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사드 보복과 무관"외치며 치킨게임…국민들만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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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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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차이나 김동욱 기자 = 중국 정부가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문제를 놓고, 롯데그룹 경영과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보복을 가하면서도 과격 시위는 막는 등 양 갈래 대응에 나서고 있다.

롯데 불매 운동,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 금지, 한국 기업에 대한 점검 강화 등을 통해 사드 보복을 이어가고 있으나 한국인을 겨냥한 폭행 행위나 반한(反韓) 집단 시위에는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중국, 박대통령 탄핵으로 "새정부와 관계개선" 염두

이는 중국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차기 한국 정부와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 집단 시위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반일 시위 당시 중국 정부가 급제동을 걸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이 사드배치 문제로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 강도를 높이고 있는 7일 명동 중국 대사관 앞을 관광객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후 사드 발사대 일부까지 한국에 반입되면서 중국 내 사드 반대 및 반한 분위기는 이달 초에 극에 달했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 2일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소집한 회의를 열어 오는 15일부터 한국행 여행 상품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전면적인 판매중단을 구두 지시했다. 한국행 단체관광은 물론 자유여행이더라도 온·오프 여행사를 통해 항공티켓을 끊고 한국으로 출국하는 것도 금지됐다.

한류 드라마와 예능에 이어 애니메이션에까지 사드 보복도 시작됐다.

중국 항저우(杭州)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주최 측은 지난 8일 한국관의 설치와 한국업체에 대한 시설 대여를 불허하는 통보를 했다. 이유는 소방안전관리법 위반이다. 이는 중국 당국이 현지 롯데마트에 대해 대거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내세운 사유와 같다.

중국 최대 게임사이자 유명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는 지난 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 예정이었던 온라인 마케팅 상품의 발표회를 돌연 차후 일정 공지 없이 연기했다.

◆중국, "과격 시위는 안돼" 사전 차단
 
이런 경제적인 제재와 달리 과격 시위 양상에 대해선 중국 정부가 경찰력을 동원해 사전 차단에 나서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사드 반대 및 반한 시위에 방관자적인 모습을 보이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달 초 허난(河南) 성 정저우(鄭州) 시의 신정완쟈스다이 광장에서는 중국인들이 롯데의 소주(처음처럼)와 음료를 박스 채로 쌓아두고 중장비로 파괴하는 '과격 시위'가 벌어졌다.

한국의 유명 화장품 브랜드 중국 현지 점포에는 최근 중국인 손님이 찾아와 한반도 사드배치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며 홍보 행사를 진행하던 중국인 직원들을 향해 "왜 중국인이 한국 기업을 위해 일하느냐"고 고함을 치는 일도 있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주말 각 지역의 롯데마트 등에서 대규모 시위가 예정됐다는 풍문이 나돌자 중국은 취약 지역에 공안들과 경찰차 등을 대거 배치해 시위를 원천 봉쇄했다.

지난 10일 산둥(山東) 성 웨이하이(威海) 시 한인타운인 '한라방'(韓樂坊)에서 열리기로 했던 반한 집회는 공안당국의 경계 강화로 무산됐다. 지난 11일 베이징 왕징(望京) 롯데마트에서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던 대규모 시위 또한 경찰 병력이 대거 배치되면서 이뤄지지 않았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영문 자매지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 10일 사드 반대 시위 등이 과격화 조짐을 보이자 한국 교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한국인들을 겨냥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사드 문제로 한국과 중국 간에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오해를 사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면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라고 꼬집고 나섰다.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2012년 반일 시위를 경험하면서 집단 시위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데다 한국의 탄핵 결정으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사드 반대에 따른 롯데 불매와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은 지속하겠지만 한국인을 겨냥한 과격한 행위나 시위는 철저히 차단하는 양 갈래 해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한중, 현상태 유지 원할 것"

무역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같은 전방위 제재는 한중간의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고려할 때 극단적인 경제제재 조처를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있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지만, 한국 또한 중국의 4위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성장 둔화의 어려움을 겪는 중국이 이러한 경제적 유대를 해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도 중국 전문가인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었다.

이 교수는 사드 도입과 배치, 운용 등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치킨 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며, 사드 배치의 현실화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은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일본의 재무장 등에 대처해야 하는 중국에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여전히 크다는 점, 한국의 안보주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평판을 나쁘게 할 것이라는 점, 비관세 장벽에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은 중국의 제재 조치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극단적인 경제 제재보다는 러시아와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북한과의 유대를 지속하면서 미국과 전략적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이 교수는 전망했다.

한국 또한 전체 무역액의 25%를 중국이 차지한다는 점과 한반도 통일에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중국에 대한 맹비난을 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사드 배치가 한·중 관계의 중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겠지만, 양국이 솔직한 소통과 대화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동북아시아 전문가 왕둥 베이징대 교수는 양국 모두 자국 국가안보가 위태롭다고 여기기 때문에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면서 "이번 사태로 한중관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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