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동영상] 19차 촛불집회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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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06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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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차 촛불집회에 다시 등장한 세월호 추모 상징물. [사진=박원식 기자]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면서 알았다. 사뭇 다른 광장의 표정을.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구명조끼가 다시 광장 한편에 자리 잡아 광장을 향한 첫 시선을 빼앗았다. 노란 풍선을 든 사람들의 표정에서 결기보다는 차라리 봄 축제를 마중 나온 설렘을 보았다.

조금씩은 들떠 있었고, 곧 있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표정으로 읽혀졌다. 진정한 축제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만, 최소한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축제가 멀지 않았음을 깊게 믿는 듯 했다.

그동안 광장을 몰아세웠던 겨울의 찬바람은 어느 사이 달아났고, 포근한 기온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유모차를 앞세우고, 종종걸음을 걷는 아이들과 발걸음을 맞추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이날을 아이들이 광장을 차지했다.

본집회에 앞선 사전 집회가 광장 곳곳을 장식하고, 광장에 나온 시민들을 맞이했다. 시민들이 집회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3.8 여성의 날을 맞은 사전집회는 광화문북단광장에 마련된 무대에서 시작됐고, 여성의 이름으로 박근혜를 몰아내자는 구호가 높았다.

사전공연으로 흥은 절정에 달했고, 광장은 그야말로 축제가 시작됐다. 우리 가락으로 빚어낸 비나리를 통해 한 해의 액운을 물리쳤고, 집회 참가자들이 어울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불렀다. 노래를 통한 한판의 씻김굿이었다.

19차 촛불집회가 시작돼 개혁입법에 부진한 정치권을 질타하고,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의 호소를 듣고, 철도노동자의 쉰 목소리와 가스검침원의 속사정도 들었다. 이날따라 시민자유발언대에 나선 이들의 목소리는 더욱 호소력이 높았다.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합창단의 노래가 바다 밑에서 신음 중인 세월호를 길어 올리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그리고 마침내 소등과 레드카드 퍼포먼스, 그리고 이어지는 청와대와 헌법재판소를 향한 끝없는 촛불파도. 거침없는 행렬의 연속된 촛불 흐름은 마침내 거대한 바다가 되었다. 촛불바다는 그렇게 이 땅의 적폐를 밀어내고 있었다.

박근혜와 황교안 퇴진, 헌재의 탄핵인용 구호가 촛불바다 위로 넘쳐났다. 19차 촛불집회가 승화돼 새로운 세상을 열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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