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의 행복한 경제] 우리가 알던 중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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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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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값싼 가짜 시계를 만들던 나라 중국은 없다. 중국의 기술력이 우리 턱밑까지 쫓아왔다는 말도 옛말이다. 앞서가는 중국을 우리가 쫓아가야 할 처지다. 중국은 이미 1970년에 무인 우주선을 발사했고, 2003년에는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린 바 있다.

우리는 2013년에 비로소 무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고, 중국보다 43년 늦게 스페이스클럽에 가입했다. 중국은 노벨물리학상 2명, 노벨생리-의학상 1명 등 과학 분야에서만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우리는 아직 1명도 없다.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의 56%가 이공계 출신(통일연구원, ‘중국 시진핑 지도부의 구성 및 특징 연구’, 2013)이다.

일반 제조업에서는 저임금과 큰 내수시장을 무기로 중국이 경쟁력을 가질지 모르지만 정보통신(ICT)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는 우리가 앞서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이것도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지난 1월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17’의 기조연설자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모바일, 자율주행차를 대표하는 4명의 CEO(최고경영자)들이었다. 그 중 한 명이 리처드 유 ‘화웨이’ 가전사업부 사장이었다. ‘CES 2017’에서 화웨이는 세계 최초로 아마존의 인공지능 음성인식서비스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9프로’를 공개했다. 기존의 중저가 스마트폰을 넘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중국은 땅이 넓고 인구가 많고 시장이 크니까 ‘큰 기업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중국에 덩치 큰 기업들이 많은 것은 맞다. 2015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중국은 106개나 랭크되어 있고, 한국은 13개에 불과했다. 문제는 ‘덩치 큰 기업’뿐만 아니라 ‘스마트한 기업’에서도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매년 발표하는 ‘가장 스마트한 50대 기업’에 중국은 바이두(검색, 인공지능) 2위, 화웨이(가전, ICT) 10위, 텐센트(메신저, 게임) 20위, 디디 츄싱(Didi Chuxing, 자전거 공유서비스) 21위, 알리바바(전자상거래) 24위 등 5개 업체가 랭크되어 있다. 우리는 신생 물류업체 ‘쿠팡’이 44위로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2014년에는 삼성 4위, LG 46위를 기록했지만 2015년과 2016년에는 삼성과 LG의 이름을 볼 수 없었다. 반면, 바이두(B), 알리바바(A), 텐센트(T) 등 중국의 ‘배트맨’ 3총사는 꾸준히 ‘가장 스마트한 50대 기업’ 명단에 오르고 있다.

실리콘밸리와 세계의 ICT 서비스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중국의 배트맨 3총사(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한 때 우리나라의 포털, 커뮤니티 서비스, 게임 콘텐츠를 카피했고, 미국의 구글을 모방했지만 지금은 과거의 그들이 아니다. 영화 속의 배트맨만큼이나 괴력의 소유자들로 변신했다.

중국의 배트맨 3총사 중에서도 특히 ‘바이두’(Baidu, 百度)를 주목해야 한다. 리옌홍은 실리콘밸리에서 촉망받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생활을 청산하고 중국 인터넷 시장의 발전 가능성에 배팅했다. 1999년 인터넷 버블이 꺼지기 직전 창업하여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튼튼한 기본기(검색서비스)로 잘 넘겼다. 구글의 중국시장 공략도 방어해 냈다.

이제는 ‘바이두’ 고유의 검색엔진과 서비스, 음성인식, 인공지능, 자율주행 서비스 등 첨단 ICT 기술에 기반한 서비스를 통해 실리콘 밸리의 인재들조차 끌어들이고 있다. 2014년 5월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세웠고,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전문가 ‘앤드류 응’ 교수를 영입했다. 설립 후 20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시가총액 72조원(2017년 2월15일 기준)의 세계적 기업으로 올라선 바이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네이버(25조원)와 SK하이닉스(35조원)보다 덩치가 더 커졌다. 바이두의 음성인식 기술 정확도는 97%, 이미지인식 기술 정확도는 95%정도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이처럼 바이두는 덩치만 커진 게 아니라 움직임도 빨라졌고 기술수준도 높아졌다. 그것이 무섭다. ‘구글의 짝퉁’이라고 놀림 받던 바이두가 구글을 놀래키고 있다. ‘ICT 강국, 한국’이라는 옛날 드라마만 ‘재방’하고 있다면 10년 후 한국의 ‘본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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