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중국 미래권력 군수방, 과거 석유방 영화 재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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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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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에 발사성공한 유인우주선 선저우 11호.[사진=신화통신]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과거 중국에 ‘석유방’이라는 정치파벌이 형성됐었다. 중국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석유개발이 한창이었으며, 그 성과는 대단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중국의 계획경제가 작동했다. 당시 경제상황상 최고의 혁신이 일어나던 곳이 석유업계였다. 중국 지도부는 석유산업의 성공경험을 높게 샀으며, 패기넘치는 석유업계 인사들이 속속 정계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대장정을 함께 했던 혁명원로이자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을 적극 지지했던 위추리(余秋里) 전 부총리를 정점으로 하는 '석유방'이라는 정치세력이 형성됐다. 석유방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오른팔이었던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을 거쳐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 시기에 절정을 달렸다. 하지만 저우융캉의 낙마이후 석유방은 그야말로 쇠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대신 현재 중국에는 ‘군수방’이라고 칭해지는 정치파벌이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초고속 경제성장시기를 거치면서 국방에 대한 수요가 함께 급증했다. 경제성장을 유지시켜줄 에너지수송이나 해저자원확보 차원에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으며, 최소한 이 지역에서의 경제적 이익을 확보해내기 위해서라도 군사적인 굴기가 필요하다. 중국은 군사굴기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으며, 이 분야에 양질의 인재들이 몰렸다. 그리고 특히 중국은 우주개발 분야에서 유인우주선 개발, 인공위성 프로젝트, 달탐사 프로젝트, 우주정거장 프로젝트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전세계 과학자들을 놀래켰다. 중국의 우주굴기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로 이어지며, 자연스레 국방력 강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혁신과 도전을 통해 성공을 일궈낸 군수기업 출신 인사들이 속속 정계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의 10대 군수기업

중국 10대 국영군수기업으로는 중국항천(航天)과기그룹, 중국항천과공(科工)그룹, 중국항공공업그룹, 중국병기공업그룹, 중국병기장비그룹, 중국선박공업그룹, 중국선박중공그룹, 중국핵공업그룹, 중국핵공업건설그룹, 중국전자과기그룹이 꼽힌다. 이들 군수기업 출신 정치인들을 ‘군수방(쥔공시, 軍工系)’이라고 통칭한다.

10대 군수기업을 살펴보면 우선 ▲중국항천과기그룹(중국항천, CASC)은 우주로켓, 액체 및 고체연료 등 우주동력기술, 위성, 우주선, 우주정거장 등을 담당한다. ▲중국항천과공그룹(항천과공, CASIC)은 방공망, 대공미사일, 탄도미사일, 미사일이동발사대, 미사일엔진 등을 담당하며, ▲중국항공공업그룹(중항공업, AVIC)은 전투기, 폭격기, 헬리콥터, 여객기, 수송기를 제조한다. ▲중국병기공업그룹(중국병공, NORINCO)은 탱크, 유도탄, 미사일, 화포 등 중무기를, ▲중국병기장비그룹(중국병장, CSGC)은 총기류 수류탄 등 경무기를 제작한다. 중국병장의 자회사중 한 곳은 유명 자동차업체 창안(長安)기차다.

▲중국선박공업그룹(중선그룹, CSSC)은 컨테이너선, 벌크선, 유조선, LNG선과 각종 군함을 제작하며, ▲중국선박중공그룹(중선중공, CSIC)은 잠수함, 구축함, 호위함, 순양함, 쾌속정, 수륙양용함정, 항공모함 등을 건조한다. ▲중국핵공업그룹(중핵그룹, CNNC)은 핵발전소, 핵발전설비, 핵연료, 핵무기를 생산하며, ▲중핵건설그룹(중핵건설, CNEC)은 핵발전소, 핵무기를 생산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전자과기그룹(중국전과, CETC)은 군용 데이터시스템, 데이터장비, 통신장비, 소프트웨어를 담당한다.
 

왕융, 위안자쥔(왼쪽부터)[사진=바이두캡쳐]



◆우주굴기와 함께 승천한 우주방

군수방 중 중국항천 출신 정치인을 ‘우주방(항톈시, 航天系)’이라 칭한다. 우주개발 출신 인사들에게 특별히 우주방이라는 칭호를 붙는 것은 이 분야 인사들의 정계진출이 특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항천은 그동안 선저우(神舟), 창정(長征), 베이더우(北斗), 창어(嫦娥) 등의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모두 성공시켜내며 중국의 우주굴기를 이끌어내며 국민적인 신망을 받고 있다. 

우선 왕융(王勇, 1955) 국무위원이 우주방 출신이다. 왕융은 중국항천에서 정치부 부주임, 인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2000년에 중앙조직부로 자리를 옮겼다가 2003년 국영기업을 관장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부주임에 올랐다. 이후 왕융은 장관급인 국자위 주임을 거쳐 2013년에 국무위원(부총리급)으로 보임됐다.

저장성 정법위 서기인 위안자쥔(袁家軍, 1962)도 중국항천 출신이다. 그는 국무원 우주공업부에서 공무원생활을 시작했으며, 2012년 중국항천 부총경리까지 올라갔었다. 이후 닝샤(寧夏)자치구 부주석을 역임했으며, 2014년 7월 저장(浙江)성으로 이동했다. 그는 중국항천에서 근무하던 시기, 유인우주선공정계통 총지휘, 달탐사공정 부총지휘 등을 맡았었다.
 

장칭웨이, 마싱루이, 쉬다저, 천추파(왼쪽부터)[사진=바이두캡쳐]



◆31명중 4명 성장이 우주방

현재 중국내 4명의 지방정부 성장이 우주방 출신이다. 31명의 지방정부 수장 중 4명이 중국항천이라는 한 국유기업 출신이라는 사실에서 우주방의 강세를 알 수 있다. 우주방 인사중 가장 유명한 이는 장칭워이(張慶偉, 1961) 허베이(河北)성 성장이다. 서북공업대학 항공기설계를 전공한 장칭워이는 2002년 16차 당대회에서 41살의 젊은 나이에 중국공산당 중앙위원에 당선됐다. 당시 그는 중국항천 총경리였다. 중국 최초의 달 탐사위성인 창어 1호가 2007년 발사에 성공하며 그의 국민적 인기도 하늘을 찔렀다. 그는 달탐사공정영도소조 조장을 지냈으며, 이후 중국상용비행기 회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2011년 8월에 장칭워이는 허베이 성장으로 보임됐다.

마싱루이(馬興瑞, 1959) 광둥(廣東)성 성장 역시 중국항천 총경리 출신이다. 마싱루이는 하얼빈공업대학 박사출신으로 37세에 하얼빈공대 부교장에 올랐다. 1996년 학계를 떠나 중국공간기술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007년에 장칭웨이의 후임자로 중국항천의 총경리가 됐다. 2013년에 공신부 부부장 겸 국가항천국 국장이 됐으며, 8개월 후 광둥성 부서기로 보임됐다. 2015년 3월 선전(深圳)시 서기에 올랐으며, 지난해 12월 광둥성 대리성장이 됐다.

쉬다저(許達哲, 1956) 후난(湖南)성 성장 역시 이력이 비슷하다. 쉬다저는 하얼빈공대 기계제조과를 졸업했다. 이후 항천공업부, 중국항천 등에서 일했다. 2013년 쉬다저는 마싱루이의 후임으로 중국항천 총경리에 올랐던 인물이다. 이후 공신부 부부장을 거쳐 지난해 8월 후난성 성장에 보임됐다.

천추파(陳求發, 1954) 랴오닝(遼寧)성 성장도 중국항천 출신이다. 그는 1978년 항천항공부 엔지니어로 사회에 진출한 이후 중국항천 인사노동교육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국방과학기술공업위원회 부주임, 공업정보화부 부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6월에 랴오닝성 성장에 올랐다.
 

하오펑, 황창, 화이진펑(왼쪽부터)[사진=바이두캡쳐]


◆항공기 전투기 출신 군수방

중국의 항공기와 전투기를 제작하는 중항공업 출신 인사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무원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 서기 하오펑(郝鹏, 1960)은 시베이(西北)공업대학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중항공업에서 20여년동안 비행제어장치를 연구했다. 1999년부터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시 부시장, 티베트자치구 정법위 서기, 칭하이(青海)성 성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12월에 국자위 서기로 보임됐다.

간쑤성 부성장 황창(黄强, 1963)은 항공기설계분야에서 23년을 근무했다. 중항공업 산하 서안비행기 설계연구소 소장과 상하이비행기설계소 소장을 역임했다. 2006년 국방과학기술공업위원회로 자리를 옮겨 부국장으로 일했으며, 2014년 간쑤성 부성장으로 보임됐다.

화이진펑(懷進鵬, 1962) 톈진(天津)시 부서기는 하얼빈공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이후 장기간 베이징항공우주대학에서 근무했다. 47세인 2011년 베이징항공우주대학 총장에 올랐으며 2015년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12월에 톈진시 부서기에 올랐다. 톈진은 에어버스의 공장과 보잉의 현지공장이 위치한 항공도시다. 
 

장궈칭, 왕즈강, 쉬푸순, 탄줘쥔(왼쪽부터).[사진=바이두캡쳐]


◆중앙정부 지방정부 곳곳 포진

이 밖에도 각 군수공업 출신의 정치인들이 요직에 속속 등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지난달 충칭(重慶)시 시장에 임명된 장궈칭(張國清, 1964)이다. 유명 경제관료인 황치판(黃奇帆) 시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인사라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장궈칭 시장은 창춘(長春)이공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방위산업체인 중국병공에서 오랜기간 근무했으며 2008년 총경리까지 올라갔다. 2013년 4월 충칭시 부서기로 발탁된 후 지난달 충칭시장에 보임됐다.

과기부 부부장인 왕즈강(王志刚, 1957)은 중국전자과기그룹 총경리 출신이다. 전자공업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왕 부부장은 2003년부터 군수 정보통신장비 업체인 중국전과 총경리로 일했다. 이후 2011년 과기부 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자위 부주임인 쉬푸순(徐福顺, 1958)은 중국핵공업그룹에서 20여년간 근무했다. 중핵공업에서 총경리조리까지 올라간 후 2003년 칭하이성 부성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013년부터 국자위 부주임을 맡아오고 있다.

탄줘쥔(譚作鈞, 1968) 랴오닝성 상무부성장은 중국선박공업그룹 총경리 출신이다. 40세인 2008년에 중선그룹 총경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2012년 랴오닝성 부성장으로 보임됐다. 지난해 1월 랴오닝성 상무부성장에 올랐다.


*군수방 주요인사
이름          현직      출생년도    출신직책
왕융       국무위원     1955   중국항천 인사부장
장칭웨이 허베이 성장 1961   중국항천 총경리
마싱루이 광둥성 성장 1959   중국항천 총경리
쉬다저   후난성 성장  1956   중국항천 총경리
천추파   랴오닝 성장  1954   중국항천 인사국장
하오펑   국자위 서기  1960    중항공업 란저우창장
위안자쥔 저장성 부서기 1962 중국항천 부총경리
황창      간쑤성 부성장 1963 중항공업 설계소장
화이진펑 톈진 부서기  1962  베이징항공대 총장
장궈칭    충칭시 시장  1964  중국병공 총경리
왕즈강   과기부 부부장 1957 중국전과 총경리
쉬푸순   국자위 부주임 1958 중핵공업 총경리조리
탄줘쥔   랴오닝 부성장 1968 중선그룹 총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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