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정보' 교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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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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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포메이션 | 노마드 라이프 | 몸여인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 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인포메이션' 제임스 글릭 지음 | 박래선·김태훈 옮김 | 동아시아 펴냄
 

'인포메이션' [사진=동아시아 제공]


전기통신이 출현하기 전 멀리 떨어져 있는 누군가에게 '소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북소리, 조선시대 파발과 봉화 등은 수고스럽지만 당시로선 최선인 소통 수단이었던 셈이다.

미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카오스'로 전 세계에 '나비 효과'를 각인시킨 교양과학 작가 제임스 글릭이 이번엔 인류의 소통과 정보 교환, 정보의 역사와 이론 등을 안고 독자들을 찾아 왔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글릭 특유의 치밀하고 엄청난 양의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와 이론들이 흥미롭게 정리됐다는 점이다. 저자는 클로드 섀넌, 찰스 배비지, 노버트 위너, 러셀, 괴델, 앨런 튜링, 비트겐슈타인, 리처드 도킨스 등 유명한 학자·과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그들의 이론을 다각도로 다루며 '정보이론'의 문턱을 낮추려 애썼다. 

글릭은 '역사', '이론', '홍수' 등 세 가지 관점으로 정보를 바라보는데, 특히 정보의 전달 매체보다 정보를 기호화하는 방법에 주목한다. 결국 모든 정보를 0과 1의 1차원 배열로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이 정보 역사의 분기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처럼 정보를 수학과 연결짓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엔트로피', 'DNA' 등 물리학과 생물학을 넘나들며 매끄러운 교집합을 완성한다. 

저자는 "정보가 너무 많고, 또 너무나 많은 정보가 분실된다. 색인이 없는 인터넷 사이트는 도서관의 잘못된 서가에 꽂힌 책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검색'과 '필터링'를 강조한다. 

이 두 가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실과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서도 필요하겠지만, 적재적소에 인재 기용(검색), 청탁·비리 차단(필터링) 등이 절실한 우리 사회에 더욱 유효한 기제가 아닐까.

656쪽 | 2만5000원

◆ '노마드 라이프' 조창완 지음 | 상상출판 펴냄
 

'노마드 라이프' [사진=상상출판 제공]


'이태백' '청년 실신' 'N포세대' 등등 절망의 신조어가 회자되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동안 청년들을 '위로'하는 책들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마구 쏟아져 나왔다. 물론 그런 책들이 일부 청년들에게 진심어린 위로가 된 것도 사실이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잠깐 다독일 뿐, 그들에게 앞을 바라볼 수 있는 좌표를 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오죽하면 그런 자기계발서들을 두고 '현실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말랑말랑한 내용만 얄팍하게 늘어놓는 책', '희망이 없는데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는 '희망고문'을 자행하는 책'이라는 냉소가 퍼졌을까. 

기자, 방송 프로듀서, 여행사 사장, 대학 외래교수, 공무원, 컨설턴트, 잡지 편집장 등 한순간도 어느 한곳에 정착하지 않았던 저자 조창완은 자신의 인생 이력과 꼭 어울리는 '노마드'(nomad)를 삶의 노하우로 제시한다. 그가 말하는 노마드는 '한곳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창조적으로 키우며 실천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방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노마드 라이프를 실천한 사례로 칭기즈칸을 든다. 인내와 극복, 자기통제, 통찰력, 인재경영, 협업, 개방성 등이 칭기즈칸의 삶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2015년 공직생활을 그만둔 지 이틀 만에 칭기즈칸의 묘가 있는 중국 네이멍구 어얼둬쓰에 가서 그의 자료를 모아왔으며, 중국에 머물던 10년 동안 네이멍구를 십여 차례 다녀올 정도로 칭기즈칸에 조예가 깊다. 

뭔가를 바라고 지향한다고 해서 저절로 그렇게 되지는 않는 법. 저자는 노마드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독서, SNS 소통, 기획력, 전문 능력 등을 강조하는데, 특히 삶에서 극복하기 힘든 위기를 만났을 때 그것을 극복하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인 '회복탄력성'에 주목한다. 

이 책의 부제인 '당신의 삶을 바꾸는 인생 지침서'를 '행복은 마음 먹기 달렸다는 거, 잘 알고 있죠?'라고 받아들여도 무방할 듯하다. 

272쪽 | 1만3800원

◆ '몸여인' 오미경 지음 | 류준문 그림 | 스틱 펴냄
 

'몸여인' [사진=스틱 제공]


"사람은 감정의 동물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화가 나거나, 떨어지는 단풍을 보고 눈물이 날 수도 있어요. 생각이 많아 한 발짝을 앞으로 내딛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한다면 먼저 몸 상태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몸의 오장육부가 건강하지 않으면, 감정도 아프기 때문입니다."

'몸과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 사는 동안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 저자 오미경은 감정의 변화를 단순히 마음의 문제로 보고 심리상담에만 치중하는 세태를 지적하며 이같이 말한다. 그는 "마음에 이상이 감지된다면 몸속 장기도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며 "먼저 몸에 이상이 없는지 들여다보고 몸과 마음을 함께 돌봐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문의역학'(인문학+의학+역학)의 세계에 눈을 뜬 저자는 동의보감의 핵심사상을 바탕으로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을 요일별로 떠나는 '오장육부 여행' 형식으로 쉽게 풀어낸다. 

얼굴에 있는 일곱 개의 구멍이 일곱 가지 감정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감정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행위가 인문학적 소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흥미롭게 다가올 만하다. 또 허준 박물관, 난타공연, 수영장과 온천, 현충사, 조령산 휴양림, 문경새재, 경남 산청 동의보감촌 등을 여행하며 각 장부와 관련된 마음작용을 체험할 수 있게 한 대목도 꽤 자연스럽다. 

이 책은 몸의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자기를 존중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지만, 커서도 여전히 몸과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안내서다.

 239쪽 |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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