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부동산시장] 전문가들 "미분양·미입주가 주택경기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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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3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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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분양·미입주·할인분양 따른 분쟁 다시 반복될 우려"

  • "주택구입 서두르지 말아야…최대 대출은 30%까지만"

전문가 5인의 설 이후 부동산 시장 전망.[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본지가 설 명절을 맞아 부동산 전문가 5명을 대상으로 지상 좌담을 실시한 것은 지난해 정부의 ‘11·3 부동산시장 대책’과 미국 금리인상, 공급과잉 우려 등에 따라 주택구매 심리가 위축되면서 신규 분양시장과 기존 시장 모두 침체기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해진데 따른 것이다.

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년 대비 0.71% 상승했다. 이는 2014년 1.71%, 2015년 3.51% 대비 오름폭이 크게 둔화한 것이다. 전셋값도 2015년(4.85%)보다 크게 낮은 1.32%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과열되고 분양가가 급등하는 등 매매가격이 강세를 보였으나, 11·3 대책과 미국 금리인상, 대출규제 강화, 공급과잉에 따른 입주폭탄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에 소비자 주택구입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지난 16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도 지난해 2월 29일 이후 46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1월 말 기준 올해 누계 매매가격은 0.01% 내려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이에 본지는 ‘설 이후 부동산 시장 전망’ 시리즈를 준비해 연구원·업계 등 부동산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지면으로 초청, 설 이후 부동산 시장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좌담 참석자·가나다 순>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와 공급과잉, 금리인상 등의 변수로 연초 집값과 거래가 멈춰있다. 설 이후 주택시장 흐름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 이남수 팀장 = 설 이후에도 거래량 감소와 매매가격 약세의 흐름이 지속될 것이다. 분양권 전매가 강화되면서 강남권에서도 미계약이 속출하는 등 분양시장도 하락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연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일몰을 피하기 위해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연말 전에 관리처분을 받았거나 가능성이 높은 단지 외에는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약세를 보일 것이다.

▲ 김규정 연구위원 = 대출규제강화, 주택입주량증가, 금리상승으로 주택시장의 수요위축·거래둔화·가격약세가 이어질 것이다. 지난해에 비해 전반적인 주택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 다만 아직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가 유지되고 있고 주요 변수들이 예상된 것이어서 급격한 하락 보다는 약보합세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지역·상품 간 온도차는 더 커질 것이다. 주택입주량 증가지역이나 분양성이 떨어지는 지역, 상품성이 낮거나 분양가격이 비싼 신규분양 단지 등에는 미분양이 속출할 수도 있다.

◇올 한 해에만 40만가구에 육박하는 입주물량이 쏟아진다.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장재현 팀장 = 전세물량이 많은 지역은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서울이나 주요 도심 내 전세물량이 부족한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전체 전셋값이 조정되기 보다는 물량 공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조정이 일어날 것이다. 또 공급물량이 증가하면서 수도권 전반 매매가격은 하향조정 될 것이다.

▲노희순 책임연구원 = 2010년 이후 분양시장 약세에 따른 미분양·미입주·할인분양에 의한 분쟁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 매매시장을 견인하던 분양시장의 급격한 약화와 재고시장의 가격 부담으로 향후 가격과 거래가 감소하고 임대차 시장은 입주가 집중된 시장에 단기간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하지만 그 외 지역의 전세가격은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 도심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전세 공급량의 증가나 수요 감소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가동됐다. 대출을 통한 주택구입, 괜찮다고 보는가?

▲권일 팀장 =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가중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대출을 통한 주택구입은 신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상환여력 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만 국지적인 입주물량 증가로 인해 신규 또는 재고아파트 중 급매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택구입을 당장 서두르는 것은 좋지 않다.

▲김 연구위원 = 원리금상환부담과 금리상승으로 무리한 대출을 활용한 주택구입은 위험할 수 있다. 자기자본 비율을 종전보다 높이고 대출비중을 낮추는 편이 안전하다. 적어도 주택 구입가격 및 가계소득의 최대 30% 내에서 대출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급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계획된 분양물량이 많다. 건설사들이 수급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설 이후 분양시장 분위기는 어떻게 보는가?

▲권 팀장 = 소비자는 결국 선호지역과 검증된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을 할 가능성이 높다. 냉랭한 시장 분위기에서 리스크가 있는 곳에 청약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11·3 대책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이 그나마 선호지역이지만, 청약자격 제한으로 1순위 청약자 감소는 불가피하다. 평균 청약률은 낮아지더라도 특정 단지로 쏠림현상은 커질 수 있다.

▲노 연구원 = 이미 일부 단지에서 할인 분양 등 판촉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건설사가 미분양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다. 건설사의 수급조정은 미분양이 과거 평균 이상으로 누적된 이후에나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분양에 대한 대응으로 과거 에프터 리빙(전세후 분양)시장이 확대될 수도 있다. 설 이후 분양시장은 청약성패가 양극화 될 것이다. 지방과 경기 외곽의 청약률 저하가 두드러질 것이다.

◇활황세가 이어지던 강남 재건축 시장이 지난해 말부터 주춤하고 있다. 올해 강남 재건축 시장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이 팀장 = 지난해 말 11·3 대책이 발표되면서 투자자가 이탈하고 강남 재건축 시장이 소강국면을 보이고 있다.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을 접수할 경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단지는 어느 정도 강세를 보일 것이다.

▲김 연구위원 = 이주 및 분양을 앞둔 사업장이 여럿 있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사업에 속도를 내는 단지도 있다. 입지가 좋은 강남권 재건축시장은 연초 부침을 겪더라도 장기 투자자의 관심이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설 이후 전세시장은 어떤 분위기로 흘러갈 것으로 보는가?

▲ 장 팀장 = 이사철에는 전셋값이 다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입주물량이 증가하는 지역에선 당분간 전셋값이 하락세를 이어가겠지만, 전체적인 전셋값은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다. 특히 주요 도심과 강남권에서는 멸실가구를 비롯해 공급물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셋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 연구원 = 역전세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는 경기 외곽 또는 입주 집중지역으로 한정될 것이다. 도심 전세시장은 오히려 공급이 감소하고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을 것이다. 반전세로 전환에 따른 공급감소, 가격 조정에 따른 도심 회귀 등에 따라 수급불균형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월세 시장과 반전세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장 팀장 = 베이부머 증가, 수익형 부동산의 공급증가 등으로 월세·반전세 시장이 주목받을 것이다. 특히 집값이 하향세를 보임에 따라 전셋값보다는 월세·반전세 수요가 늘며 가격도 오를 것이다.

▲김 연구위원 = 전체적인 월세 비중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전세물량이 증가하면서 일시적인 부침이 있겠지만, 월세전환 트렌드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반전세 증가 속도는 둔화될 수 있다. 임대인 주도의 반전세 전환보다는 전세보증금 반환을 우려하는 임차인 주도의 반전세 전환 사례가 더 많을 수 있다.

◇주택시장에 미칠 여러가지 변수가 거론된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어떤 것인가?

▲장 팀장 = 대출금리 상승과 대출규제가 가장 큰 변수다. 2007년 이후 금융위기와 DTI규제 때문에 주택시장으로 투자수요 유입이 차단된 것을 고려할 때 가장 큰 변수는 금융규제다. 수익형 부동산도 금융규제나 금리상승으로 인해 임대수익이 높은 상품으로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노 연구원 =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증가 이외에도 정권교체·저성장·금리인상 가능성 등 향후 주택 보유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산재해 있다. 주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가계의 부담 정도며, 금리인상부분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주택담보대출보다 잔액주택담보대출에 의한 가계부담이 커질 것이다. 가계의 소득이 금융권의 수익으로 전환되는 부분이 커지면서 소비가 감소하고 주택시장 외에 경제전반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올해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추가로 마련돼야 할 대책은?

▲권 팀장 = 시장은 지금처럼 흘러갈 수 있도록 두는 편이 낫다. 대출도 어렵고 금리인상과 입주물량 부담이 있기 때문에 추가 규제는 불필요하다. 반대로 시장 활성화 카드를 꺼내는 것도 시기와 정치적 상황을 볼 때 무리가 있다.

▲김 연구위원 =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활성화 대신 관리 기조로 이미 전환한 상태다. 부동산시장 연착륙과 서민·실수요층 주거안정을 위한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본다. 전세대책 등 주거안정대책과 주거비 절감 및 지원대책이 한 축을 이룰 것이다. 지난해 말 정부대책에서 제시된 것처럼 지역별 맞춤관리방안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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