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CJ·SK, 특검수사에 ‘방콕’ 신세 된 오너들 ‘경영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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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3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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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설 연휴 직후 재계로 칼날을 겨누면서 롯데·CJ·SK 등 의혹의 중심에 선 기업오너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민관 합동 소방재난 대응훈련'에서 종합방재센터를 찾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훈련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석유선·문지훈 기자 =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설 연휴 직후 재계로 칼날을 겨누면서 롯데·CJ·SK 등 의혹의 중심에 선 기업 오너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특검 수사를 앞둔 대부분의 오너들이 ‘출국 금지’ 조치로 ‘책임 경영’에 부득이 차질이 예상되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박영수 특검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이들 기업을 상대로 대가성 여부에 따라 ‘뇌물죄’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다.

앞서 가장 큰 금액을 출연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특검은 이달 28일까지로 예정된 수사기한에 발맞춰 기업대상 수사에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해당 기업들은 특검의 향후 수사 방향에 따라 오너의 운명이 갈릴 수 있고, 심하면 올해 계획했던 경영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특검에 언제 불려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실상 오너들의 발목이 잡혀 있는 점이 향후 경영 행보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현재 특검에 의해 ‘출국 금지’ 조치를 당한 터라, 일본행은커녕 국내에서도 대외행보를 최소화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경영비리 혐의에 대한 신 회장의 영장 기각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사업권 재승인과 관련 대가성 의혹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은 설 명절에도 한국에 계속 머물렀으며 특검의 갑작스런 소환조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일을 대비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신 회장 거취가 제한적이다보니 지난해 스스로 공언했던 인사와 투자, 고용 등 경영 쇄신안에도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당장 그룹 정책본부 개편이 답보 상태에 빠졌고,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주사 전환 작업도 조직개편-인사 등이 줄줄이 미뤄지면서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출국금지 조치로 인해 지난해 공언했던 경영 혁신안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면서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주사 전환 등 작업도 현재로선 시기와 방법 모두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올 3월 경영 복귀가 점쳐졌지만, 특검의 수사 칼끝이 다시 겨눠지면서 오너 경영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CJ그룹 제공]


CJ그룹 또한 특검 수사는 예의주시하면서 언제든지 소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불안한 기색이 엿보인다.

CJ는 국정농단 핵심인 최순실 측근 차은택을 통해 K-컬처밸리 사업자로 선정되고 1%의 최저 대부율 이자(1%) 를 받았다는 특혜 의혹과 지난해 이재현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이 대가성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이 회장은 올 3월 경영 복귀가 점쳐졌지만, 특검의 수사 칼끝이 다시 겨눠지면서 오너 경영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이 회장을 대신해 CJ그룹을 경영하고 있는 손경식 회장 또한 최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이른바 ‘이미경 부회장 사퇴 압박’ 재판과 관련, 증인으로 채택돼 공판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복귀로 CJ그룹이 공언한 ‘2020년 매출 100조원 달성 목표’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은 현재 지난 3년간 수감생활로 악화된 희귀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 치료를 위해 자택과 서울대병원을 오가며 요양 중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이 CMT 치료를 병행하면서 틈틈이 업무보고도 받는 등 경영 복귀를 차분히 준비 중”라며 “특검에서 아직 소환 통보나 연락이 온 것은 없지만 향후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5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나마 올해 총 17조원 규모의 투자와 8200명 채용을 공언하며 의욕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2015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나마 올해 총 17조원 규모의 투자와 8200명 채용을 공언하며 의욕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SK의 투자 실적은 지난해 14조원 보다 20% 가량 증가한 규모다. 세부적으로는 올해 전체 투자 규모 중 65%에 해당하는 11조원을 국내 시설에 투자키로 했다. 국내 시설 투자 규모가 10조원을 넘어 11조원에 달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SK그룹 측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국내 시설투자에 적극 나서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또한 총수 부재 시 결정하기 쉽지 않은 인수·합병(M&A) 추진 등의 경우,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한 4조9000억원을 투입해 전략적 투자도 적극 진행할 방침이다.

재계는 최 회장이 비록 출국 금지 상태이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경영계획을 발표, 특검 수사에 개의치 않고 경영 정상화 의지를 보이며 불확실성 해소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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