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세상을 바꾼 15일, 세상을 바꿀 144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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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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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지난 2000년에 방영된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의 '미래로 간 바트' 편에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등장한다. 지난해 미 대선 이후 화제가 된 이유다. 당시 디렉터는 이러한 설정을 두고 '미국을 향한 경고'였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전 세계에 대한 경고였을지 모르겠다. 취임한 지 보름 만에 세계를 이렇게 들썩이게 한 것을 보면 말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화하더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재협상하겠다고 주장했다. 세계 각국의 계산기는 비상 모드로 전환됐다. 멕시코와 일본, 칠레 등 논의 당사국들은 새로운 형태의 협상안을 마련하는 데 분주한 모양새다.

취임 일주일을 맞은 날에는 행정명령을 통해 90일간 이슬람권 7개국 출신의 미국 입국 금지 등을 공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에서 발급됐다 취소된 비자만 최소 6만 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의 트럼프 정책 반대 시위는 현재 진행형이다.

취임 열흘째에는 환율 조작 카드를 꺼냈다. 중국과 일본을 사실상 환율 조작국으로 명시한 것이다. 멕시코를 향해서는 국경 장벽 건설을 서두르겠다고 엄포를 놨다. 미국과 호주의 상호 난민 수용 정책인 '호주난민협정'을 비난하면서 호주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수십년간 유지됐던 미·유럽 간 동맹도 흔들릴 위기다.

트럼프의 추진력도 부담이지만 방향성이 불분명·불확실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일단 유럽연합(EU)는 3일 비공식 회의를 거쳐 6일 정상회의를 통해 트럼프 시대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10일 미·일 정상회담에 나서는 아베 신조 총리의 입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회담이 트럼프식 아시아 정책의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는 '앞으로 8년간' 여러 가지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연임을 염두에 패기다. 8년이면 2920일, 그 절반이면 1460일이다. 이제 20여 일 지났으니 임기가 최소 1440여 일 남았다. <심슨>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이 파산한다는 설정이 나온다. 이미 한 차례 예언이 적중한 터라 이번에는 미국이 아닌 세계가 파산하는 것이 아닌지 오싹해진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을 맞지 않기 위해 한국도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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