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심' 정우를 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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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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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재심'에서 변호사 준영 역을 맡은 배우 정우[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연기를 잘하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영화 ‘바람’을 시작으로 드라마 ‘응답하라1994’, ‘쎄시봉’, ‘히말라야’에 이르기까지. 배우 정우(36)는 한 번도 대중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영화 ‘재심’을 본 뒤,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15일 개봉한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제작 이디오플랜·제공 배급 오퍼스픽쳐스)은 실제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하였던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 분)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정우는 변호사 준영을 연기한다. 그는 명성을 얻고자 나섰던 아파트 집단 소송에서 패소하며 돈과 가족을 모두 잃고 벼랑 끝에 몰리는 인물로 거대 로펌에서 우연히 현우의 사건을 접하고 정의감에 불탄다.

정우는 이번 작품으로 두 번째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 故 박무택 대원(영화 ‘히말라야’)에 이어 실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재심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를 연기하게 된 것이다. 이름까지도 똑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정우와 ‘재심’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영화 '재심'에서 변호사 준영 역을 맡은 배우 정우[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 같다
- 그건 ‘히말라야’가 더 심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고인을 연기하는 거니까. 혹시라도 제가 실수한다면 그분을 비롯해 그분의 가족들까지 힘들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매번 이야기할 때마다 숙연해지고, 혹시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번엔 이름까지 같았는데
- 사실 저는 이 이야기 자체가 실화인 줄 몰랐다. 시나리오를 다 읽고 몇 시간 뒤에 알게 됐다. 많이 놀랐다. ‘이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라고?’ (가슴이) 먹먹하고 아팠다.

사실을 알기 전에 마음을 굳힌 건가?
- 단순하게 재밌다고 생각했다. 다른 의미를 붙인다거나 뜻을 바꾸려 들지 않았다. 몰입도가 좋았고 장면, 장면이 떠올랐다. 시나리오 자체만 두고 정말 마음에 들었다. 물론 찍으면서는 의미가 달라졌지만.

어떤 의미가?
- 제 마음속의 의미다. 우리 영화가 조금 어둡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저는 ‘재심’이 굉장히 따듯하고 밝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촛불 같은 존재인 거다.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밝게 빛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은 유독 욕심을 낸 것 같다. 한 장면을 여러 차례 찍기도 하고
- 감정적으로 욕심이 났던 것 같다. 열정적인 분위기로 현장이 흘러갔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사실 제가 그렇게 한다고 현장 분위기가 얼마나 바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의 주연배우로서 어떤 힘을 만들고자 했었다. 쉬엄쉬엄하자는 생각은 버렸다. 열정적으로 열심히 하고자 했던 것 같다.

 

영화 '재심'에서 변호사 준영 역을 맡은 배우 정우[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새삼 감탄했다. 연기를 잘한다고는 생각했는데 이 정도일 줄 몰랐다. 분위기도 그랬겠지만 분명 배우 개인에게도 어떤 열정, 욕심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 연기에 대한 열정도 분명 있었다. 전작인 ‘히말라야’에서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히말라야’를 찍으면서 알게 모르게 고생을 많이 했다. 산도 타야 하고 몸도 아프지 캐릭터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내내 어떤 두려움에 시달렸던 것 같다. 그래서 타협했던 것 같고 그게 너무도 속상했다. 이겨내기 쉽지 않았다.

‘재심’으로 그 갈증을 해소했을 것 같다
- 그나마 조금? 워낙 전작에서 아쉬운 점을 많이 남겼던 터라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후회를 남기기가 싫었다.

특기인 생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 제 생활연기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이다. 저도 생활연기처럼 보이는 걸 좋아한다. 제가 지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항상 카메라가 있다고 생각하고 대사 연습을 한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다. 처음 보는 단어나 문장, 말투는 제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사실 저는 대사 토씨 하나 안 바꾸는 스타일이다. 글을 쓰신 분의 정성을 늘 생각한다.

이번 ‘재심’은 어땠나?
- 되도록 대사 그대로 연기하고자 했다. 어조나 톤으로만 변화를 주고자 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전혀 상관없다’며, 마음껏 연기하라고 하시더라.

촬영 당시만 해도 이 사건은 명확히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연기에 있어서 그 점이 영향을 줬을까?
- 아니었다. 저는 시나리오 안에서 펼쳐지는 상황에 충실히 하고자 했다.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박준영 변호사를 보면서 캐릭터에 차용하고자 했던 면들이 있을까?
- 오히려 감독님과 상의하며 만들어간 부분이 더 많다. 실존 인물을 해석하는 것은 배우의 몫이라 생각한다. ‘히말라야’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진정성 있게 연기하고자 한다. 나중에 그분들이 보셨을 때 불편한 구석이 없도록. 매신 어렵게 촬영하고 있다.
 

영화 '재심'에서 변호사 준영 역을 맡은 배우 정우[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강하늘과의 호흡을 빼놓을 수 없다. 두 인물이 쌓아나가는 감정이 정말 애틋하고 뭉클했다
- 바로 그 점이 제가 이 영화를 따듯하다고 생각하게 만든 점이기도 하다. 어떤 분은 브로맨스라고 표현하시던데 저는 그보다 멜로라고 표현하고 싶다. 브로맨스는 누아르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저는 우정 멜로라고 표현하고 싶다. 따듯하고 애틋한 느낌이다.

벌써 두 번째 호흡이다. 친한 사이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다는 건 어떤 일인가?
- 개인적으로 저는 좋아하는 편이다. 친한 관계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저와 하늘이는 정말 편한 사이 같다. 사실 저는 다른 동생들에게 하늘이 대하듯 편하게 대하질 않는다.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편인데 하늘이와는 정말 좋은 사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특별히 그런 이유가 있을까?
-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하하하. 문득 생각해보면 선배나 스태프들에게 싹싹하게 대하는 행동들이 참 예쁜 것 같다.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차기작은 정했나?
- 아직. 좋은 작품이 있으면 참여할 생각이다. 어떤 작품을 하든 이제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히말라야’와 ‘재심’으로 단단해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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