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교수의 차이나 아카데미] 시(詩) 6수로 읽어보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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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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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한·중수교 25주년을 맞이해 그간의 중국 연구에 대한 생각을 모티브로 해서 지은 시(詩) 6수를 감상해보자. 

#1.
<중국>

사람들은 왜 산꼭대기만 바라보는가
산사가 산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데.

사람들은 왜 피라미드의 정점만 바라보는가
진실이 피라미드의 중심에 묻혀 있는데.

-강효백 '차이니즈 나이트I,II'(한길사)에서 

#2.
<중국사>

진시황이 통일한 진, 진승이 깨뜨리고
유방이 세운 한, 황건적에 무너지고
조조가 문을 연 중세, 황소에게 문닫겼네.

주원장이 불 밝힌 명, 이자성이 꺼버리고
손문의 중화민국, 모택동이 홍(紅)칠 했네.
누군가, 인민공화국, 그다음의 영웅은.

-강효백 '협객의 칼끝에 천하가 춤춘다'(한길사)에서  

#3.
<중화인민공화국>

공산주의가 어떤 몰골로 남아 있을까.
마지막 남은 공산당 일당독재 대국
중화인민공화국에 가 보았더니
공산주의 세 떨기 꽃,
프롤레타리아 독재, 계급투쟁, 폭력혁명은 다 지고 없고
그들의 노랫가락 속에는 옛날 것만 남았더라.
천하통일, 중화사상, 실용주의만 남았더라.
그것도 돈독만 잔뜩 올라 남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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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중국 땅을 처음 밟아 본 후 느낀, 당초 예상한 바와 많이 다른 소감을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백꽃'에 운을 맞추어 본 것.

#4.
<중국은 수은이다>

수은(水銀)은 실온에서 액체인 유일한 금속이다.
응집력이 매우 큰 매혹적인 금속이다.
중국 최초의 황제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위해
수은을 먹다가 죽었고
그의 무덤에는 수은으로 된 강과 바다가 흐른다.

그러나 진시황은 중국을 수은처럼 만드는데 성공했다.
문자·화폐·도량형을 통일하고, 군현제를 실시하고
국가조직 제도장치를 창조해 내 중국의 시공을
수은처럼 응집력 강한 강토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광활한 강토를 천하통일이라는
수은처럼 응집력 강한 제도의 모노레일을 까는데 성공했다.

영웅은 천하를 제패하고(英雄打天下)
제도는 강산을 안정시킨다.(制度定江山)

진시황은 그의 사후 현재까지 2200여년 시공에서
중국의 통일기는 72%, 분열기 28%.
압도적으로 긴 통일기 중국의 시공을
물방울처럼 산산이 흩어지지 않게
응집력강한 수은으로 뭉쳐
오래 길게 구르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남한의 96배, 한반도의 44배
유럽연합의 2.5배 넓은 저 대륙이
외인에게는 배가 아프도록
좀처럼 갈라지지 않는 비결은
응집력 막강한 수은을 사랑하고
응집력 막강한 수은을 먹다가 죽고
응집력 막강한 수은무덤에 묻혀있는 진시황
그가 생전에 수은에서 얻은 상상력은 아닐까?

#5.
<중앙기율검사위원회>
황색 대륙 신중국 붉은 열차엔
공산당 한 정당 감찰기관 한 기관
삼권분립기관도 아니 달고
독립사법기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G2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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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극영 작사 동요 ‘반달’ 1절 가사에 운을 맞춤


#6.
<한중관계>

태백산 밑에 살면 태백산을 닮아가고
태산 기슭에 살면 태산을 닮아가고
태백산 태산 사이에선 나누어서 닮는다.

태백산과 태산은 어찌 게서 사는 걸까
황해는 왜 그들과 이웃하게 되었을까.
무수한 사연이 쌓여 이미 말은 잊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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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를 사이에 두고 동쪽에서는 우리나라 강원도의 태백산(1567m, 서쪽에서는 중국 산둥성의 태산(1545m)이 거의 같은 위도와 거리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다. 해발 1500m대의 한·중 양국을 대표하는 두 성산이 다시 한번 세계 인류의 성산이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은 실제보다도 강한 어떤 예감으로 온몸이 저려온다.
-강효백 '동양스승, 서양제자'(예전사)에서…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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