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활성화 대책] 실효성은 뒷전…"뜬구름 잡는 정책, 시장경제 왜곡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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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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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요 정책과제만 87개 달해…보여주기식 대책 나열 한계

  • 근본적 대안 없는 단기 대책으로 시장경제 왜곡 우려

아주경제 노승길·현상철 기자 = "금요일 4시 퇴근? 정시 퇴근도 힘든 데 무슨", "그거 대기업이나 공무원만 해당되는 거 아니에요? 우리 같이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이런 대책 나올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만 더 해요"

정부가 침체된 내수시장을 살리겠다며 각양각색의 내수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주요 정책과제만 해도 87개에 달하는 등 양도 방대하다.

그러나 정책 수요자인 시민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현실을 모르는 뜬구름 잡는 얘기라는 지적이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이번 단기 대책으로 내수부문이 반전을 이룰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장기적 종합대책 없이 나온 단기대책은 시장경제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가장 눈길을 끄는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도입부터 물음표가 매겨진다. 

정부는 매달 하루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지정하고,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단축근무를 유도하기로 했다.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 쇼핑을 즐기거나 레저 활동을 하라는 취지에서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간 매일 30분씩 더 일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지정한 금요일에는 2시간 일찍 퇴근해 가족과 쇼핑·외식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시행 중인 유연근무제 역시 도입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얼마나 활용될지 의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은 300인 이상 대기업 중 53.0%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마저도 100∼299인 업체는 27.3%, 30∼99인에서는 25.9%, 10∼29인은 15.1%, 5∼9인은 12.0%로 규모가 영세해질수록 도입률이 떨어졌다.

야근이 직장생활의 미덕이고, 정시 퇴근은 양심없는 행동으로 통하는 한국 근로문화에서의 활용률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객실 요금을 인하한 호텔·콘도에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방안도 현장과 동떨어진 대책이다.

정부가 객실요금 인하 기준으로 삼는 것이 고시가격인데 실제 고시가격보다 낮은 요금을 받는 호텔·콘도가 많다. 호텔·콘도가 세제 혜택만을 노리고 고시가격만 낮춘 채 객실 요금을 내리지 않을 여지도 있다.

또 골프산업 규제 완화 방안, 노인 외래진료비 정액제도 개편 방안 등은 방향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알맹이는 빠져 당장 효과를 보기도 어렵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소비 진작책만 나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먼저 경기를 살리고 소득을 늘린 후에 소비 장려가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활성화가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물가상승 대비 명목임금의 상승이 낮아져 구매력이 하락하기 때문"이라며 "소득증대, 고용안정, 가계부채 경감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제시된 정책의 내수활성화 효과는 한계가 있고 일시적인 효과만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경제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대책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며 "이런 대책이 많이 나올수록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업의 고용이나 가정의 소비 축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 강제로 '빨리 (퇴근)해라, 소비해라'고 한다는 것은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라며 "자잘한 대책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게 아닌 특정 업체나 가계에만 적용된다면 (시장이나 민간소비 부문은)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을 추진하려면 거시적인 차원에서 큰 대책을 내놓고, 한 세트로 묶어야 하는데, 단기적인 대책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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