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감언이설에 지친 청년들, 냉정한 직설(直說)로 일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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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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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답게 살아갈 너에게 | 논개 | 쿠팡, 우리가 혁신하는 이유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 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너답게 살아갈 너에게' 이필재 지음 | 부키 펴냄
 

'너답게 살아갈 너에게' [사진=부키 제공]


'힘내라는 말 대신 힘을 주세요'. 서울시가 청년 지원정책을 펼치며 한동안 내세운 캐치프레이즈였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거리 벽보 등에서 흘깃 쳐다보고 지나칠 말일 수도 있지만, 이 한 문장은 좁아진 취업문, 생활고 등으로 응어리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살살 어루만졌다. 하긴 '아프니까 청춘', '중동 진출' 심지어 '일 없으면 자원봉사라도 하라'는 말을 들으며 어깨를 떨군 그들이 아닌가. 

소위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책들은 언젠가부터 청년들에게 '현실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말랑말랑한 내용만 얄팍하게 늘어놓는 책', '희망이 없는데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는 '희망고문'을 자행하는 책'으로 일컬어졌다. '응원'의 탈을 쓴 '현실적응 강요' 또는 '경쟁 부추김'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대학생 자녀를 둔 아빠로서, 대학 강단에 서는 스승으로서 20대와 함께 호흡해 온 저자 이필재는 그래서 발품을 팔았다. 그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고등학생·대학생·취업준비생 등으로 구성된 '멘티단'을 만들어 그들의 질문과 고민거리를 취재했다. 

우석훈·엄홍길·김태원·김수영·장하성·김미경·공병호 등 스스로의 삶을 성공으로 이끈 40명의 멘토들은 뻔한 위로를 건네지도, 무책임한 힐링을 권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현실에 기반한 냉정한 직설로 응했다.

"맛집 찾아다니며 힐링하는 건 이제 그만하세요. 자기 자신을 힐링할 생각 말고 세상을 힐링해 보세요. 최소한 선거 때 투표라도 하세요. 이런 작은 행동들이 세상을 바꿉니다."(본문 55쪽, 장하성 고려대 교수) 

'패기' 없는 청년들에게 죽비 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왜 그렇게 패기들이 없습니까? 패기는 될 대로 되라는 생각,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방임적 태도에서 나옵니다. 인생을 너무 규격품처럼 살려고 하지 말아요. 학벌은 이러이러해야 하고, 연봉은 얼마 이상이라야 하고, 어디어디에 살고, 아파트는 몇 평 이상이라야 하고. 거기에 미달하면 루저 인생입니까?"(본문 116쪽, 김욱 작가)

저자는 이 밖에도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무엇을 해야 하는지, 꿈에 대한 환상을 왜 버려야 하는지, 과도한 스펙 쌓기가 실제로 무의미한지 등 멘토들이 저마다의 배경으로 풀어낸 '땀냄새' 벤 답변을 갈무리한다.

때로는 같은 주제에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기도 하지만, 40개의 '인생'은 궁극적인 공통 메시지를 외친다.

"너만의 길을 가면 된다. 너답게 살아갈 너를, 우리가 응원한다." 

368쪽 | 1만4800원

◆ '논개' 김별아 지음 | 해냄출판사 펴냄
 

'논개'[사진=해냄출판사 제공]


"죽기 싫다. 살고 싶다. 필사적인 삶의 욕구로 단단하게 부르쥔 주먹이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 울컥 들이닥치는 것은 강물이 아니다. 핏물이다. 들이치는 핏물과 솟구치는 토혈이 한데 뒤엉켜 그녀의 입을 막는다. 향기로운 입이 끈끈한 피로 가득 찬다."

역사라는 씨줄과 상상력이라는 날줄로 본인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김별아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논개'(1·2권)가 새 편집으로 개정 출간됐다. 

임진왜란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인물인 논개는 전쟁이 한창이던 1593년 왜군 장수를 끌어안고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 의로운 기생이자 순국의 아이콘으로 후손들의 기림을 받아 왔다. 최근엔 '논개 정신이 대체 무엇인가'로 논쟁까지 벌어질 정도로 논개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이름이다.

그러나 그 이름 속에는 정말 '충절'의 정신만이 있었던 것일까? 혹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진실이 숨어 있었던 건 아닐까? 이 책은 이런 의문에서 비롯한다.

저자는 논개의 일화가 담긴 '어우야담' '진주서사' '노량기사' 등을 검토해 그 자취를 추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논개의 성장'과 '임진왜란 발발'을 두 축으로 하는 줄거리를 구성했다. 저자에 따르면, 양반가의 자제로 태어났으나 집안의 몰락으로 관기가 되고 결국 기생으로서 스스로 죽음을 택한 논개 안에는 나라에 대한 충성과 절개를 넘어 한 사람을 향한 깊은 사랑이 있었다. 

이 책엔 저자의 철저한 고증에 기반한 조선 중기 '부패한 사회와 그 안의 사람들'도 등장한다. 지방의 백성들이 향리의 수탈로 고통받을 때, 조정에서 파견한 관리들은 향리를 감독하기는커녕 그들과 함께 어울려 노닥거리기에 바쁘고, 일본으로 떠난 조선 통신사들은 이미 전쟁 준비를 마친 일본의 상황을 거짓으로 보고해 자신들의 안위를 챙긴다. 전쟁이 나자 백성을 버리고 가장 먼저 도망간 선조는 말할 것도 없다.

논밭은 물론이고 산천의 열매와 동물들까지 씨가 말라 서로를 잡아먹는 지경에 이른 끔찍한 전쟁 속에서 저자는 마지막까지 조선을 지켜낸 것은 약한 자들이었음을 밝혀낸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북한군 부대장 림계진(이범수 분)이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고 한 대사가 회자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어떤 이념보다도 사랑의 힘이 크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372쪽 | 각권 1만3800원

◆ '쿠팡, 우리가 혁신하는 이유' 문석현 지음 | 갈매나무 펴냄
 

'쿠팡, 우리가 혁신하는 이유' [사진=갈매나무 제공]


'상명하달'. 군, 경찰 등 특정 분야의 경우는 얘기가 좀 다르지만, 시대가 바뀜에 따라 이 단어에는 부정적 의미가 덧붙여졌다.

그러나 기업의 조직구조는 본질적으로 수직적이다. 회사는 관리자들을 통해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고 직원들은 시키는 일을 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이러한 조직구조도 나쁘지 않았지만, 요즘 이런 조직구조는 경쟁력이 없다. 그래서 앞서가는 많은 기업들은 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원에게 가급적 많은 자율성을 부여한다. 시키는 일만 하지 말고 알아서 필요한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제안·설득하며 진행하라는 것이다. 

최근 '소셜커머스' 사업을 접고 '이커머스'로의 새출발을 천명한 쿠팡은 그동안 '모바일 퍼스트 전략', '로켓배송', '정기배송' 등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며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이 회사에서 'PO'(Product Owner)라는 직위로 일했던 저자 문석현은 "직원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고, 실무자의 권한과 결정을 존중해주며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회사가 바로 쿠팡"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쿠팡이 아마존, 알리바바, 테슬라, 페이스북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혁신적 기업으로 평가받은 가장 큰 요인으로 '사람 중심'을 꼽는다. 직원 개개인이 중요하고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조직문화, 바로 그것이 혁신의 진짜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해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뽑은 '2016 세계 50대 스마트 기업'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쿠팡이 또 중요시하는 것은 '수평적 조직문화'다.

"회식 자리에서 영업 조직의 어떤 여자 직원이 갑자기 울면서 뛰쳐나갔다. 그 직원의 팀장이 취기에 뭔가 심한 실례를 저지른 것이다. 이 팀장이란 사람은 술을 마시면 안 좋은 행동을 가끔 보였는데, 반면 실적은 매우 좋은 편이었다. 당시는 영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기에 그가 경쟁사로 가버리면 당장 매출의 상당 부분이 따라서 넘어가버릴 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음 날 회사는 팀장을 내보냈다."(본문 26쪽) 

이외에도 저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 △끊임없는 개선 △고전과 첨단을 넘나드는 마케팅 △흑자보단 혁신 등을 '쿠팡을 쿠팡답게 하는 것'으로 제시한다.

왜 쿠팡이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때문에 수년 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넘어서 세계적인 벤처 투자회사들의 막대한 투자를 받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책이다.

300쪽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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