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일과 인생 앞에 솔직한 '어벤저스' 여성 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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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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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 하는 여자들 | 오늘도 비움 |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 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과학 하는 여자들' 김빛내리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펴냄
 

'과학 하는 여자들' [사진=메디치미디어 제공]


'여성 정치인' '여류시인' '여기자' 등등 한국 사회는 특정 직업 앞에 '여자'라는 수식어를 곧잘 붙이곤 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굳이 그렇게 생물학적 구분짓기를 해야만 하나?"라고 비판하기도 하고, "영향력 있는 여성이 드문 만큼 롤모델이 필요하다"며 옹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여성 과학자'는 어떨까. 시대가 바뀌어 이공계에 발을 들여놓는 여성들이 과거보다 많아졌지만, 여전히 '남자들의 영역'에 진입한 여성들은 그 자체만으로 주목을 받기 십상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과학자들은 모두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과학수사·극지 연구·수학·인공 근육·RNA(Ribo Nucleic Acid) 분야에서 남다른 성과를 낸 인물들이다. 

'원래 공부를 잘 했으니까 성별에 상관없이 성공했겠지' 또는 '연구실에서 편안하게 일하며 안정적 신분까지 보장받네'라고 이들을 백안시할 수는 없다. 국내외에서 인정 받는 걸출한 과학자가 되기까지 '꽃길'만 걸어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출산하면서 집에서 1년 6개월간 전업주부로 생활했는데 이 공백기에 연구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 당시에는 과학자로서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여성이 정규직을 얻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데다 주변의 실력 있는 여자 선배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희망을 갖기 어려웠다. 이런 나를 보다 못한 남편이 성차별이 없는 사법고시 공부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다."(김빛내리, 본문 18쪽) 

이들 역시 경력단절에서 오는 고충, 잔심부름이 대부분이었던 연구소 근무, 한쪽으로 쏠린 육아 부담 등 한국 여성이라면 으레 겪을 법한 '전쟁'같은 하루하루를 살아 왔다. 다만, 이들에겐 과학을 좋아하는 마음 그리고 딸의 꿈에 한계를 긋지 않는 부모가 있었다. 

세상이 자신들을 어떻게 명명·규정하든 각자에게 주어진 일과 인생을 솔직하게 살아낸 다섯 명이 '어벤저스'가 아니고 무엇이랴.

192쪽 | 1만3000원

◆ '오늘도 비움' 신미경 지음 | 북폴리오 펴냄
 

'오늘도 비움' [사진=북폴리오 제공]


'하루에 한 가지씩 버리기'. 지난해부터 젊은층을 중심으로 각광 받기 시작한 '미니멀 라이프'의 실천방법 가운데 하나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처분하고, 비슷한 아이템들이 여러 개 있다면 그 중 한 개만 남기는 식으로 진행하는 미니멀 라이프는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높아만 가는 생활물가, '내집'은 꿈도 못 꾸게 하는 '미친' 집값 등 경제적 요인이 주된 배경이다.

그렇지만 이와는 별개로 조금이라도 더 깔끔하고 넓은 공간에서 살고 싶은 인간의 기본 욕구에 충실하자는 취지에서 미니멀 라이프에 동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쇼퍼홀릭이자 워커홀릭으로 20대를 보낸 저자 신미경은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잃고 난 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곁에 남기는 것'이 지속가능한 삶을 가능하게 한다고 결론내렸다. 무언가를 무조건 버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우선순위를 통해 비워내는 게 '나답게' 사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물건을 비워낼수록 취향을 채운다는 '멋스러움'의 역설을 강조한다. 가장 좋아하는 것들만 남기기 때문에 내 취향이 살아 있는 삶을 살 수 있고 거기서 우아함이 드러난다는 이유에서다.

비움과 취향의 비례 관계는 유행하는 무늬의 합성섬유 스카프 10장을 버리고 수십 년을 사용해도 촌스럽지 않은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 한 장을 남긴다거나, 고가 브랜드의 신상품보다 언니에게 물려받은 질 좋은 귀걸이를 선호하고, '핫'한 여행지에서 쇼핑하고 사진 찍기 바쁜 여행보다 내 취향에 맞는 여행지에서 한껏 여유로움을 느끼는 편을 택하는 자세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책은 옷, 화장, 헤어스타일, 다이어트, 건강 등 살림살이의 구체적인 정리법을 다루고 있지만, 초점은 결국 '왜 하루하루 비우는 일을 해야 하는지'에 맞춰져 있다. 

232쪽 | 1만3000원

◆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이재명 지음 | 메디치미디어 펴냄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사진=메디치미디어 제공]


"예산을 아껴 쓰는 정도로는 꼭 필요한 복지를 충분하게 해낼 수 없다. 그래서 재벌 증세와 초고액 소득자 증세와 조세 감면 축소로 20조 원을 추가로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중략)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해 지나치게 혜택이 많은 현행 조세감면제도를 손보면 4~5조 원은 충분히 조성된다."(본문 134쪽)

지난해 말 광장에 모인 1000만 개의 촛불은 단지 부패한 권력자를 끌어내리기 위함이 아니었다. 해방 이후 국가의 각 영역을 지배해온 부패 기득권 세력과 시스템을 뿌리 뽑고, 국민이 '당연히' 주인이 되는 온전한 민주주의 공화국을 열겠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거침없이 발언하고 행동하는 '사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되지 못한 이유를 명확히 짚어내며 "지금이야말로 부패를 청산할 마지막 기회"라고 단언한다. 

소년 노동자 출신의 변호사인 그는 먼저 "검찰 개혁의 완결은 검찰의 독립성과 민주적 운영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검사장 직선제, 주민소환제 등 국민이 검찰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그는 검사장 직선제를 전제로 "검찰의 인사·기획·행정 등은 독립 기구에서 담당하도록 해서 검사는 수사·기소·공소유지 등 본래 업무에만 전념하게 해야 한다"고 명토박는다. 

이 시장이 또 주목하는 것은 재벌 대기업의 지배구조다. 그는 "유럽은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이사 중에서 대개 3분의 1 또는 절반이 넘게 노동자들이 선출된다"며 "기업 내부를 잘 아는 노동자가 기업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이사회가 함부로 부당한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이른바 지배구조의 '공공화'(公共化) 담론이다. 

이 시장은 이외에도 '공정국가 건설' '흑수저 혁명' 등을 표방하는 유력 대선주자답게 지방자치, 노동소득, 공공의료, 선택적 모병제에 대한 혁신적인(혹은 상식적인) 개념을 선보인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신이 직접 쓴 책인 데다, 고담준론을 늘어놓지 않고 쉬운 말을 구사해 진솔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184쪽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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