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기업의 역동성·자율권 침해하는 상법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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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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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양준모 연세대 정경대학 경제학과 교수 [사진=연세대 제공]


정치권에 사회주의적 정치세력들이 들어오면서 반헌법적 법률들이 지속적으로 출몰하고 있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에 의하면 사회주의 세력들이 소위 ‘민중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생활 전반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회주의자(또는 공산주의자)들이 민주주의라는 용어로 국민들을 미몽에 빠지게 하고 있다.

이들의 영향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대의민주주의보다는 직접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경향까지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더욱이 노동과 자본을 대립적 시각에서 이해하고 대기업에 대한 노골적 적대행위가 마치 국민들 위한 길로 포장되는 경향도 발생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개정안들도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정도이다.

계류 중인 상법개정안들은 추진하는 목적의 정당성도 문제이지만 그 목적을 위한 수단의 효과성도 입증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상법개정안들의 부작용에 대한 심각한 고려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통탄을 금할 수 없다.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주요 상법개정안을 살펴보면, 예외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업과 지배주주의 권한 축소 및 자율권 침해라고 하는 규제 일변도의 개정안이다. 자유로운 주주의 권한을 축소하는 정책의 결과는 투자 및 자본 축적 유인을 약화시킴으로써 경제 성장 및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스러운 시도라고 평가된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기본적으로 주주와 대리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체제다. 주주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주주의 이익을 위해 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이사회 및 이사의 전횡을 감시하는 것이 기본이다.

유럽의 경우 몇몇 대주주가 기업을 경영하기 때문에 주주총회는 무의미하고 이사회도 의미가 없다. 미국의 경우 매우 많은 주주들이 분산되어 기업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에 대한 강한 감시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서 다양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어떠한 제도를 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주주의 의결권을 제약해서는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없고 오히려 도덕적 해이 유인만을 강화시킴으로서 지배주주만이 아니라 모든 주주에게 불이익을 가져다 준다. 외환위기 전 전문경영인(CEO)이 마치 황제경영의 구태를 벗어나게 하는 묘책으로 간주되었으나, 결과적으로 전문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심각해서 좋은 기업을 망하게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우리는 지배구조 문제가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효율적으로 주주를 위해 기업을 운영하느냐의 문제로 문제의 핵심쟁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주주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주주의 권한을 제약하는 법률 개정안은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켜서 기업이 망하고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저해한다. 근로자대표를 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경영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기업을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 수 있는 악법이다.

근로자가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원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근로자가 시장 경쟁에서 객관적으로 자신의 기여도를 계산하기 보다는 이사회의 이사로서의 권한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득을 도모할 가능성이 더 크다. 임금인상, 취업 부정 알선, 나눠먹기식 기업문화 고착 등의 부작용을 예상할 수 있다. 공정한 성과 보상보다는 평등적 보상 체계를 고착시킴으로써 좋은 인력들이 다른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중국이나 실리콘 밸리로 진출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지 않은가. 따라서 이러한 상법개정은 기업의 역할 분담이나 지배구조 상에서 도덕적 해이와 비효율 문제를 발생시키고 지배구조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주주의 지배력 확대를 막아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지배주주가 지배력이 약화되면 두 가지 현상이 발생한다. 첫째는 경영권에 대한 도전으로 경영권이 불안정해지고 이에 따라 기업의 장기적 투자가 저해된다. 둘째,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약화되어 일부 금융시장의 펀드매니저들이 기업의 운명을 결정할 경우에는 매우 단기적 시각에서 기업을 운영할 유인이 강화되어 기업의 장기적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과거 1세대 경영인들의 기업지배력은 현재보다 더 강했다. 이른바 황제경영은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성장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만들어 냈던 동인 중에 하나였다.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대해 소액주주의 권리강화의 측면이 부각될 수 있다. 사실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논리의 이면에는 이익의 합일성이다. 소액주주이든 지배주주이든 주주의 부가 증가하면 증가된 부는 각자의 비율대로 분배되기 때문에 별도로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고 지배주주의 권한을 약화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배주주가 만약 사적 이익을 취득한다면 이에 대한 견제 장치는 주주들의 결정에 의해서 해결될 문제다. 지배주주의 주식 변동 사항이나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에 대해서는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정보 공개 의무만 시장에 의한 규율이 작동된다. 소액주주들은 의심만으로도 보유 회사를 버린다. 주식을 팔고 이에 따라서 손해를 면할 수 있다. 이러한 행동으로 지배주주들의 전행은 제어가 되는 것이다.

소액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야기한다. 증권가의 소위 찌라시만으로도 소액주주들의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 기업의 생존과 발전에 자신의 모든 것이 걸려있는 지배주주와는 달리 소액주주들은 단기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전문 투자자들은 단기적 이익 추구 경향이 더 크다. 따라서 소액주주의 지배권 강화는 기업의 사정을 잘 모르고 기업과 운명을 같이하는 운명공동체가 아닌 사람들에게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운명을 맡기는 꼴이 된다. 결국 기업의 역동성은 저하된다.

감사위원을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선임하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는 연구개발 투자와 신규 사업투자는 외면된다. 감사위원들이 위험을 강조하면서 사업을 저지하려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경영이 단순한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이윤을 올리는 단기적 업적에 매달리도록 유인체제를 왜곡 시킨다. 따라서 지배주주의 권한 약화는 어떠한 경우에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배구조의 문제는 소유권의 제한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인식해야 된다.

기업과 운명을 같이하는 사람에게 모든 권한을 주는 제도가 주식회사 제도다. 기업의 미션이 분명해야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하나의 팀이다.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도 하나의 팀으로서 일사불란하게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다.기업의 경영권이 약화되는 제도는 결코 성공적인 기업을 만들어낼 수가 없다. 기업의 경영권을 약화시키고, 주주의 경영을 방해하는 제도는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뿐이다. 기업을 경영하고 싶으면 최대주주가 되는 길이다. 더 많은 주식을 사면된다. 그 기업을 가지고 싶은 사람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경쟁이 기업을 성장시킨다. 이 고리를 끊어 버리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 누가 투자할 것인가.

결국 문제 해결의 방향은 단순하다. 기업과의 운명공동체인 지배주주가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고, 소액주주는 시장규율을 통해 지배주주를 견제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방향인 것이다. 자본의 축적을 제어하고 자본가를 적대시해서는 근로자의 행복을 담보할 수 없다. 자본의 경쟁이 궁극적으로 근로자의 행복을 유도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한다.

양준모 | 연세대 정경대학 경제학과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 홈페이지 '현안해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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