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보수정당의 허언(虛言), 그리고 사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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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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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보수 개혁'. 작년 총선 직후부터 보수정당이 부르짖는 단어다.

간판을 바꾼 자유한국당과, 쪼개져 나온 바른정당 모두 개혁을 외친다. 보수당 출신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된 상황에서 이들은 선긋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정치의 고질적 병폐는 '허언(虛言)'이다. 역시나 '위기'를 외치는 보수당의 개혁은 말 뿐인 듯 하다.

당 지지율이 11% 정도인 자유한국당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검토중인 인사만 11명에 달한다. 출마 경력으로 정치권 내 인지도와 영향력을 올려보려는 심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대선 직후'를 노린, 정치권 내 생명연장 프로젝트다.

게다가 총선 때부터 청산 대상으로 지목됐던 일부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사저 정치'의 시동을 걸었다.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해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국민들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인간적 도리를 강조하며 도움을 자청하고 나섰다. 청산과 반성, 자숙 이런 단어들이 한국당에서만큼은 유독 의미를 상실하는 걸까. 반성과 개혁을 외치며 새누리당에서 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바른정당도 울상이다. 친박 패권주의와의 결별을 택하며 야심차게 분당을 택했으나, 창당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파' 대립이 또 다시 불거졌다. 당의 대주주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과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 간 물밑 세력다툼이 당 비상대책위원회 수립을 놓고 결국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15일 다정한 포즈를 취하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언제 또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라는 것을 당 안팎 인사들은 모두 안다. 오랫동안 우리 정치구조를 지배했던 과거 보스정치의 잔재, 허약한 정당 정치의 폐해다. 정당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바른정당의 창당과정과 이후 흐름을 지켜보면서 다시금 깨닫는다. 

사실상 전통적인 가치의 보전을 중시하는 '보수'라는 단어와 새롭게 뜯어고친다는 의미의 '개혁'은 상충되는 단어다. 그만큼 보수 개혁은 현실화하기 어려운 험난한 과제다. '진보적 보수주의'를 선언했던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결국 우파에 치우친 정책노선을 걸었다는 비판과 함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끝내 물러났다.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7가지 사회악' 중 첫째로 '원칙없는 정치'를 꼽았다. 지금 개혁을 내세우는 보수정당의 원칙은 어디에 있는가. 눈앞의 대선과 당내 권력다툼 같은 단기적 시야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보수정당의 미래를 생각할 때다. 건강한 보수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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