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남 피살 열흘만에 "남한이 대본을 짠 음모책동"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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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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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북한이 2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이자 김정일의 장자인 김정남 피살사건에 대해 ‘공화국 공민의 쇼크사’라며 이번 사건이 "남한이 대본을 짠 음모책동"이라는 첫 공식 반응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한국사회 내부에서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김정남 암살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했다. 
 

굳게 닫힌 말레이 북한관광국. [사진=연합]

북한은 김정남 피살사건 열흘만인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에서 외교여권 소지자인 우리 공화국 공민이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갑자기 쇼크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사망한 것은 뜻밖의 불상사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담화문 어디에서도 김정남의 이름도 김정남의 여권 이름인 '김철'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또 김정남 암살을 한국 보수 언론들이 퍼트리는 '낭설'이라고 규정했다.

담화문을 통해 북한은 "사건 초기 말레이시아 외무성과 병원 측이 북한 대사관 측에 ‘심장 쇼크에 의한 사망’임을 확인해 시신을 이관해 화장하기로 했다고 통보했으나 한국 보수언론이 독살을 주장했다"며 "말레이시아 비밀경찰이 이를 무작정 기정사실화, 제기하면서부터 문제가 복잡해지기 시작하였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말레이시아 측의 부검강행은)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고 인륜 도덕에도 어긋나는 반인륜적인 행위"라며 "더욱이 엄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말레이시아 측의 부당한 행위들이 남조선 당국이 '벌려놓은' 반(反)공화국 모략소동과 때를 같이하여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북한은 전일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결과도 전면 부인했다.

북한은 말레이시아 경찰 수사 내용에 대해서도 “허점과 모순투성이”라고 규정하면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없이 그 누구의 조종에 따라 수사방향을 정하면서 의도적으로 사건혐의를 우리에게 넘겨씌우려 한다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반응에 대해 "이런 수법(담화)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이번 김정남 암살 사건은 공항에서 벌어져 노출이 불가피했고, 범행이 노출된 이상 북한은 책임을 돌리기 위해 남한이 조작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는 북한이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에 허점이 많다는 이유를 내세워 향후 부검결과를 포함한 모든 수사 결과를 부인하려는 포석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앞서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가 '경찰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한 기자회견의 연장선상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조선법률가위원회는 정치·외교적인 문제들을 법적 논리로 공격 또는 방어하는 비상설기구"라며 "조선법률가위원회를 김정남 사망 사건에 등장시킨 것은 공개조사 제의의 연장선에서 1차적으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마카오로 가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의 유전자 샘플을 채취해 시신 확인 및 인도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중문매체 중국보(中國報) 등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는 말레이시아 경찰본부가 이날 3명의 경찰관을 마카오에 파견해 현지 인터폴과의 공조를 통해 김정남의 부인과 자녀의 DNA 샘플을 채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김정남 암살 여용의자 추정 페이스북. [사진=연합]

한편, 김정남 피살 사건에 연루돼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이 범행 가담 전부터 여러명의 한국 남성들과 교제해 왔으며, 한반도 출신 남성과 제주도 여행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흐엉은 베트남 현지에서 친척의 이름을 빌려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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