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체조’ 덕 ‘체조’ 탓, 손연재의 쓸쓸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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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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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리듬체조 손연재(23·연세대)가 현역선수 은퇴를 발표했다. 박수 받아야 마땅한 한국 리듬체조 역사의 한 획을 긋고도, 조용히 떠날 수밖에 없는 ‘체조요정’의 퇴장이 쓸쓸하기만 하다.

리듬체조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체조요정’으로 불렸던 손연재가 화려한 선수생활을 접고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 당분간 학업에 열중하며 추후 지도자의 길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17년간 리듬체조에 몸을 맡겼던 손연재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4위의 기록을 남겼다. 모두 한국을 넘어 아시아 리듬체조 역사상 최고 성적이다. 손연재가 엄청난 노력의 땀으로 이룬 폄하할 수 없는 업적이다.

하지만 손연재는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비운의 스타로 남았다. 손연재는 선수생활 내내 세계 피겨스케이팅 역사를 새로 쓴 ‘피겨여왕’ 김연아와 비교 대상이 되면서 힘겨웠다. 빼어난 외모와 함께 비인기종목에서 떠오른 스타였기 때문. 손연재는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올림픽 ‘노메달’의 아쉬움을 품은 채 김연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은퇴 선언의 결정타는 얄궂게도 ‘체조’였다. ‘최순실 게이트’의 한 축인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의 주도로 만들어진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거센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후 대한체육회에서 3년 연속 최우수상과 대상을 수상하면서 수혜 의혹까지 받았다. 이와 맞물려 대한체육회의 상복 없던 김연아가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 일정으로 시연회에 불참한 사실까지 드러나 억측이 난무해졌다. 비난은 고스란히 손연재의 몫이었다.

손연재는 대통령까지 나선 국가행사에 현역 운동선수로서 참석했고, 또 대한체육회에서 수여하는 상을 거부할 이유도 없었다. 어쩌면 손연재는 국정 농단의 책임이 있는 가해자들이 국민적 분노를 이용해 뒤로 숨기 좋은 ‘먹잇감’이었다. 손연재를 향한 근거 없는 폭력적 비난은 도 넘은 ‘마녀사냥’으로 번졌다. 그동안 쌓아 온 국위선양의 업적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손연재에게는 본질 없는 왜곡된 껍데기만 남겨졌다.  

은퇴 발표 후 손연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끝나서 너무 행복했고, 끝내기 위해서 달려왔다. 그래도 울컥한다. 아쉬움이 남아서가 아니다.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고 썼다. 다행스럽고도 서글프다. 손연재가 ‘최순실 게이트’의 수혜자라는 역사적 오명의 낙인이 찍힌 최대 피해자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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