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우리 농촌은 위대한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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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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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건량 농촌진흥청 차장[사진=농촌진흥청]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 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1979년에 발표된 '연'이라는 곡이다. 이 노래가 나왔던 당시 만해도 농촌마을에 겨울이 찾아오면 연을 날리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또 삼삼오오 모여 썰매를 타고 팽이를 치는 모습도 익숙했다. 동장군이 심술을 부릴수록 아이들은 즐거웠다.

매서운 북서풍 바람은 연날리기에 좋았고, 두 볼을 빨갛게 얼게 만들 정도로 뚝 떨어진 기온은 도랑과 강가를 꽁꽁 얼게 해 자연 놀이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농촌을 이야기할 때 고령화와 농촌인구 감소로 활기를 잃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곳이 그렇지만은 않다. ‘농촌관광’으로 활기를 찾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농촌관광은 일반적인 관광과 다르다. 환경을 파괴하는 대규모 시설도 없고, 외지에서 막대한 돈을 가져와 사업을 펼쳐 운영하지 않는다.

대규모 관광시설을 조성하고 외지의 대자본을 유치해 관광산업을 진흥시키는 형태의 대중적 관광은 대규모 시설 설치와 대량의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환경파괴나 관광자원 고갈 등의 문제점을 낳고 있다.

반면 농촌관광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농촌환경 △자연생태계 △농촌생활 △농촌의 전통문화 등을 관광의 소재로 삼아, 소규모 관광객을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관광을 추구하고 있다.

마을환경과 자연, 전통문화, 지역농산물 등을 소재로 관광객을 모으며, 그야말로 사람 사는 냄새를 느끼게 한다. 특히 농사일이 끝나 여유가 있는 이 시기의 농촌은 관광과 체험, 미각여행을 떠나기 좋다.

농촌관광을 진행하는 농가 및 마을은 관광객이 단순히 농촌에 머물다 가는 것이 아니다. 주제별 체험을 통해 우리 농촌이 가진 본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우리 땅에서 난 건강한 먹거리는 몸과 마음에 기분 좋은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도시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아스팔트길을 걷느라 좀처럼 신발에 흙 묻힐 기회가 없는 도시아이들과 현대인에게 농촌체험은 소중한 땀의 가치와 흙의 정직함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최근 농업‧농촌이 지닌 교육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농촌교육농장’이 주목받고 있다. 농촌교육농장은 초·중·고교 교과과정과 연계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농장 생산물을 주제로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통해 농업·농촌 자원의 가치와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자연학습장이다.

1회성 체험이 아닌,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특징이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모 농촌교육농장은 차(茶)를 테마로 찻잎 수확과 다도예절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친환경 체험학습 지도사 자격과 국가공인 예절사 자격을 갖춘 강사가 체험을 진행해 전문적인 체험이 진행된다.

충남 천안의 특산품인 오이로 농촌교육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가는 사계절 내내 종류가 다른 오이 수확이 가능하고, 오이를 이용한 다채로운 음식을 체험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경기도 이천시는 지난해 35만명의 체험관광객을 끌어 모았고, 매출도 45억4000만원을 올렸다.

이천시는 유명한 산이나 바다 등 자연 관광자원이 부족한 점을 감안해 농촌체험을 비롯한 체험관광에 주목하고, 지난 2011년부터 이천나드리를 조직해 농촌체험 활성화에 주력해 왔다.

농촌 아낙의 푸짐한 손맛이 궁금하다면 농가맛집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가슴 탁 트이는 한적한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현지 농업인이 직접 재배한 식재료로 차린 한 상은 보는 것만으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좋은 재료에서 나오는 깊은 맛, 정성과 정이 담긴 소박한 음식, 마을의 이야기가 담긴 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이 하나 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우수 농촌교육농장과 농가맛집, 전통테마마을, 체험 마을 등 농촌관광의 유용한 정보는 농촌진흥청의 농업기술 포털 ‘농사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겨울은 휴식을 통해 재충전을 하며 다가오는 계절을 맞이하는 여유를 부려도 좋다.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산, 들판, 호수, 흙담 등 아늑한 정취와 풍경이 있는 농촌이 좋다.

탁 트인 시야만큼 지친 몸과 마음에도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이번 겨울에는 가족과 함께 농촌으로 체험여행, 맛 여행, 감성여행을 떠나보자. 겨울 우리 농촌은 위대한 쉼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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