에게 ‘사람이나 개나 똑같다’고 말하는 것까지, 어떤 설명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전에는 설명 없이 훅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한채아와의 호흡은 어땠나?
- 정말 편했다. 저는 가식을 잘 못 떠는데 채아도 딱 그렇더라. 쿨하고 착한 느낌이었다. 여배우 같지 않은 느낌이라고 할까? 다른 배우들은 자신을 오픈하지 않는 느낌, 더 이상 보여주지 않는 선이 있다면 채아는 평범한 느낌이었다. 시원시원하고 착한 정안 캐릭터 그대로였다.

캐릭터와 닮은 두 사람인 만큼 친해지는 과정 역시 영화와 비슷했을까?
-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가까워졌다. 아침마다 저는 운동을, 채아는 사우나를 하면서. 하하하. 워낙 털털하고 솔직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서로가 의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자간담회에서 한채아의 깜짝 고백을 들으면서 두 사람이 돈독하다는 인상이 들더라
- 많이 힘들어했다. 같은 배우로서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채아가 ‘앞으로 인터뷰도 해야 하는데 이렇게 거짓말을 해서, 어떻게 (기자들을) 보겠느냐고’고 하더라. 오래 고민하다가 순간적으로 결심하고 발표한 것 같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장영실역을 열연한 배우 강예원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개봉을 앞두고 ‘비정규직 특수요원’을 떠나보내는 마음이 남다를 것 같다
- 제 마음과 영실의 마음은 다르지 않다. 저도 연기를 하면서 계속 불안하고 마음속에 공포가 있다. 영화를 찍어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저는 돈 벌려고, 예쁘게 남고 싶어서 연기하지 않는다. 중요하게 여기는 게 다르듯,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

이번 작품에서 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 전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국민으로서 보장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보험 광고에 ‘OO 보장’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 않나. 우리 사회에서도 뭔가 보장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항상 미래를 걱정하다 죽을 것 같아서, 내일을 더 기대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우리 ‘비정규직 특수요원’을 통해, 그런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더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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