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해진 삶의 질]삶의 질 지수·취업자 수 올랐다지만 삶은 더 팍팍해져...실업률 역대 최대, 자살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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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1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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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질 종합지수 11.8%, 실업률 5.0% 증가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자료=통계청]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취업준비생 청년 두 명이 토익 시험을 봤다. K씨는 900점대, L씨는 600점대를 받았다. 영어 스펙만 봐서는 K씨가 취업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K씨는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국민 삶의 질 지수가 최근 10년 간 11.8% 증가했고, 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7만1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삶은 더 팍팍해졌다. 토익 점수가 높다고 K씨가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삶의 질 지수,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고 우리나라 국민이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삶의 이면에는 불안정한 고용 탓에 실업률이 치솟고, 가족 공동체가 붕괴되면서 자살률이 높아졌다.

15일 통계청은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와 '2월 고용동향'을 함께 발표했다.

통계청이 사상 처음 공식 집계한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는 기준연도인 2006년 대비 2015년 11.8% 증가했다. 기존 경제성장 지표로 활용했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28.6%)의 약 1/3 수준이다.

삶의 질 종합지수로만 보면 우리의 삶은 나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족·공동체(-1.4%), 고용·임금(3.2%), 주거(5.2%), 건강(7.2%) 영역은 전체 종합지수(11.8%)보다 증가율이 낮다.

가족 공동체가 무너지면서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29.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1위다.

우리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용과 임금부문이 낮다는 점도 삶이 팍팍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578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37만1000명 늘었다.

반면 실업자 수는 135만명으로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5.0%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올랐다.

기간제 근로 등 비정규직 취업자가 늘어난 동시에 직장을 관두거나 잃은 실업자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곧 질 낮은 일자리로 취업이 늘었고, 낮은 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공동체란 울타리가 무너지고, 열악한 고용과 임금 탓에 주거와 건강 등 기본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양적으로는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질적 성장은 오히려 후퇴했고, 우리의 잠재 성장동력이 약화되면서 삶은 더 팍팍해진 것이다.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낮추면서 “한국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에서는 경제활동이 잠재력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삶의 질 지수 중 교육이 23.9%로 가장 높게 나왔지만 실제 사교육비가 늘어나 듯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낮고, 청년 실업이 증가하는 등 교육 효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다”며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고 괜찮은 일자리가 많아진 것이 아닌 것처럼 삶의 질 지수가 높아졌다고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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