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조류독감)의 습격…한·중, 사태 장기화로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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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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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주도]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한국과 중국이 조류독감(AI·Avian Influenza)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오는 붉은 닭띠의 해인 정유년(丁酉年)이다.

오래 전부터 닭은 아침을 깨우는 부지런한 동물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는 AI가 해를 넘겨서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한·중 정부 당국을 당혹케 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AI가 계란 가격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여기에 구제역까지 겹치면서 주요 육류 제품 수출길이 줄줄이 끊겼다.

특히 최근에는 중화권을 중심으로 사망 사건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그동안 AI는 인체감염과 그로 인한 사망은 드물다고 알려져 있었다.

◆ 국내, ‘돌림병’으로 고착화…구제역까지 겹쳐 ‘진퇴양난’

AI, 즉 조류인플루엔자는 닭을 비롯해 칠면조, 오리, 철새 등 각종 조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을 말한다.

전파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 특징이며, 폐사율 등 바이러스의 병원성 정도에 따라 고병원성(HPAI)과 저병원성(LPAI)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이 중 고병원성 AI는 전염성과 폐사율이 높아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AI의 주요 감염경로는 감염된 조류로 인해 오염된 분변, 먼지, 물 등에 묻어 있는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접촉이 첫 손에 꼽힌다. AI에 감염된 조류의 분변 1g에는 10만 마리, 많게는 100만 마리나 감염될 수 있는 양의 바이러스가 들어 있다.

또한 고병원성 발생국으로부터 오염된 냉동 닭고기나 오리고기, 생계란 등에 의한 유입이나 해외방문자 등 사람에 의해 유입될 위험성도 있다.

국내 첫 조류독감 발생은 2003년 12월이었다. 당시 528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이후 2008년 4월 발병에는 1010만 마리, 2014년 1월에는 1938만 마리로 매년 피해가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28일 시작된 이번 조류독감 감염사태에서 벌써 3000만 마리 이상을 땅에 묻었다. 감염사태가 올 때마다 도살 처분하는 숫자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당국에 따르면 10일 현재까지 도살 처분된 닭·오리는 3300만 마리를 넘어섰다. 국내 농가에서 기르는 전체 닭·오리의 20%가 넘는 수치다.

지난해 11월 16일 충북 음성군과 전남 해남군에서 처음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3개월여 만이다.

더 큰 문제는 산란계(알 낳는 닭)의 피해가 심각해 전체 사육규모의 33%가 넘는 2300만여 마리가 도살 처분됐다는 점이다.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가 거의 몰살되다 시피 하면서 양계업 자체의 회생 가능성 자체가 불투명해졌을 정도다.

정부는 오리와 닭 등 가금류 농가를 중심으로 전파됐던 AI 바이러스가 야생조류(철새)로 전파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철새 이동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AI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계란값이 급등하는 폐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계란 1판(30알)에 1만원 안팎을 넘나들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미국 등 외국에서 신선란 수입을 결정했다.  

AI에 이어 구제역까지 등 연이은 가축 질병 발생으로 국산 축산물 수출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국산 쇠고기 수출 가능 지역은 홍콩, 마카오, 캄보디아뿐이다.

한국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구제역 발생국으로 분류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쇠고기와 돼지고기 수출이 불가능하다. 다만 홍콩 등과는 별도로 검역조건을 협의해 예외적으로 수출하고 있다.

국내 농가의 백신 항체 형성률이 정부가 애초 파악한 수치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구제역 환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중국, 인체 감염 사례 증가…사스 악몽 재현되나

중국 역시 AI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중국의 정치·사회적 특성상 피해상황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곳곳에서 사망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각종 중화권 언론 등을 통해 2002년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의 악몽에 비교되고 있다는 사실이 사태의 심각성을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다. 2002년 퍼진 사스의 중국 내 사망률은 6.6%이었다.

조류독감(AI)의 고병원성 H5N6형 바이러스의 중국 내 사망률은 58.8%다. 이는 2015년 국내 메르스 감염 사망률(19.35%)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국과 다른 점은 인체감염이 아직까지 없는 국내와 달리 중국은 사람이 AI에 감염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H7N9형 AI는 국내에서 유행 중인 H5N6와는 다른 유전자형이기 때문이다. H5N6형은 전파력은 H7N9형보다 낮지만 치명률은 높다. 2014년 이후 8개 성에서 17명이 H5N6형 AI에 감염돼 10명이 사망했다.

광둥(廣東)성을 비롯한 4개 지역은 두 가지 유형의 인체 감염 AI가 동시에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H7N9형 AI의 인체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시와 장쑤(江蘇)·저장(浙江)·안후이(安徽)·장시(江西) 등 중국 내 12개 지역을 오염지역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광둥성은 예전부터 돼지·닭·오리 등을 사육하는 농가가 많아 가장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최근 수출품 제조 지역으로 급부상한 광둥성은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AI 확산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10월 이후 중국 14개 지역에서 140명이 감염돼 37명이 사망했다. 중국에서 2013년 H7N9형 AI에 사람이 처음 감염된 이후 매년 겨울에 유행하고 있다. 이는 지난번 같은 기간 (2015년 10월~2016년 4월)의 121명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한 곳은 장쑤성(58명)이다. 저장성(23명), 광둥성(22명), 안후이성(14명)이 그 뒤를 이었다. 베이징은 지난해 4월 환자가 발생해 오염지역에 포함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기온이 떨어지면 AI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이 길어지고, 소독약이 얼어붙는 경우도 많아 방역이 힘들다. 이로 인해 겨울철에 발생한 AI는 평균 3개월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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