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窓] 불운한 나라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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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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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에디터]

[글로벌 에디터 이수완] 멕시코는 참으로 불운한 나라이다. 초강대국 미국과 바로 이웃해 있으면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고 도약할 만 하면 항상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고꾸라지곤 했다. 이번엔 ‘아메리카 퍼스트’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멕시코의 운명이 다시 풍전등화처럼 위태롭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멕시코를 향해 사실상 전쟁을 선포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고 이 비용을 멕시코 측에 부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더욱이 그는 멕시코 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까지 재협상하겠다고 선언했다. 당황한 멕시코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등 맞불작전을 놓았다. 양국간의 갈등이 잠시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갔지만 트럼프의 거센 보호무역 공세가 멕시코를 우선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정부가 멕시코 제품에 수입관세 20%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코노미스트들은 서둘러서 멕시코 경제 전망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트럼프의 논리는 북아메리카 세 나라 미국, 케나다 멕시코의 교역장벽을 없애고, 자유무역지대로 만들기 위해 25년 전 조인된 NAFTA가 미국의 희생 대가로 멕시코가 이득을 취득하고 있어 잘못된 협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NAFTA가 멕시코를 부유하게 만들진 못했다.

협정이 비준된 직후인 1994년 이래 멕시코 경제는 연간 약 2.5% 안팎으로 성장했다. 이는 신흥국들의 평균 성장률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멕시코 국민들의 평균소득은 미국인들의 1/4정도에 불과하고 20여 년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나아지지 않았다.

NAFTA가 발효되면서 미국의 금리가 급등하게 되고 투자가들은 멕시코로부터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멕시코 페소화는 추락하며 경제는 거대한 불황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멕시코는 1990년대 말 경제 위기에서 겨우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다가 2001년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다시 경제는 고난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때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게 되자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임금이 싼 중국으로 대거 이동하게 된다. 이후 다른 대부분 신흥국들은 對중국 수출 붐을 타면서 고성장을 기록했지만 미국 수출 의존의 멕시코는 더딘 성장을 기록 했다. 2008년 미국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멕시코 경제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멕시코는 자유무역 가치와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2012년 개혁적 성향의 성장주의자인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멕시코 경제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멕시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잠정 국내총생산(GDP)는 2.2% 증가 했다. 

멕시코는 현재 수출의 80%를 미국에 의존한다. 또 미국인 수백만 명의 일자리가 멕시코와의 교역에 의존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부품 중 40%가 미국산일 정도로 상호의존도가 높다. 최근 수년간 양국이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되면서 멕시코인들의 뿌리 깊은 반미감정도 많이 수그러든 편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멕시코 때리기’로 상황이 바뀌고 있다. 특히 내년 멕시코 대선에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 중 좌파 포풀리스트 성향의 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3) 전 멕시코시티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최근 그는 “트럼프가 멕시코를 마치 먼지(dirt)처럼 취급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멕시코 경제에 암운이 다시 드리우면서 니에토 대통령은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멕시코는 NAFTA 재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 ‘일자리 보호’를 명목으로 멕시코를 일방적으로 압박해 그동안 경제뿐 아니라 불법 이민자 통제와 마약 밀매 단속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던 니에토 정부와 정면대결로 나설 경우 미국도 큰 내상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보호무역 공세로 올해 멕시코 경제가 2% 이하로 내려가고 실업률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경제가 나빠지면 더 많은 멕시코인들은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가 엄청난 국경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자를 막겠다는 공약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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