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뉴욕 군사학교 호랑이 교관 길들인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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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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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IT중소기업부장 ]

전 세계를 혼란으로 몰아넣는 한 사람이 있다. 부동산 재벌이자 정치적 이단아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 라는 본색을 드러내면서 세계 질서가 심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궤변을 일삼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행보에 각국 기업과 정부가 모두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오바마케어를 무력화시키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수순에 돌입했다. 멕시코 장벽과 무슬림 국가로부터의 이민자 수용 정지 등 극단적 정책들도 강행하는 분위기다. 환율조작국 카드를 꺼내들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중국과 일본 독일 등이 주요 타깃이지만, 결국 한반도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대외 악재가 거듭되는 가운데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정국은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로 인한 중국의 보복조치와 트럼프노믹스의 근간인 보호무역주의가 이중고로 작용하면서 우리 대외수출환경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내 수출기업들은 현지화 전략 등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고, 정부 및 유관기관들도 대미 수출전선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에 들어갔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들리지 않는다.

미국은 한국의 수출액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다.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698억320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13.3%를 차지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로 중국 등 신흥국 경기가 냉각되고,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직격탄을 피하기가 어렵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할 경우 중국을 대미 수출 우회경로로 활용하는 우리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는 이미 중국산 및 멕시코산 수입품목에 대해 각각 45%, 35%의 관세 부과를 언급한 바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수출이 460억달러 이상(전체 수출액의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 전자·반도체·석유화학 기업에 피해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월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수출은 0.36% 동반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대미 전문가들은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전방위적인 소통채널 구축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부가 한미 관계에서 '해병대 역할론'을 내세울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 반석위에서 미국과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을 때 이익의 균형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소프트-시그널을 가능한 한 빨리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저서 '불구가 된 미국'에서 이렇게 과거를 회고했다. "뉴욕 군사학교에서 투쟁적인 성격을 실행으로 옮기는 방법을 배웠다. 전직 해병 상사인 교관 시어도어 도비어스는 규칙에 어긋나면 가차없이 후려치는 그런 사람이었다. 겁먹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너무 고분고분 하다가 오히려 바보가 되서 그에게 혼쭐이 났다. 나는 그를 다루는 제3의 방식을 터득했다. 나도 힘은 있지만 절대 도전하지 않고 그의 권위를 존중하고 있음을 넌지시 알리는 것이다. 도비어스는 상대의 약점을 발견하면 후려치는 기질이 있었던 반면, 상대가 강하지만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알면 남자로서 점잖게 대해 주었다." 맹수가 먹이를 먹고 나면 다른 먹잇감에 관심이 없고 패자에게 뜻밖에 관대하다. 으르렁 거리는 사자에게 구태여 달려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가장 효과적으로 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재빨리 맨하튼 트럼프 타워로 달려가 적극 협력하겠다는 소프트-시그널을 보냈다. 이어 지난해 12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트럼프를 만나 미국에 500억달러 투자해 무려 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다고 호언했다. 둘이서 악수하는 장면을 보면 트럼프의 입이 귀밑까지 올라갔다. 때문인지 미국의 일본에 대한 목소리가 중국이나 독일 압박에 비해 한결 부드럽게 보인다.

트럼프는 분명 한국에게 벅찬 상대다. 한 번 잡은 기회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냉혹한 승부사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최고의 협상가이다. ​제로섬 게임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바뀔 수 있도록 트럼프에 맞는 협상전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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