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오바마 도청 주장에 유야무야 물타기..백악관 신뢰도 훼손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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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1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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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백악관이 지난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를 도청했다는 주장을 내놓은지 일주일여 만에 도청이 문자 그대로의 도청이 아닐 수 있다면서 물타기에 나섰다. 현지 매체들은 백악관의 잇따른 말바꾸기로 백악관의 신뢰도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도청이라고 적은 것은 문자 그대로의 도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2016년 대선 당시 사찰 등의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광범위하게 이 같은 사찰활동을 ‘도청’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오바마의 트럼프 도청 주장은 오바마 대통령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를 광범위하게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스파이서가 도청에 대한 ‘대안적 정의(alternative definition)’를 제시했다고 비꼬았다.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 역시 13일 도청의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콘웨이 고문은 12일 뉴저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트럼프 타워를 각종 기기를 이용해 사찰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지만 하루 만에 ABC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감시에 관해 말한 것이며 도청의 근거는 없다고 물러섰다.

트럼프는 지난 4일 트위터에서 “끔찍하다! 방금 오바마가 대선 승리 직전에 트럼프 타워를 ‘도청’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적으면서 도청(wire tapped)에 강조 표시를 한 바 있다. 이때 스파이서 대변인 역시 트럼프의 트위터는 “보이는 대로”라며 추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청의 근거를 제시하라는 압박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별다른 근거를 확보하지 못하자 백악관이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1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증거 없이 도청을 당했다는 주장을 하면 안 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근거를 제시하라고 압박하며 증거가 없다면 주장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백악관의 말바꾸기나 물타기가 거듭되자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의 말을 얼마나 믿어야 하는지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대통령이 기이한 주장을 제기하는 것을 즐기고 있어 대내외 현안에 관한 대통령의 신뢰도가 훼손되는 위험이 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날 백악관 브리핑실에서는 의회예산국(CBO)의 수치나 도청 문제와 관련해 백악관의 모순되는 발언을 추궁하던 NBC방송국의 한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위터에 “많은 언론이 너무나 열심히 일하는 나의 참모들에게 얼마나 무례한지 놀라울 정도다. 친절하게 굴어라. 그러면 더 잘해낼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 언론에 대한 반감을 다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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