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의존도 높은 경제정책…말라버린 ‘낙수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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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2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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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위 5개 그룹이 30대 그룹 이익 95% 차지

  • 대기업 흔들리면 한국경제 붕괴 수준…경제정책 재편해야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내놓은 경제정책이 지나치게 대기업에 편중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삼성·SK·CJ 등 잇따른 오너리스크로 기업 투자심리가 위축된데 따른 우려인 셈이다.

대기업은 정부와 공생관계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자 고용, 투자 등 각종 사회적 역할에 소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부터 시행한 대기업을 키워 중소기업을 성장시킨다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한계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자칫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가 붕괴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낙수효과로 발전한 한국경제의 경우, 혁신기업이 성장하는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정부 스스로 대기업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통적으로 경제정책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짜여졌다. 이 전통은 1987년 헌법에서 경제민주화를 처음 언급할 때부터 한국경제의 기본 틀로 자리 잡았다. 벌써 30년 동안 경제구조가 바뀌지 않고 하나의 쳇바퀴에서 돌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다보니 정부는 매년 경제위기가 도래하면 대기업 눈치를 보며 당근책을 꺼내기 일쑤였다. 새해 대기업 간담회 등도 이런 관례가 굳어진 사례로 풀이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대기업 의존도는 더욱 심각해졌다.

30대 그룹 전체 매출액 중 5개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기준으로 10년간 제자리 걸음인 반면, 순이익 비중은 59.3%에서 95.1%로 급등했다. 고용비중은 그대로인데 어느 새 몇 개 대기없이 한국경제 전체를 쥐고 있는 모양새가 됐다.

지난해 기업경영성과 분석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30대 그룹 실적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0대 그룹 전체 매출액 가운데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상위 5개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61.5%다.

같은 기간 30대그룹 순이익 중 5대 그룹 비중은 59.3%에서 95.1%로 35.8%포인트 급등했다. 국내 대기업 전체 순익의 거의 대부분을 이들 5개 그룹이 차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부 기업의 독식현상은 한국경제가 시장지배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부터 창조경제를 강조했지만, 결국 대기업 편의만 봐줬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말라버린 ‘낙수효과’를 놓지 못하는 부분을 지적한다. 다른 정책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고용이나 투자가 부진하면 대기업에 기대는 정부 정책으로 한국경제 성장이 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나온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1987년 당시와 같은 고성장 시대는 이미 지났는데, 정부는 여전히 경제체질 개선에 주저하고 있다”며 “정치권에서 낙수효과보다 분수효과를 대선공약으로 내거는 부분도 대기업 중심의 한국경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과 부유층 소득이 늘어나면 중소기업·저소득층으로 흘러간다는 낙수효과가 사라진 만큼, 저소득층 소비를 늘려 경기를 살리는 분수효과를 노려야 한다”며 “정부가 만병통치약을 고집하기보다 실현가능한 맞춤형 경제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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