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업때리기'는 '당근' 주기 위한 사전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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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2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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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지난 몇 개월간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주류와 언론의 뭇매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기업 때리기'에 나서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미국 경제매체 CNBC가 보도했다. 

CNBC는 오피니언을 통해 트럼프가 기업들에 휘두르는 ‘채찍’이 조지 W. 부시나 로널드 레이건 등 감세를 추진한 공화당 대통령들이 빠졌던 ‘경제적 덫’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감세 실시 후 즉각적으로 따르는 재정적자의 확대나 부의 집중 문제를 피하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한 것이다. 

트럼프는 23일(현지시간) 포드, 록히드마틴 등 미국 대기업 대표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조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외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미국으로 들여온다면 막대한 국경세를 부과할 것”이라면서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거듭 압박했다. 

이어 그는 “중산층과 기업들에 세금을 줄이고 규제도 대폭 완화할 것이다. 규제를 75% 이상 없앨 수 있다”며 세제 혜택과 규제 철폐라는 당근을 내놓았다. 

대통령 당선 이후 트럼프는 포드나 도요타 등 개별 기업들을 콕 집어 트위터로 공격하면서 미국에 투자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지나친 기업 때리기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물러나지 않을 듯 보인다. 

CNBC는 트럼프가 이처럼 강하게 기업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것은 본격적으로 감세나 규제 완화 등 친기업적 정책을 펼치기 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해석했다. 

감세나 규제 완화가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것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을 막론하고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를 되짚어봤을 때 감세는 경제적 혜택을 가져오기 이전에 국가 재정수입이 감소하거나 기업들이 남는 돈을 주식 환매나 CEO 임금 인상 등으로 이용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트럼프는 이를 사전에 차단하여 노동자층의 지지를 유지하고 새로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려는 것이라고 CNBC는 전했다.

CNBC에 따르면 앞서 레이건 대통령이 1981년 역사적인 감세를 추진했을 때 1980년대 경제 호황이 이어졌지만 1982~1983년에 경기 침체를 겪었다. 부시 대통령 역시 2001년에 감세를 실시했지만 2004년이 되어서야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 대통령 모두 이후 경제 상황이 반전되면서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트럼프는 역대 최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한 만큼 오랜 시간을 두고 효과를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CNBC는 트럼프가 이토록 기업들을 강하게 압박한다는 것은 약속한 감세나 규제 완화가 신속하게 추진될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사전 준비 작업을 한 뒤에 신속하게 친기업적 감세 정책을 실시하여 경제적 효과를 빠르게 보겠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CNBC는 트럼프의 채찍과 당근 효과에 기대감을 나타내며 트럼프의 최근 행보를 훌륭한 정치라고 호평했다. 최근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에 투자나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고 있는 만큼 적어도 트럼프의 채찍이 기업들로 하여금 현금을 쌓아두거나 해외로 빼돌리는 일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재정적자 측면에서는 초창기에 심각한 타격만 없다면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CNBC는 전망했다. 트럼프가 법인세를 35%에서 10%까지 내리더라도 얼마 안 남은 기업들로부터 35%를 걷는 것보다 많은 기업들로부터 10%를 걷는 것이 국가 재정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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