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중국 IT업계 종사자들의 딜레마…고신(高薪)과 고신(高辛)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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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0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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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높은 급여 대신 강도 높은 야근, 사회적 문제 대두

[천천(陳晨) 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사회학 박사)]

 

천천(陳晨) 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사회학 박사)

얼마 전 중국에서는 화웨이(華爲) 그룹 연말 상여금에 관한 뉴스가 각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뜨거운 화제로 등극했다.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총 1500억 위안(약 25조14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연말 상여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자료에 따르면 입사 3년차 대졸 출신 정직원은 15만~18만 위안(약 2500만~3000만원)의 연말 상여금을 받았고, 근무 연한이 길고 직급이 놓을수록 더 높은 상여금을 받았다.

2000년 이전에 입사한 정직원은 무려 100만 위안(약 1억6700만원)이 넘는 상여금을 받았다고 한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 1인당 평균 가처분 소득이 약 400만원이고, 도시 취업자의 연평균 소득이 약 1300만원임을 감안하면, 화웨이 3년차 직원의 연말 상여금은 평균 가처분 소득의 거의 6배, 도시 취업자 연소득의 3배가량에 달한다.

최근 몇년간 중국 IT, 인터넷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첨단 기술력 및 전문 인력에 기반을 둔 업계 회사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인재 유치에 심혈을 기울인다.

다른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급여는 물론이고 직원 식당부터 출퇴근 택시비까지, 임직원에게 제법 괜찮은 복지를 제공한다. 종종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될 정도다.

텐센트는 회사 창립기념일에 전체 직원 대상으로 1인당 5만3000위안(약 880만원)의 회사 지분을 증여 했고, 징둥(京東)은 1인용 직원 주택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학교를 설립해 임직원 자녀의 교육까지 챙겨줬다.

알리바바는 35억4000만 위안(약 5900억원) 복지 프로젝트를 내세워 주택 구매, 교육, 물가 등 실생활과 긴밀히 연관된 분야에서 직원에게 복지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급여, 소위 ‘꿀 복지’를 누리는 대가도 만만치 않다. 중국어에서 신(薪)은 급여를, 신(辛)은 고생을 의미한다. 높은 급여(高薪)에는 심한 고생(高辛)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한다.

‘늑대 정신’을 강조하는 중국 IT업계에서 연장근무는 이미 거의 모든 회사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 근무, 심지어 ‘996근무제’(9시 출근, 9시 퇴근, 주 6일 근무)까지 나왔다.

알리바바는 야근 못하는 지원자는 받지 않겠다고 채용 설명회에서 못 박았고, 화웨이는 유급 휴가, 배우자 출산 휴가, 결혼 휴가 등을 자발적 포기한다는 이른바 ‘분투자신청협의서(奮鬪者申請協書)’가 있다. 작년 말 중국 IT업계의 야근에 관한 한 조사에서 징둥은 평일 평균 퇴근시간이 오후 11시 16분, 텐센트는 10시 50분으로 가장 늦게 불이 꺼지는 회사로 조사됐으며 매월 연장 근무 일수는 징둥이 20일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 잘 알려져 있는 바이두, 소후, 치호360 등 회사들도 나란히 랭킹에 올라 있다.

IT업에 만연한 이같은 심각한 연장근무에 대해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 중에서 회사 대부분이 연장근로수당을 별도로 지불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장 큰 불만요인으로 꼽힌다.

현행 중화인민공화국 노동법은 근로자의 하루 근무시간은 8시간, 일주일 총 근무시간은 40시간을 넘지 못한다.

필요시 연장 근무는 하루 최고 3시간, 한 달 총 36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며 고용기관(기업)은 상황에 따라 근로자 급여의 150%에서 300%까지의 연장근로수당을 따로 지급하도록 돼 있다.

단,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연장근무하는 경우 고용기관은 연장근무 수당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애매한 조건이 달려 있다.

바로 이러한 자발적 연장근무 개념의 모호함이 오늘날 중국 IT업계에서 많은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물론 업무에 대한 책임감, 개인성취와 자아실현을 위한 투자, 또한 일에 대한 열정으로 자발적으로 연장근무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적보고, 인사평가, 회사 분위기 등의 이유로 야근을 피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사실상 많다.

하지만 오늘날 사회 주류적 관념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수반되지 않는 이상, 연장근무가 자발적인 것인지 여부에 대한 토론은 별 의미가 없다.

중국 근로자들이 가질 수 있는 개인의 의지와 선택의 자유는 사실상 오늘날 사회 이데올로기 속에서 규범화된 의지와 자유일 뿐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고수입, 훌륭한 복지와 과도한 야근문화, 과로 사이에 놓여 있는 중국 IT업계 종사자에게는 이것이 더 나은 삶을 위한 지름길인지, 아니면 반항할 수 없는 그 무엇인지는 어쩌면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이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만만디’의 중국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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