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다시 촛불바다가 흐른다...15차 촛불집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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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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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을 직시해야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서울 광화문광장에 다시 거대한 촛불바다가 생겼다. 음력 정월대보름 날인 11일 열린 15차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으로 80만 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올 들어 최대 규모다.

올 들어 촛불집회는 그 공간이 광화문광장으로 한정됐으나 이날 집회는 광화문 인근 골목길까지 시민들의 발걸음이 촘촘했다. 추운 겨울날씨였다. 추위를 무릅쓰고 휴일을 반납하고 광화문광장으로 다시 나서 촛불을 든 시민들은 이날 ‘탄핵 우선’과 ‘특검 연장’을 소리 높여 외쳤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최근의 탄핵정국 흐름에 위협을 느낀 야권이 다시 참여하긴 했지만 여전히 촛불집회의 주류는 자발적인 시민들이었다. 그동안 마치 조기 대선이 확정된 듯 대선 놀음에 빠졌던 야권이 왜 갑작스럽게 위기감을 느낀 것일까? 최근 헌법재판소 탄핵심리와 특검 수사를 대하는 박근혜 대통령 측의 달라진 태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여론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자숙하던 새누리당의 태도 변화도 야권을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친박 의원들이 보수단체의 태극기 집회에 적극 참석하며 분명,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당연시 됐던 헌재의 탄핵 인용이 어느 사이 조금씩 탄핵 기각 가능성마저 나오면서 정치권의 판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과 대선행보, 급작스런 대선 불출마 선언 등으로 허둥지둥 하던 여권이 대통령 탄핵 기각 여론을 주도하면서 탄핵정국의 최대 수혜주가 될 줄 알았던 야권 주자들이 다시 위기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야권의 이 같은 위기감은 오래전부터 촛불집회에 나선 시민들에 의해 제기됐지만, 야권은 광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대선놀음에 정신이 계속 팔렸다.
다시 촛불집회에 나선 야권을 보면서, 늘 여론을 주도하지 못하고 여론에 떠밀리는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를 떠올린다.

이날 촛불집회의 구호는 ‘탄핵 우선’과 ‘특검 연장’이다. 이는 헌재가 하루속히 탄핵심판을 내려 국정을 안정시키라는 요구와 함께 양파껍질처럼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최순실게이트의 국정농단에 대한 특검 수사가 더 필요하다는 요구인 것이다.

탄핵정국과 대선 놀음으로 인해 어느 사이 시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을 잊어버리고 있다. 언론에서도 추가적인 혐의 내용을 따라갈 뿐 새로운 추가 의혹에 대한 취재를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미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충분히 탄핵이 되어야 마땅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촛불집회가 이끈 현 상황에 대해 야권이 너무 이르게 샴페인을 터뜨릴 준비를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대통령을 탄핵하고,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 여러 명이 특검에 구속되고, 구속자 명단에는 장관과 차관들이 수두룩한 사건의 본질적 측면을 자꾸 잊고 있는 것 같다.

다시 집중하자. 왜 현직 대통령을 탄핵했는지, 왜 특검이 출범해 조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탄핵과 진실 규명을 바탕으로 그러한 것을 가능하게 했던 구태가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제도적 개선과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촛불집회가 종국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조기 대선은 그 다음 순서다. 아직까지 구체제 일소는 완성되지 않았다. 여전히 현재의 탄핵정국의 프레임을 바꾸려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헌재의 탄핵심판 대통령 대리인단이 최순실 게이트를 고영태 게이트로 바꾸려고 하고, 그것을 태극기 집회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보수 결집을 꾀하고 있다. 이른바 '보수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진짜보수’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땅의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은 시민들에게 희망 대신 새로운 절망을 배워주려 하고 있다.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야 한다.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한다. 아무리 추워도 일이 바빠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도 우리들의 자식들이 새로운 시대에 살 수 있도록 광화문광장을 찾고 또 찾아야 한다.

다시 촛불의 거대한 바다가 광화문광장에서 시작돼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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