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더 데빌’ 선악의 갈림길에 선 한 인간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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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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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인극→4인극 체제로 선악 구분 뚜렷해져

  • 철학적 고민으로 관객 몰입도 높아

뮤지컬 ‘더 데빌’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해 블랙 먼데이로 모든 걸 잃은 존 파우스트와 성공과 재기로 그를 유혹하는 엑스 블랙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클립서비스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빛이 있는 곳엔 항상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빛이 강해질수록 그림자 역시 더욱 짙어진다. 선(善)과 악(惡)의 갈림길 역시 마찬가지다. 도덕, 정직으로 상징되는 선의 가치관과 달리 쾌락, 욕망으로 점철된 악의 가치관은 인간에게 수많은 고뇌와 번민을 안긴다. 뮤지컬 ‘더 데빌’은 이러한 인간의 관념적 고민을 철학적이고 드라마틱하게 풀어내고 있다.

‘더 데빌’은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미국 뉴욕에서 주가의 대폭락이 있었던 지난 1987년 10월 19일을 가리키는 말)로 모든 걸 잃은 존 파우스트 앞에 성공과 재기를 미끼로 그를 유혹하는 엑스 블랙(X-Black)이 등장하며 일어나는 일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클립서비스 제공]



공연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하는데, 메피스토의 끊임없는 유혹에 흔들리는 파우스트에 대한 스토리 라인은 원작에 충실했다. 특히, 2014년 초연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창작극’과 ‘불친절하면서도 난해한 작품’이란 극단적으로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했던 ‘더 데빌’은 이번 공연에서만큼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앞서 이지나 연출은 “초연 때 ‘더 데빌’은 난해하고 불편한 작품이란 인식이 있었다면, 재연은 간결한 스토리 구조와 함께 장면의 상징성을 강화해 초연의 개성은 유지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작품을 목표로 수정 작업을 거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클립서비스 제공]



초연 당시 3인극이었던 ‘더 데빌’은 올해 공연에선 4인극으로 수정됐다. 주인공 존 파우스트, 그의 아내 그레첸과 함께 선과 악을 한 명의 배우로 표현했던 X는 이번 공연에서 엑스 블랙과 엑스 화이트로 나눠졌다. 초연에서 공연의 난해함을 야기했던 X의 분리는 보다 뚜렷한 선과 악의 대비를 보여줘 관객의 이해도를 높였다.

엑스 블랙 역과 엑스 화이트 역에 캐스팅 된 배우도 차별화된 특징으로 고유의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엑스 화이트 역의 배우 임병근이 성악적인 발성으로 부드러움이 강조된 노래를 선보인다면, 엑스 블랙 역의 배우 장승조는 록 장르의 창법으로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두 배우의 조합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목소리로 예상치 못한 하모니를 만들어 관객의 감동을 배가시켰다.
 

[사진=클립서비스 제공]



번민의 주체는 파우스트지만 존재감은 그의 아내 그레첸이 더 두드러진다. 그레첸 역의 배우 이예은은 최근 열린 ‘제1회 한국뮤지컬 어워즈’에서 신인여우상을 탔을 정도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신들린 연기와 호소력 짙은 가창력으로 무대를 한 순간에 휘어잡았다.

‘더 데빌’은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란 상상과 함께 몰입해서 보기 좋은 작품이다. 다만, 대사보다 지나치게 많은 공연 곡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칫 극의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명곡들과 퍼포먼스는 관객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4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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